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강동훈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1부) 대구FC 조광래 대표이사가 K리그2(2부) 강등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 대표직을 맡은 지 11년 만이다. 조 대표는 “아직도 이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마음이지만 그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기에 물러나고자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준 우리 선수단과 경기 후에도 눈물의 박수와 격려를 보내주신 팬 여러분들의 그 진심에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대구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 대표의 사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조 대표는 이미 지난 8월 올 시즌을 끝으로 사임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으며, 최종적으로 K리그2 강등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대구는 앞서 지난달 30일을 끝으로 정규시즌이 끝난 K리그1에서 최하위(12위)에 머물러 10년 만에 K리그2로 강등됐다.
조 대표는 “존경하는 팬 여러분, 그리고 시민 여러분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말씀 올리게 되어 정말 마음이 무겁다.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깊은 책임을 느끼고 있으며, 그간 보내주신 성원에 걸맞지 않은 최종결과에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고개를 숙인 후 “대구에서 보낸 11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는 언제나 변함없이 함께해주신 팬 여러분 덕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시민구단은 제가 재직하는 동안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시민 여러분의 사랑과 구성원들의 헌신으로 성장해왔다. 전용구장의 탄생, 대구만의 팬 문화, 그리고 창단 첫 FA컵 우승까지. 우리가 함께 만든 시간들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며 “팬들께서 우리와 함께 하는 한, 대구는 앞으로도 명문 구단으로서 더 발전해나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모든 구성원이 한마음으로 노력해 K리그1에 즉시 복귀하고, 팬 여러분께 다시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지속적인 사랑과 응원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제 부족함으로 소임을 다하지 못한 점 거듭 송구하게 생각하며, 이후엔 한 사람의 팬으로서 변함없는 마음으로 ‘우리들의 축구단’을 응원하겠다. 다시 한번 평생 잊지 못할 사랑을 주신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리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대구와 팬들은 제 마지막 사랑이자 자부심”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지난 2014년 9월부터 약 11년간 대구를 이끌었다. 이 기간 대구를 180도 바꿔 놓았다. 특유의 안목과 부지런함을 앞세워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 듀오 ‘세드가’ 세징야와 에드가를 영입하고, 또 여러 유망주들을 대거 발굴, 육성하며 전력을 강화했다. 그 결과 대구는 2016년 K리그1로 승격했고, 2018년에는 창단 첫 FA컵(현 코리아컵) 우승에 성공했다. 2021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진출했다.
조 대표의 최대 업적은 역시 ‘대팍(대구IM뱅크파크)’ 건립이다. 전용구장을 짓기 위해 오랜 기간 대구시를 설득한 조 대표는 2019년 1월 ‘대팍’을 완공시켰다. 이후 ‘대팍’은 단숨에 대구의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관중석과 그라운드 거리가 상당히 가까운 전용구장의 매력 속에 팬들은 매 시즌 꾸준히 ‘대팍’을 찾았고, 대구는 홈경기 때마다 분위기가 가장 뜨거웠다.
한편, 조 대표가 사임한 가운데 대구는 혁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전방위적 전면 쇄신에 나선다. 혁신위는 “K리그2 강등이 확정된 구단 운영의 정상화 및 미래가치 재정립을 위해 선수단 운영과 행정 시스템 및 팀 문화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쇄신이 불가피하다”며 “구단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과감한 시스템 개편 및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선수단 쇄신 ▲조직 쇄신 ▲구단 문화 쇄신 등 세 가지 분야에 걸쳐 혁신안을 도출했다”고 발표했다.
이석명 혁신위원장은 “올 시즌 대구의 다양한 노력이 K리그2 강등이라는 안타까운 결말로 이어진 것에 대해 원인을 경기력 저하에서만 찾아선 안 된다는 것이 혁신위의 의견”이라면서 “전용구장 건립 등 파격적인 시도로 K리그 문화를 선도한 대구가 제2의 도약을 이루고 K리그1에 조속히 복귀하려면 추가적인 시스템 개편 및 재정비가 불가피하다. ‘전방위적 쇄신’이라는 표현에 담은 혁신위원들의 충정을 구단 관계자들과 대구시가 헤아려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