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상암] 강동훈 기자 = 사상 처음으로 ‘동해안 더비’로 치러진 코리아컵(구 FA컵) 결승 무대에서 포항 스틸러스가 치열한 혈투 끝에 울산 HD를 꺾고 정상에 올라섰다. ‘디펜딩챔피언’인 포항은 지난 2012∼2013년에 이어 두 번째 2연패 성공과 함께 대회 최다 우승팀(6회)으로 등극하면서 코리아컵 최강자로 우뚝 섰다.
포항은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단판 승부로 펼쳐진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울산을 3-1로 눌렀다. 통산 6번째 별(1996, 2008, 2012, 2013, 2023, 2024년)을 단 포항은 대회 최다 우승팀으로 올라섰다. 지난 2017년 처음 이 대회에서 우승한 울산의 두 번째 정상 도전은 아쉽게도 실패로 끝이 났다. 1983년 창단 이후 첫 ‘더블’도 무산됐다.
동해안 지역에 연고지를 둔 울산과 포항은 국내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전통의 라이벌이다. ‘동해안 더비’로 불리는 울산과 포항의 맞대결은 매번 치열했다. 이날 결승전이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은 것도 그래서였다. 역대 상대 전적에선 포항이 67승 56무 65패로 근소하게 앞섰지만,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선 울산이 3승 1패로 우위를 점했다.
‘동해안 더비’답게 결승을 앞두고 양 팀 사령탑들도 날 선 신경전을 펼쳤다. 꼭 우승컵을 들어 올려 팬들을 기쁘게 해주겠다”고 각오를 내비친 박태하 포항 감독은 “울산 선수단이 많이 노쇠화하지 않았나, 그 부분을 파고들겠다”고 도발했다. 그러자 “반드시 우승을 차지해 팬들에게 ‘더블’의 기쁨을 안겨주겠다”고 우승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김판곤 울산 감독은 “노쇠화는 잘못된 게 아닌가, 노쇠화보다는 노련미가 뛰어난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예상대로 경기는 치열한 양상 속에 흘러갔다. 초반부터 서로 슈팅을 주고받으면서 팽팽하게 맞섰다. 킥오프 후 35분까지 울산과 포항은 각각 슈팅 3회(유효슈팅 2회)와 2회(유효슈팅 2회)를 때렸다. 팽팽하던 균형은 결정력에서 앞선 울산이 먼저 깨뜨렸다. 전반 38분 이청용의 크로스를 주민규가 문전 앞에서 머리로 골망을 흔들었다.
일격을 맞은 포항은 하프타임 때 김종우를 투입해 중원에 변화를 꾀한 후 파상공세를 펼치더니 기어코 승부의 균형을 다시 맞췄다. 후반 24분 정재희가 페널티 아크서클 정면에서 때린 왼발 슈팅이 이청용의 몸에 맞고 굴절돼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키퍼 조현우가 몸을 날렸지만, 이미 역동작이 걸린 상태인 터라 반응하지 못했다.
다시 승부의 균형이 맞춰지자 울산이 교체 카드를 꺼냈다. 후반 32분 김지현과 야고(브라질)를 동시에 투입했다. 포항 역시 교체를 단행했다. 후반 38분 김인성이 들어갔다. 이후 승부는 연장전으로 향했고,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했던 승부를 포항이 뒤집었다. 연장 후반 7분 김종우의 크로스를 김인성이 문전 앞에서 머리로 방향을 돌려놓으면서 골네트를 출렁였다. 후반 추가시간 4분엔 강현제가 역습 찬스를 맞아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