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제대한축구협회

클린스만 감독, 비판 여론에도 감싸 안았는데…보답 못한 이기제, ‘경기력 저하’ 우려 현실로

[골닷컴] 강동훈 기자 =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이기제(수원삼성)가 최악의 경기력을 남긴 채 초라하게 교체 아웃됐다. 최종명단(26명)에 포함됐을 때부터 경기력과 실전 감각 저하로 인한 걱정이 잇달아 제기됐음에도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소집 때마다 보여준 태도나 역할 수행 능력이 좋았다”며 감싸 안았지만, 이기제는 첫 경기부터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흔들렸다.

이기제는 15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2023년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선발 출전했다가 후반 7분 교체 아웃되면서 경기를 마쳤다. 이날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선수 중 가장 먼저 교체됐다. 부상 등이 아닌 부진한 경기력이 이유였다.

실제 이기제는 이날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 피지컬과 스피드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명확한 그는 바레인의 거친 플레이와 빠른 역습에 고전했다. 특히 위험 지역에서 여러 차례 실수를 범했다. 이 과정에서 클린스만호는 실점을 내줬다. 후반 5분 이기제가 페널티 박스 인근에서 패스 미스를 범하며 공 소유권을 바레인에 내줬다. 이후 클린스만호는 곧바로 진행된 바레인의 스로인 공격 과정에서 수비 전열이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은 사이 실점을 허용했다.

실점의 책임이 오롯이 이기제에게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기제의 실책에서부터 비롯된 건 분명했다. 압둘라 알 하샤시(알 아흘리)가 문전 앞에서 세컨드볼을 슈팅으로 연결할 때도 이기제는 커버하지 못한 채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었다. 한준희 쿠팡플레이 해설위원도 “(알 하샤시가 슈팅할 때) 주변 수비수들의 반응이 그렇게 빠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기제는 그뿐 아니라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인 왼발 킥도 보여주지 못했다. 정규시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52분 동안 제대로 된 크로스 한 번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볼을 잃어버린 횟수는 8회나 됐고, 파울 4회를 범하는 과정에서 옐로카드까지 받았다. 결국 그는 김태환(울산HD)과 교체되면서 경기를 마쳤다. 이날 경기력이 좋지 못했던 데다, 경고까지 받은 만큼 클린스만 감독은 고집을 꺾고 이기제를 벤치로 불러들인 셈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3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후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이기제를 소집했다. 클린스만호가 평가전 등 12번의 A매치를 치르는 동안 이기제는 11경기에서 선발 출전했다. 이 가운데 그는 7경기를 풀타임 소화했다.

다만 이기제는 클린스만호에서 꾸준하게 출전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 수원에선 입지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실제 그는 지난 9월 말 이후로 출전하지 못했다. 부상 등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집 명단에서 제외되거나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려도 출전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기제는 지난 9월 30일이 수원 소속으로 마지막 출전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기제를 최종명단에 발탁했다. 당시 비판적인 여론이 끊이질 않은 데다, 다수의 팬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자, 클린스만 감독은 “이기제는 올해 수원에서 힘든 시즌을 보냈다. 왜 경기를 안 뛰었는지는 우리가 신경 쓰거나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면서도 “그동안 소집했을 때마다 훈련 과정에서 태도가 좋았고, 또 경기에 출전했을 때 역할 수행을 잘하는 등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감싸 안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바레인전만 놓고 봤을 때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기제는 비판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을 꾸준하게 기용한 클린스만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지 못했고, 클린스만 감독은 이기제를 향한 남달랐던 신뢰가 단번에 무너지게 됐다. 이제는 클린스만 감독이 이기제의 활용을 진지하게 다시 고민해야 할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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