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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악을 울려라’ 레비 회장 갑작스러운 사임에 토트넘 팬들 ‘환호’…“이날만을 오랫동안 기다렸어”

[골닷컴] 이정빈 기자 = 토트넘 팬들이 다니엘 레비(63·잉글랜드) 회장 사임 소식에 환호했다. 토트넘 팬들은 레비 강점기에서 벗어난 것을 기뻐했다.

토트넘은 5일(한국 시각)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레비 회장이 25년간 맡아온 회장직을 내려둔다. 구단은 승계를 위해 지난 몇 달 동안 여러 고위 임원을 임명했다. 비나이 벤카테샴이 최고경영자(CEO)가 됐고, 남녀팀 감독도 선임했다”라며 “피터 채링턴이 이사회에 합류해 새로 신설된 비상임 회장직을 맡을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레비 회장은 지난 25년 동안 토트넘을 이끌어 왔지만, 장단점이 극명했다. 토트넘을 세계적인 구단으로 발돋움시킨 데 큰 공을 세웠지만, 동시에 구단의 성장을 방해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특히 토트넘 팬들은 레비 회장의 끈질긴 협상 방식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레비 회장은 타 구단과 영입 협상을 벌일 때, 이적료를 어떻게든 내리기 위해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위고 요리스(38), 손흥민(33·이상 LAFC)처럼 성공적으로 영입을 이룬 사례도 있지만, 최근에는 실패 사례가 더 많았다. 

지난 몇 년 동안 토트넘은 잭 그릴리쉬(29·에버튼), 브루누 페르난데스(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후벵 디아스(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베레치 에제(27·아스널) 등을 눈앞에서 놓쳤다. 레비 회장의 협상 방식에 지친 타 구단 경영진이 선수 매각을 거부하거나, 협상이 길어지는 사이에 타 구단이 난입해 선수를 채갔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토트넘 팬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토트넘은 데얀 쿨루셉스키(25)와 제임스 매디슨(28)을 부상으로 잃으면서 모건 깁스화이트(25·노팅엄 포레스트) 영입에 나섰다. 그런데 노팅엄 포레스트가 깁스화이트 계약에 존재하던 비밀 바이아웃 조항이 토트넘 측으로 유출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차질이 발생했다. 

법적 분쟁을 피하고자 한 토트넘은 깁스화이트 영입을 포기하고 에제에게 시선을 돌렸다. 토트넘은 에제와 순조롭게 개인 조건 협상을 진행했고, 크리스탈 팰리스와 이적료 협상에 돌입했다. 그런데 이적 협상 막바지에 아스널이 에제 영입전에 참전했고, 선수와 구단 모두 합의를 마치면서 토트넘의 계획을 망쳤다.

라이벌 아스널에 에제를 빼앗긴 토트넘 팬들은 곧바로 분노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레비 회장과 피에로를 합성한 사진을 올리며 분노를 표출했다. 또한 ‘레비 아웃’이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며 레비 회장이 구단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오늘 토트넘 팬들의 염원이 이뤄졌다. 갑작스러운 사임 소식에 토트넘 팬들은 기뻐했다. ‘풋볼 인사이더’에 따르면 토트넘 팬들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다”, “우리는 이제 자유다”, “크리스마스가 일찍 찾아왔다”, “이날만을 오랫동안 기다렸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레비 회장이 떠난 토트넘은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거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레비 회장이 자발적인 의사로 토트넘을 떠난 게 아닌, 토트넘 모기업이자 투자 회사인 ENIC 그룹을 소유한 루이스 가문에 밀린 거라는 주장도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5일 “루이스 가족들로부터 레비 회장 재위 기간 경기장에서 꾸준히 성공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있었다. 레비 회장은 지난 25년간 두 번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라며 “루이스 전 구단주는 레비 회장이 물러나는 데 간접적인 역할을 했다. 그의 자녀들이 레비 회장 사임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지난 몇 달 동안 토트넘 내부에서 진행된 변화가 레비 회장 사임으로 연결됐다. 토트넘은 이사회 구조를 현대화하기 위해서 전무이사 역할을 제거할 예정이다”라며 “레비 회장은 구단 주주로 남겠지만, 구단 운영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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