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강동훈 기자 = 경기가 끝난 후 토마스 프랑크(51·덴마크) 감독의 인사를 무시한 채 불만을 토로하면서 라커룸으로 곧장 향해 충격을 안겨줬던 미키 판 더 펜(24)과 제드 스펜스(25·이상 토트넘)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 프랑크 감독은 판 더 펜과 스펜스가 본인에게 직접 사과했다고 밝혔다.
오는 5일(한국시간)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코펜하겐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4차전 홈경기를 앞두고 프랑크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판 더 펜과 스펜스는 어제 따로 부르지 않았지만 제 사무실로 찾아와서 ‘이번 상황에 대해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앞서 토트넘은 지난 2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첼시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0라운드 홈경기에서 0대 1로 패했다. 90분 동안 슈팅 3회에 그치는 등 답답한 경기력 속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특히 이날 토트넘은 볼 경합 싸움에서 쉽게 밀리거나 제대로 싸우지 않는 등 정신적인 측면에서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런데 경기 직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프랑크 감독이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서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갔는데, 판 더 펜과 스펜스가 프랑크 감독을 무시한 채 그대로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이날 경기를 직관한 한 토트넘 팬이 촬영한 영상 속 두 선수는 프랑크 감독을 쳐다도 보지 않고 제 갈 길을 갔다.
프랑크 감독은 당황한 듯 라커룸으로 걸어가는 두 선수를 한동안 응시했다. 이때 안드레아스 게오르손 세트피스 코치가 팔을 뻗어 붙잡으려고 했지만 판 더 펜과 스펜스는 이마저도 무시한 채 라커룸으로 향했다. 아무리 서양권 문화가 개인 개성이 강하다지만 감독을 대놓고 무시하는 건 위계질서가 얼마나 무너졌는지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토트넘 팬들은 당연히 화가 잔뜩 났다. 한 팬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판 더 펜과 스펜스 모두 쓸모없었다. 사비 시몬스와 함께 실점에 일조했는데 참 역겹다”며 “판 더 펜이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다시는 주장 완장을 차는 걸 보고 싶지 않다. 스펜스도 어린아이 같은 행동이었다”고 작심 비판했다.
하지만 판 더 펜과 스펜스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프랑크 감독의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 사과하면서 논란을 일단락시켰다. 물론 항명에 가까운 이번 사태가 단순한 사과로 끝날 일은 아니지만 본인들의 잘못을 뉘우쳤다는 점에서 조금이나마 팬들의 분노를 삭이면서 용서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프랑크 감독도 “판 더 펜과 스펜스는 이번 상황이 나쁘거나 무례하게 보이거나, 이 이상한 언론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온갖 부정적인 인상이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걸 원하지 않았다. 저나 구단에 대한 그들의 의도는 전혀 그런 게 아니었다”며 “그저 경기력, 패배 그리고 경기 중 야유에 대해 좌절감을 느꼈을 뿐”이라며 선수들을 감쌌다.
이어 “만약 판 더 펜과 스펜가 오지 않았다면, 저는 그들에게 이번 상황을 물어봤을 것”이라면서 “그들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우리 모두는 각자의 생각이 있다. ‘엄마가 아프셨기 때문이거나, 감독을 싫어했거나, 경기력에 짜증이 났거나, 졌기 때문이거나 뭐 그런 거겠지’라는 추측을 하는 데 우리는 아주 능숙하니깐”이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우리는 그런 추측을 잘하지만 아무도 진짜 이유는 모른다. 그래서 제가 그들에게 가장 먼저 묻고 싶었던 질문은 ‘어떻게 지냈고, 왜 그랬을까’였다”며 “물론 기쁘다. 오늘 이런 질문이 나올 거란 걸 알았다. 그건 그들을 신경 쓴다는 뜻이다. 또 이 경우에는 저를 신경 쓴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점이 기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프랑크 감독은 “그 후 우리는 다양한 주제로 좋은 대화를 나눴다. 모든 일처럼, 우리는 이를 내부적으로 처리한다. 선수들에게 말했듯이, 제가 선수를 희생양으로 삼는 일은 아주 아주 아주 드문 일이 될 거다. 우리 모두 인간이지만, 저는 항상 선수들을 보호할 것이다. 항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