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수원] 강동훈 기자 = 수원 삼성의 리빙레전드 염기훈(38)이 391경기 출전 대기록을 달성한 가운데 지난 11년을 돌이켜봤다. 아울러 그는 수원에서 우승과 함께 은퇴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염기훈은 수원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2010년 수원에 입단한 이후로 11년 동안 활약을 펼쳤다. 날렵한 움직임과 예리한 킥을 앞세워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팀 주장도 역임하며 헌신과 배려로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염기훈이 없는 수원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이는 기록으로 보면 알 수 있다. 염기훈은 수원에서 모든 대회 통틀어 71골 119도움을 기록하며 구단 통산 최다 득점과 도움 기록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 기간에 FA컵 결승전 때마다 득점을 뽑아내며 3회 우승을 견인했고, MVP와 득점왕을 수상하는 등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런 염기훈은 최근 이운재(390경기)를 제치고 구단 최다 출전 기록도 갈아치웠다. 지난 21일 대구FC전에서 교체 출전한 그는 통산 391경기를 뛰었다. 그리고 28일 홈팬들 앞에서 축하를 받은 염기훈은 "사랑하는 이 팀에서 대기록을 세울 수 있어서 축복받은 것 같다. 너무 영광스러운 자리다. 팬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셔서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염기훈은 그동안 수원에서의 추억들과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염기훈은 "빅버드에서 첫 경기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10년 팀에 입단했을 때 부상으로 인해 데뷔전을 늦게 치렀다. ACL을 통해 데뷔한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오래 뛸 것이라고 생각했는지에 대해선 "전혀 생각 못 했던 게 사실이다. 돌아보면 이적할 수도 있었다. 당시에는 아쉬웠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안 가고 남았던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후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스스로도 터닝포인트가 됐다. 안 떠나고 오래 머물러서 이렇게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고 짚었다.
이어 "많은 팬분이 많은 사랑을 주신다는 걸 느낀다. 정말 감사드린다. 오래 팀에 있다 보니깐 수원이 좋아졌고, 더 잘해지면서 이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제가 뭔가 보여주는 것보다 이런 점들이 팬분들께 진심으로 다가가면서 사랑해주신 것 같다. 떠날 수 있는 상황에서 팀에 남은 걸 의리로 생각해서 더욱 응원해주신 것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많은 팬들은 염기훈의 재계약 협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수원에서 내년에도 함께하길 바라는 팬들이 많다. 이에 대해 "협상을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구단과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확한 건 시즌이 끝나고 나서 결정이 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혹여라도 재계약이 불발될 수도 있다. 만약 그 상황이 올 경우 은퇴와 다른 팀으로 이적해 현역을 이어가는 선택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 현역을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이 아직 마음속으로 준비가 안 됐다. 올해도 그렇고 내년도 그렇고 욕심이 생긴다. 특히 80-80 기록이 많은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제 통산 기록이기 때문에 꼭 이루고 싶다. 다른 때는 욕심을 많이 내려놨는데 80-80 기록 때문에 더 뛰고 싶다"고 속마음을 밝혔다.
이어 "가족들과는 아직 현역 연장에 대해 상의를 안 했다. 제가 무작정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내는 오랫동안 내 뒷바라지를 하다 보니깐 많이 힘들어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371경기 대업을 달성한 후 SNS를 통해 '이제 시작이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주위에서 다들 오래 뛰다 보니 이런 기록을 세운다고 생각했는데, 나와 같이 선수 생활을 했던 김대환 골키퍼 코치님이 '이제서야 수원 선수들의 기록을 넘었으니 이제 시작이다'고 말씀해주셨다. 생각하지도 못해서 새로웠다. 축하 메시지가 기억에 남고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염기훈은 "모든 선수가 (이)동국이형과 같은 은퇴식을 바랄 것이다. 한번이 아니라 두 번의 우승을 경험하면서 그해 최고의 위치에 있을 때 은퇴를 했다. 부러움의 대상이다. 저 역시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우승한다면 너무 기쁠 것 같다. 내년에는 경기를 많이 못 뛰더라도 팀이 우승하는 것을 보고 은퇴하고 싶다"면서 수원에서 우승으로 현역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꿈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