[골닷컴] 강동훈 기자 =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개막을 코앞에 두고 중국 축구 팬들이 데얀 조르제비치(57·세르비아) 중국 축구대표팀 임시감독과 대립하고 있다. 거액을 들여 양밍양(29·청두 룽청)을 귀화시켜놓고 발탁하지 않은 탓이다.
중국 매체 소후 닷컴은 4일(한국시간) “축구 팬들은 양밍양의 귀화에만 1천만 위안(약 19억 원)이 넘는 비용을 썼지만, 단 1분의 출전 시간도 주어지지 않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귀화 낭비설이 유행하고 있는데, 한 팬은 ‘1천만 위안이면 유소년 선수 10명을 양성할 수 있다. 이건 큰 손실이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조르제비치 임시감독은 지난달 30일 동아시안컵에 참가할 26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지난달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C조 9·10차전(인도네시아·바레인) 소집명단(27명)과 비교하면 변화의 폭이 컸다. 주장 왕다레이를 비롯하여 리레이, 왕상위안 등 주축으로 활약했던 베테랑들을 대거 제외하고 류청위, 왕유동, 콰이지원 등 2006년생 젊은 피들을 발탁했다.
지난 5월 거액을 들여 귀화시킨 양밍양이 없는 것도 눈에 띄었다. 양밍양은 스위스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잠재력을 인정받은 미드필더로, 스위스 연령별 대표팀을 거쳤다. 로잔 스포르와 빈터투어, 울버햄프턴, 그라스호퍼 등을 거쳐 지난 2021년 난퉁 지윈으로 이적했다. 이때 중국 국적을 취득했고, 지난겨울 청두로 적을 옮겼다.
양밍양이 중국 슈퍼리그(CSL)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자, 중국축구협회(CFA)는 지난 5월 그를 귀화시켰다. 이후 양밍양은 바로 다음달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C조 9·10차전 소집명단에 포함됐다. A매치 데뷔전은 불발됐지만 CFA가 공을 들여 귀화시킨 데다, 즉시전력감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경쟁력을 갖춘 만큼 추후 중국 대표팀에서 자주 볼 거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르제비치 임시감독은 양밍양을 외면했다. 그는 “국가대표는 현재 경쟁력을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하는 게 원칙이다. 랴오 진타오의 현재 경기력이 양밍양보다 뛰어나다”며 “코칭스태프가 양밍양에게 여러 차례 기회를 주었지만, 양밍양은 요구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축구는 경쟁적인 스포츠이지 상업적인 쇼가 아니”라고 팬들의 반발에 반박했다.
소후 닷컴은 “CFA 관계자는 ‘귀화 전략이 조정될 것이며, 앞으로는 플러그 앤 플레이와 연령별 구성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양밍양의 당혹스러운 상황은 귀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경고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CFA는 지난달 2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브란코 이반코비치 감독을 경질하고 조르제비치 감독에게 임시로 지휘봉을 맡겼다. 조르제비치 감독이 이끄는 중국 대표팀은 오는 7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과 동아시안컵 개막전을 치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