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강동훈 기자 = 손흥민(33·로스앤젤레스 FC)이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회장직에서 물러난 다니엘 레비(63·잉글랜드) 회장에게 깊은 존경을 표하면서 동시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손흥민은 무려 25년 동안 토트넘을 운영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빅 클럽 반열에 올려놓은 레비 회장이 영입한 선수 가운데 최고의 영입으로 선정됐다.
7일(한국시간) 영국 매체 TBR 풋볼에 따르면 손흥민은 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미국과 A매치 평가전에서 2대 0 승리를 견인한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레비 회장이 사임한 소식을 접했냐는 질문에 “답하기엔 적절한 자리가 아니”라면서도 “(토트넘에서) 10년 동안 함께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말로 설명할 수 없다”고 깊은 존경심을 보였다.
손흥민 그러면서 “레비 회장은 지난 25년 동안 토트넘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업적을 일궜다고 생각한다”고 찬사를 보내면서 “앞으로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하시길 바란다. 토트넘에 있는 동안 저를 위해 해준 일에 대해선 정말로 감사드린다”고 앞날에 행운을 빌면서 동시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앞서 토트넘은 지난 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00년대 초반부터 구단을 이끌어온 레비 회장이 물러나게 됐다”면서 “회장직 승계를 위해 최근 몇 달 동안 여러 임원을 새롭게 임명했다. 비나이 벤카테샴이 CEO(최고경영자)로, 피터 채링턴이 이사회에 합류하여 비상임 회장직을 각각 맡게 된다”고 발표했다.
토트넘의 이 같은 결정은 조 루이스 구단주가 주도한 경영 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집행 회장 직책이 완전히 사라지고 이사회 운영이 현대화되는 과정이 진행 중인 단계에서 이뤄졌다. 다만 현지에선 루이스 구단주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부 판단을 내리면서 직접 레비 회장을 사실상 기습적으로 숙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25년 만에 토트넘을 떠나게 된 레비 회장은 “그동안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하며, 이룬 성과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는 토트넘을 세계적인 무대에서 경쟁하는 강호로 만들었다”며 “수많은 감독,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저를 지지해준 팬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토트넘을 열정적으로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
레비 회장은 ENIC 그룹 상무이사였던 2001년 ENIC 그룹이 토트넘을 인수하자 토트넘 회장으로 임명됐다. 세계적인 명문 대학인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신인 그는 철저한 비즈니스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토트넘을 키워나갔다. 중위권에 머물렀던 토트넘은 레비 회장이 부임한 이후 급속도로 성장했다.
실제 2005~2006시즌 5위까지 오르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빅클럽들을 위협하기 시작한 토트넘은 2007~2008시즌에는 잉글랜드풋볼리그(EFL) 컵 우승을 차지하며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09~2010시즌엔 ‘빅4’ 체계를 무너트렸고, 2018~2019시즌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 진출하며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았다.
특히 레비 회장은 이른바 ‘악마의 협상가’로 불릴 만큼 철저한 손익 계산을 통해 선수를 사고팔면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 가레스 베일이 대표적이다. 2007년 당시 유망주로 평가받던 베일을 고작 700만 파운드(약 131억 원)에 영입한 레비 회장은 2013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 무려 8600만 파운드(약 1614억 원)에 베일을 매각했다.
손흥민 역시 레비 회장의 작품이다. 바이어 레버쿠젠(독일)에서 주목받던 손흥민은 2015년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레비 회장은 끈질긴 협상 끝에 2300만 파운드(약 431억 원)를 투자하며 손흥민을 데려왔다. 당시만 하더라도 손흥민의 이적료가 비싸다는 견해가 주를 이뤘지만 레비 회장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통해 아시아 시장을 개척하면서 폭발적인 마케팅 효과를 누리면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였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통산 454경기에서 173골·101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치며 레전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지난달 10년 동행에 마침표를 찍고 떠날 때도 이적료 2650만 달러(약 367억 원)를 토트넘에 안겨줬다.
이에 또다른 영국 매체 팀 토크는 “의심할 여지 없이 지난 10년간 EPL에서 가장 뛰어난 공격수이자, 진정한 토트넘의 전설이었다”며 “훌륭한 선수이자, 훌륭한 사람이고, 레비 회장이 영입한 환상적인 선수”라고 손흥민을 극찬하면서 레비 회장이 토트넘을 운영하는 동안 영입한 최고의 영입생으로 손흥민을 뽑았다.
또 레비 회장은 기존 홈경기장인 화이트 하트레인을 철거하고 10억 파운드(약 1조 8768억 원)를 투입해 6만 석이 넘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완공시키기도 했다.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이 완공된 후 토트넘은 상업적인 수익이 상당하다. 세계적인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올해 1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토트넘은 지난해 6억 1500만 유로(약 1조 22억 원)를 손에 넣었다.
물론 긍정적인 면만 있었던 건 아니다. 레비 회장은 잦은 감독 경질로 비판을 받았다. 실제 토트넘은 지난 25년 동안 감독 16명을 교체하면서 ‘사령탑의 무덤’으로 만들었고, 잦은 감독 교체로 구조적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2010년대 후반부터는 소극적인 영입 전략으로 이적시장마다 팬들의 거센 질타를 받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