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강동훈 기자 = 프로축구 전북 현대 거스 포옛(58·아르헨티나) 감독이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한국 무대를 떠난다. 부임한 지 한 시즌 만이다. 영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포옛 감독은 “다시 한국에 웃으며 돌아올 수 있는 날을 꿈꾸며 전북을 멀리서나마 응원하겠다”고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전북은 8일 보도자료를 내고 포옛 감독의 사임 소식을 알렸다. 전북은 “‘라 데시마(K리그1 통산 10회 우승)’ 달성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포옛 감독이 떠난다”면서 “올 시즌 K리그1과 코리아컵 ‘더블(2관왕)’의 역사를 쓴 포옛 감독이 짧지만 강렬했던 한 시즌을 마치고 지휘봉을 내려놓는다”고 발표했다.
지난 시즌 K리그1 10위로 마쳐 승강 플레이오프(PO)까지 간 끝에 가까스로 잔류했던 전북은 명가 재건을 약속, 올 시즌을 앞두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 사령탑 포옛 감독을 선임했다. 선수 시절 레알 사라고사(스페인)와 첼시, 토트넘(이상 잉글랜드) 등에서 뛴 그는 지도자의 길을 걸으면서 브라이턴 앤 호브 앨비온과 선덜랜드(이상 잉글랜드), AEK 아테네(그리스), 레알 베티스(스페인), 보르도(프랑스), 그리스 축구대표팀 등을 이끌었다.
전북은 특히 사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포옛 감독을 보좌할 코치진에는 무려 15년간 함께 한 마우리시오 타리코(등록명 타노스) 수석코치를 비롯해 불가리스 파나요티스 피지컬코치, 디에고 포옛 분석코치 등도 함께 데려왔다. 포옛 감독의 K리그1 무대 경험에 대한 약점을 보완하고 선수단과의 원활한 가교역할을 위해 정조국 코치와 황희훈 골키퍼코치도 추가 선임했다.
전북 지휘봉을 잡은 포옛 감독은 “아시아와 한국 무대는 지도자로서 새로운 도전이다. 이 도전이 성공할 수 있도록 선수들과 그리고 팬들과 함께 만들어가겠다”며 “축구는 소통과 신뢰가 전술, 전략보다 앞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과 소통하고 팬들에게 신뢰받아 전북이 K리그1 최고의 팀으로 다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취임 소감을 전했다.
포옛 감독은 약속을 지켰다. 동계 전지훈련부터 철저한 식단 관리와 탄탄한 체력 훈련을 바탕으로 팀을 새롭게 재편했고, 잃어버린 ‘승리 DNA’를 회복하면서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며 정상화에 성공하더니 막강한 기세를 이어간 끝에 K리그1 왕좌에 올랐다. 4시즌 만이자 K리그1 최초로 10번째 우승(2009, 2011, 2014, 2015, 2017, 2018, 2019, 2020, 2021, 2025시즌)을 달성했다. 이에 K리그1 감독상을 수상했다.
포옛 감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망라해 한국 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코리아컵 우승까지 일구면서 ‘더블’을 달성했다. 통산 6번째 별(2000, 2003, 2005, 2020, 2022, 2025시즌)을 가슴에 단 전북은 포항 스틸러스와 함께 대회 최다 우승팀에 등극했다. 또 2020시즌 이후 두 번째 ‘더블(2관왕)’을 달성했다. 프로축구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하지만 포옛 감독은 전술, 훈련 등 팀 운영의 핵심 역할을 맡으며 자신과 16년간 수많은 순간을 함께 한 타노스 수석코치의 사임으로 심리적 위축과 부담을 느꼈다. 타노스 수석코치는 최근 주심을 향해 두 눈에 양 검지를 대는 동작을 했다가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로부터 인종차별적 행동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중징계(출장정지 5경기·제재금 2000만원)를 받자, 인종차별 의도가 없는 행동이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물러나기로 했다.
결국 사단 체제로 운영하며 자신의 지도 시스템을 구축해 온 포옛 감독은 조직의 균열로 인한 지도력의 안정성 저하 등을 우려해 고심 끝에 사임 의사를 전했다. 전북은 사임 의사를 전한 포옛 감독에게 다음 시즌에 대한 계획과 타노스 코치의 명예 회복을 위한 노력을 약속하며 만류하였으나 끝내 포옛 감독의 의사를 존중하고 수용하기로 했다.
거취 논의를 마친 포옛 감독은 “애석한 마음으로 떠나게 됐다. 팬들에게 정말 감사했고 제대로 된 인사를 하지 못하고 떠나 죄송하고 안타깝다”며 “팬들과 함께했던 올 시즌은 나의 축구 지도자 인생에서 잊지 못할 역사적인 시간이었다. 우리 팬들이 보여준 열정과 팀에 대한 애정은 내 기억뿐만 아니라 가슴에 진하게 남을 것이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