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상암] 강동훈 기자 = 프로와 아마추어를 망라해 한국 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코리아컵 결승에서 전북 현대가 연장전까지 가는 치열한 혈투 끝에 광주FC(이상 K리그1)를 꺾고 정상에 올라섰다. 지난 2022년 챔피언에 등극한 이후 3년 만에 다시 왕좌를 탈환한 전북은 대회 최다 우승 공동 1위(6회)로 올라서면서 최강자로 우뚝 섰다.
전북은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단판 승부로 펼쳐진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광주를 2대 1로 눌렀다. 통산 6번째 별(2000, 2003, 2005, 2020, 2022, 2025년)을 가슴에 단 전북은 포항 스틸러스와 함께 대회 최다 우승팀에 등극했다. 앞서 K리그1 챔피언에 오른 전북은 2020년 이후 두 번째 ‘더블(2관왕)’을 달성했다. 프로축구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지난 2010년 구단 창단 이래 처음 이 대회 결승전에 오른 광주는 첫 우승 도전이 아쉽게도 실패로 끝이 났다. 대회 우승과 함께 노렸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ACL2) 진출권 획득도 무산됐다. 대회 규정에 따라 우승팀은 K리그1 4위 안에 들면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진출권을, K리그1 5위 이하이면 ACL2 진출권을 부여받는다.
우승의 향방을 결정하는 결승전에서 맞붙은 전북과 광주 모두 동기부여는 뚜렷했다. 전북은 ‘더블’ 도전은 차치하고, 선수단이 올해를 끝으로 떠나기로 한 마우리시오 타리코(아르헨티나·등록명 타노스) 수석코치에게 트로피를 안겨주겠다는 강한 의지 속에 똘똘 뭉쳤다.
퇴장 징계로 거스 포옛(아르헨티나) 감독 대신 지휘봉을 잡은 타노스 수석코치는 최근 주심을 향해 두 눈에 양 검지를 대는 동작을 했다가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로부터 인종차별적 행동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중징계(출장정지 5경기·제재금 2000만원)를 받자, 인종차별 의도가 없는 행동이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결별을 선언했다.
광주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이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기회인데다, 우승 시에는 대회 규정에 따라 ACL2 진출권도 따라오는 만큼 선수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정효 감독도 “선수들에게 아시아 무대에 다시 나가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다. 반드시 우승해서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를 주고 싶다”고 필승을 다짐했다.
예상대로 경기는 치열한 양상 속에 흘러갔다. 초반부터 서로 소유권을 가져오기 위해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분위기가 과열됐다. 특히 벤치에서도 반칙 하나하나에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하더니 날 선 신경전을 펼치는 등 경기 양상이 과열됐다. 결국 변수가 발생했다. 전반 39분 이 감독이 주심에게 과하게 항의하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이 감독의 퇴장으로 분위기를 가져온 전북이 파상공세를 이어가더니 결국 팽팽하던 균형을 깨뜨렸다. 전반 추가시간 2분 페널티 아크서클 왼쪽 부근에서 김진규의 강력한 중거리슛을 골키퍼 김경민이 몸을 날려 쳐냈는데, 이어지는 코너킥 상황에서 김태현의 크로스를 골키퍼 김경민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자 송민규가 곧바로 문전 앞으로 연결했고 이동준이 밀어 넣었다.
전북 선수단은 선제골 직후 벤치로 향하더니 일자로 나란히 서서 떠나는 타노스 수석코치에게 90도로 숙여 감사 인사를 건넸다. 타노스 수석코치는 선수단의 감사 인사에 마찬가지로 90도로 숙여 고마움을 표시했다. 전북 서포터스들도 타노스 수석코치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환호성을 보냈다.
일격을 맞은 광주는 설상가상 부상 악재까지 맞았다. 후반 6분 골키퍼 김경민이 안면 쪽에 강한 타박상을 입어 교체 아웃됐다. 하지만 광주는 포기하지 않았다. 평정심을 되찾고 전열을 정비해 반격하더니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25분 신창무의 크로스를 헤이스(브라질)가 머리로 떨궈주자 프리드욘슨(아이슬란드)이 문전 앞에서 헤더슛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간 가운데 정규시간 90분이 모두 흐르고 추가시간(8분)까지도 전북과 광주 모두 역전골을 만들지 못하면서 결국 연장전으로 향했다. 이후 팽팽하던 흐름 속 또 한 번 변수가 발생했다. 연장 전반 10분 이승우와 치열하게 볼 경합 싸움을 벌이던 조성권이 이승우를 어깨로 가격해 경고 누적 퇴장당했다.
결국 수적 우위를 점한 전북이 팽팽하던 균형을 다시 깨뜨렸다. 연장 전반 추가시간 1분 김태현의 크로스를 문전 앞으로 쇄도하던 이승우가 밀어 넣었다. 이승우는 춤을 추면서 기쁨의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다만 기쁨도 잠시, 연장 후반 1분 이승우가 볼 경합 과정에서 권성윤을 몸으로 강하게 밀쳐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그라운드 안에 숫자가 10대 10으로 맞춰지면서 희망이 생긴 광주는 공격의 고삐를 당겨 총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전북이 단단한 수비벽을 세우면서 버텨냈다. 결국 남은 시간 한 골 차 리드를 지켜낸 전북이 승리와 함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