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인천] 이정빈 기자 = K리그2 선두 인천유나이티드가 난관에 봉착했다. 무더운 더위 속 장기 부상자까지 나오면서 윤정환 감독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이렉트 승격을 노리는 인천이 어수선한 상황을 빠르게 벗어날 수 있을까.
인천은 14일 구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박경섭은 지난 12일 자체 훈련 도중 이마를 다쳐 곧바로 관내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 정밀 검사를 실시했다. 정밀 검사 결과, 전두동 골절 소견을 받았다”라며 “이에 박경섭은 오늘 수술적 치료를 진행할 예정이며, 복귀까지 6개월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라고 알렸다.
다이렉트 승격을 바라보는 인천에 또 부상 악재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핵심 센터백인 박경섭이 머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박경섭은 이번 시즌 리그 19경기(1골) 출전하며 김건희와 인천 후방을 지켰다. 윤정환 감독이 프리시즌 때부터 그에게 큰 기대감을 품었는데, 데뷔 시즌부터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박경섭은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인천은 센터백 대안인 델브리지도 잔부상에 시달리고 있어 충남아산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렇다 보니 윤정환 감독은 충남아산전 임형진에게 처음으로 리그 선발 기회를 줬다. 센터백을 소화할 수 있는 김건웅이 있지만, 윤정환 감독은 전문 센터백인 임형진을 우선순위로 삼았다. 3개월여 만에 리그 경기를 소화한 임형진은 77분 동안 김건희와 호흡을 맞추며 리그 두 번째 경기를 치렀다.
인천이 압도적인 전력으로 K리그2 독주 체제를 만들어가는 듯했지만, 여름 들어 위험 신호가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얇은 선수층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인천은 강등 후 선수단 개편이 아닌 기존 선수 지키는 방향을 택했다. 양보다는 질을 우선시했다. 인천은 고액 연봉자이자 주축 자원인 무고사, 제르소, 이명주 등을 모두 붙잡으며 승격을 노렸다.
그러면서 선수 보강은 주로 자유계약(FA) 위주로 진행했다. 김명순과 박호민을 제외하면 겨울 이적시장에서 데려온 선수들 모두 FA 영입이었다. 인천의 계산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갔다. K리그1에서도 정상급으로 불린 선수들이 K리그2를 폭격하며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코리아컵에서도 탈락한 터라, 윤정환 감독에게 여유가 상당했다.
그런데 이동률, 민경현(군 입대) 등 이탈자가 발생하더니 이달에는 민경현을 대체하던 문지환이 큰 부상으로 쓰러졌다. 문지환은 김포전 손정현 골키퍼와 충돌로 쓰러졌고, 검사 결과 전후방 십자인대 파열 소견을 받았다. 연이어 박경섭도 다음 시즌을 바라보게 됐다. 갑작스럽게 부상자가 속출한 데다, 김포와 전남전 어려운 경기를 펼치면서 인천 주변에 전과 다른 분위기가 형성됐다.
사실상 시즌 첫 고비에 직면한 윤정환 감독은 충남아산전을 앞두고 “감독이라면 모두 부담감이 있을 거다. 지금 처한 상황에 더 위축되면 안 된다”라며 “없는 자원이 있더라도 해야 할 건 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며, 다들 준비 잘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어수선한 상황 속 인천은 충남아산을 가까스로 잡았다. 충남아산이 저력을 발휘했지만, 인천이 안방에서 승점 3을 획득했다 고무적인 건 이날 인천은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선수들이 제 몫을 해냈다. 이주용이 잠시 이탈한 틈을 이상기가 잘 메웠고, 리그 첫 선발 출전한 신진호는 박승호와 함께 충남아산 수비진을 괴롭혔다. 임형진도 맡은 임무를 무난하게 수행했다.
또한 여름 영입생인 정원진과 김건웅도 홈 팬들에게 준수한 인상을 남겼다. 정원진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장점인 오른발 킥 능력을 여실히 드러냈다. 코너킥에서 올린 공들이 남다른 궤적을 그리며 충남아산 수비진을 위협했다. 제주SK에서 임대 영입한 김건웅 역시 짧은 시간 동안 후방에서 안정감을 알리며 상대 공세를 저지했다.
현시점이 인천의 ‘승격 분수령’으로 보인다. 앞서 K리그2 우승을 차지한 팀 모두 흔들리는 순간이 있었지만, 이를 빠르게 잡아내고 다시 기세를 탔다. 인천도 지금 이 시기를 극복한다면 이전 우승 팀들과 같은 결말을 맞이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윤정환 감독의 인천이 악재들을 이겨내고 선두 자리를 끝까지 사수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