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이정빈 기자 = 무너진 전통 명가가 살아났다. 지난 시즌 강등 위기에 놓였던 전북현대가 거스 포옛(우루과이) 감독을 만나고 과거 명성을 되찾았다. 포옛 감독은 경기를 치를수록 지도력을 증명하고 있다.
전북은 19일 오후 7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2라운드 포항스틸러스와 원정 경기에서 3-2로 승리했다. 전반전 먼저 두 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후반전 내리 세 골을 터트리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경기 승리한 전북은 리그 17경기, 공식전 21경기 무패를 기록했다.
이 경기는 K리그 상위권 팀 간 맞대결이기도 하지만, 포항으로 이적한 기성용의 첫 경기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날 스틸야드는 기성용의 포항 데뷔전을 보러온 포항 팬들로 가득했다. 스틸야드가 매진된 건 지난해 5월 이후 1년 2개월여만이었다. 그런데 포옛 감독의 전북이 찬물을 끼얹었다.
기성용 효과와 홈 팬 응원에 힘입은 포항이 먼저 전북에 일격을 가했다. 전반 31분 홍윤상이 리그 첫 골이자, 경기 선제골을 기록했다. 이어 전반 43분에는 ‘국가대표 공격수’ 이호재가 환상적인 오른발 중거리 득점을 작렬하며 격차를 벌렸다. 포항과 반대로 전북은 상대 호수비와 골대 불운에 시달리며 전반전을 무득점으로 마쳤다.
포옛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안드레아 콤파뇨(이탈리아)를 빼고 티아고 오로보(브라질)를 투입했다. 이어 후반 16분에는 송민규, 김진규를 대신해 이승우와 이영재를 투입해 공격과 중원에 변화를 줬다. 차츰 공격진을 바꿔나간 포옛 감독의 전략은 후반 18분 티아고의 패스를 받은 이승우가 만회 득점을 올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따라가는 점수를 만든 포옛 감독은 후반 31분에는 강상윤을 부르고 권창훈을 넣었다. 이 변화 역시 득점으로 향했다. 후반 34분 권창훈이 왼발로 올린 크로스를 티아고가 머리로 내리꽂으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교체 투입된 선수들이 연달아 득점을 만들어내면서 포옛 감독의 용병술이 제대로 적중했다. 이후 후반 추가시간 3분 이호재의 자책골이 나오면서 전북이 대역전을 이뤘다.
포항전 승리로 전북은 리그 17경기, 공식전 21경기 연속 무패행진 고지를 밟았다. 2위 대전하나시티즌과 격차를 12점까지 늘렸다. 중상위권 자리를 두고 K리그1 구단 간 피 튀기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지만, 전북은 여유롭게 우승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다. 코리아컵 준결승에 오른 터라, 이번 시즌 ‘더블’을 노려봄 직하다.
지난 시즌 리그 10위까지 떨어지며 승강 플레이오프 수모를 겪었던 전북은 포옛 감독을 만나고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전북 지휘봉을 잡은 포옛 감독은 취임식 당시 “지난 시즌 전북은 최고 수준이 아니었다. 분석과 소통을 통해 노력해서 이번 시즌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라고 자신했다.
시즌 초반에는 다소 삐거덕거렸지만, 포옛 감독은 매 경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특유의 리더십으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 불어 넣으며 분위기를 조금씩 바꿔나갔다. 그리고 4월을 기점으로 전북이 상승 기류를 탔다. 전진우가 한계를 넘었고, 수원FC에서 돌아온 강상윤이 폭풍 성장을 이뤘다. 여기에 계륵이었던 티아고마저 과거 골 감각을 다시 깨우치는 등 포옛 매직이 일어났다.
포옛 감독의 축구는 직선적이며 높은 체력과 적극적인 경합을 요구한다. 점유율을 중요시하고 포지션 파괴가 자주 일어나는 현대적인 축구와는 다른 방향성을 띤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그 팀에 알맞은 전술이다. 전북이 한동안 잃어버렸던 ‘닥공 DNA’를 복원한 포옛 감독이 앞으로 어떤 놀라움을 선사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