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최근 업무 차 이탈리아를 다녀왔다. 이번에 세리에A 구단과 협업을 하며 경험했던 내용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현장 방문기 형태로 구성했다.
최근 이탈리아 1부 리그인 세리에A 소속 엠폴리FC의 후원 계약 업무를 위해 구단에 방문했다. 엠폴리는 토스카나 지역의 구단으로, 탄탄한 유소년 시스템을 갖춰 이탈리아의 아약스로 불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1부와 2부 리그를 오갔으나, 지난 시즌 세리에B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승격했다.
1일차: 구단 협약 호텔 ‘알렉산다’
현지에 도착하여 시타 데 빈치(Citta da Vinci)에 위치한 구단과 협약이 되어 있는 ‘호텔 알렉산다’에 짐을 풀었다. 르네상스의 거장 천재 발명가이자 미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태어난 곳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역시 빈치 출신 레오나르도 라는 뜻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박물관이 있는 시타 데 빈치 지역에 엠폴리 구단의 프로, 유/청소년, 여자 프로팀 등이 묶는 호텔이었다. 호텔 주인이 현 엠폴리 구단주 코르시의 친구로, 현재 구단의 각종 호스피탈리티를 담당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지난 수십 년 간 구단의 역사, 역대 감독과 선수들 사진이 호텔 곳곳에 걸려 있었다. 현재 라치오 감독인 마우리시오 사리의 사진도 보였다. 반지하에는 레스토랑이 크게 있었는데, 각 급별 유소년팀이 식사를 하는 곳으로, 미슐랭 가이드에 올라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방문객들이 원하면 현지 축구선수들이 먹는 식사도 가능하다. 이탈리아 축구 팬이라면 한 번 방문해서 숙식을 하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박물관을 돌아보길 추천한다.
골닷컴2일차: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의 유사점
회의 참석을 위해 엠폴리 구단의 사무실이자 트레이닝 센터를 방문했다. 이상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과거 대한축구협회 재직 시절 방문했던 아르헨티나 축구단의 모습과 매우 흡사했다. 역사를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과거 많은 이탈리아인 신대륙 남미 아르헨티나에 이주해 정착했고, 이 때문에 두 나라는 문화적 공통점이 존재한다. 필자가 어릴 때 TV에서 방영했던 ‘엄마 찾아 삼만리’라는 만화에는 이탈리아 제노아 출신 꼬마 마르코가 일자리를 찾아 아르헨티나로 떠난 엄마를 찾는 여정이 나오기도 한다.
트레이닝 센터에는 구단 사무실(축구행정, 마케팅, 미디어, 시설관리 등)과 다양한 필드(천연잔디, 인조잔디), 리조트 시설(식당, 숙소, 체육관, 치료실 등)이 갖춰져 있었다. 트레이닝 필드에는 유소년부터 청소년들이 섹터를 나누어 훈련을 하고 학부모, 에이전트, 구단 관계자, 심지어 주민들까지 참관할 수 있다. 그리고 19세팀 코치는 17세팀 감독을 병행하고, 15세팀 감독은 17세팀 코치를 병행하는 등 일관성 있는 육성을 위해 코칭 철학을 공유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또한 아르헨티나 (또는 일부 브라질) 유소년 시스템과 비슷하다.
또 이탈리아에는 아르헨티나 출신 선수가 많다. 이탈리아 출신 조부모가 많아 이탈리아 여권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축구 스타일도 유사하다. 두 나라 모두 강력한 몸싸움을 바탕으로 정확한 기술이 가미된 축구를 구사한다. 이탈리아 구단은 2군이 없고 19세팀 프리마베라(Primavera)팀이 아마추어의 마지막 단계다. 이후 바로 프로 1군이다. 매해 1~3명 정도가 프로 계약을 하고, 계약이 안되는 선수들은 2부, 3부, 4부 리그 혹은 타국 리그 구단과 계약을 한다.
3일차: 유스 강자 엠폴리
엠폴리 구단의 강점이 바로 엘리트 유소년 선수들이다. 엠폴리는 이탈리아의 아약스로 불리고, 엠폴리와 유소년 계약을 하면 대부분 프로 선수가 된다고 알려졌다. 현재 4부 리그에 소속된 엠폴리 19세 팀에는 이탈리아 U-20 대표팀 선수가 5명 있다. 이날은 SPAL 19세 팀과 경기를 했다. 유스 팀 경기였지만 티켓 가격이 10~20유로로 결코 싸지 않았다. 하지만 관중석이 절반 이상 들어찬 것을 보니 역시 축구의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보통 3~5천석 정도 되는 4부 리그 홈 구장의 관중석이 꽉 채워졌다고 한다. 이날 경기는 엠폴리가 압도적인 전력으로 6-0 대승을 거두었다.
이탈리아 축구는 토티로 익숙한 전형적인 공격형 미드필더와 피를로가 연상되는 수비형 미드필더, 말디니로 대변되는 센터백 등 주요 포지션에 특출난 선수들을 많이 배출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이런 포지션의 선수들이 맹활약했는데, 이 중 1명이 현재 PSV 에인트호번과 이적 협상 중이라고 했다.
골닷컴4일차: 세리에A 매치데이
이날은 세리에A 엠폴리와 삼프도리아의 경기가 있었다. 엠폴리 홈 구장 ‘카를로 카스텔라니 스타디움’은 전형적인 종합경기장이다. 이런 부분은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하다. 이 구장도 지자체 소유의 종합경기장이다. 임대료는 없고, 엠폴리가 임대하여 사용한다. 경기장 양쪽 중앙 스탠드 뒤쪽 매점에서 간단한 음식과 맥주 등을 판매한다. 스폰서 및 VIP 구역에서 케이터링을 진행한다. 스텐딩 뷔페로 식음료 제품을 홍보하고 싶은 업체들이 시식코너 및 홍보를 진행하고, 구단에서 간단한 뷔페를 제공한다.
엠폴리는 구단주의 딸 레베카 코르시가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실제 구단 업무를 보고 있다. 레베카는 여성 경영자로서 미디어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이날도 VIP 및 많은 관중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경기에서는 원정 팀 삼프도리아가 3-0으로 승리했다. 엠폴리 출신 프란세스코 카푸토의 멀티골 활약이 컸다. 일본 국가대표 요시다 마야의 탄탄한 수비도 돋보였다. 비록 홈 팀이 패하긴 했지만 경기 종료 후 많은 팬들이 1시간이 넘도록 선수들을 기다렸고, 선수들은 팬서비스로 화답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는 유럽 5대 리그 중 하나로 분류되지만, 최근 유럽 무대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벤투스 방한 당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노쇼 사건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고 말았다. 더 예전 경우를 보면, 페루지아 소속이던 안정환의 방출 과정도 매끄럽지 못해 팬들 사이에서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번 방문을 통해 이탈리아 축구인들과 실제 업무를 해보니, 축구 환경과 업무 처리 및 구단 운영 방식 등이 우리와 흡사한 면도 있었다. 앞으로 양국이 축구적으로 활발한 교류를 통해 서로의 발전을 도모하길 기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