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적과 동시에 ‘수비전술 핵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맹활약 중인 이주용(인천 유나이티드)은 제2의 전성기가 찾아온 것 같다는 말에 멋쩍게 웃으면서 이렇게 답했다. 지난 1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이랜드FC와 하나은행 K리그2 2025 4라운드 홈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한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서다.
앞서 이주용은 지난 1월 초 FA(자유계약선수) 신분으로 새 팀을 찾던 끝에 인천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2009년 대건고(인천 U-18)에서 잠깐 뛰었다가 지난 2022년 전북 현대에서 뛰던 시절 인천으로 잠시 임대되면서 인천과 연이 있었던 그는 “인천으로 다시 돌아와 감회가 새롭다. 다시 돌아올 운명이었던 것 같다”고 입단 소감을 전했다.
입단하자마자 부주장으로 임명된 이주용은 동계훈련 때부터 구슬땀을 흘리면서 새 시즌을 준비했다. 특히 윤정환 감독은 동계훈련 때 다양한 전술을 준비하는 와중에 이주용에게 핵심적인 역할을 맡겼다. 공격 시엔 백 스리의 왼쪽 스토퍼 역할을 맡겨 후방 빌드업을 주도하도록 주문했고, 수비 시엔 본래 백 포의 왼쪽 풀백 자리로 돌아와 상대 측면 공격수를 봉쇄하도록 지시했다. 이른바 ‘이주용 시프트’였다.
이주용은 개막 후 4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윤 감독이 주문한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김건희, 박경섭을 이끌고 수비라인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다. 그 결과 인천은 4경기 동안 단 2실점밖에 허용하지 않는 ‘짠물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 이주용은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도 정확한 롱패스를 공급하고 있고, 뛰어난 공격적인 능력을 앞세워 때때로 오버래핑을 시도해 위협적인 장면도 만들어내고 있다.
“제가 3년 전에 임대로 왔을 땐 사실 팀에 기여를 많이 못 했었다. 그게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었는데, 다시 돌아와서 꾸준히 기회를 받으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입을 연 이주용은 “감독님께서 추구하시는 스타일이 있으시다. 거기서 저는 수비라인이 백 스리와 백 포를 오갈 때마다 주어진 역할을 맡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격 시엔 수비라인이 백 스리로 전환하는데 이땐 왼쪽 스토퍼로 이동해 후방 빌드업에 많이 가담하고 있고, 수비할 때는 다시 백 포로 전환되는데 이때는 풀백으로서 상대 측면 공격수와 일대일 수비에 집중한다”며 “감독님께서 제가 어떤 임무를 해야 하는지, 또 제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짚어주시니깐 저도 헷갈리지 않고 뭘 준비해야 하는지 알면서 뛰다 보니 좋은 모습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주용을 떠올리면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풀백이다. 실제 윙어로 뛰었던 적이 있었고, 또 윙백으로도 많이 기용됐다. “물론 제가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데, 선수라면 감독님이 원하시는 부분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감독님께서 때때로 제가 공격적으로 오버래핑을 시도하시는 걸 원하실 때가 있다. 그럴 땐 공격적으로 올라간다. 경기를 뛰면서 상황에 맞게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이주용에게 최우선 임무는 90분 동안 수비라인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수비라인을 조율하고, 또 밸런스를 잡아주는 역할이 제겐 우선이다. 공격적인 성향을 내려놓고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려고 한다”는 그는 “(김)건희와 (박)경섭이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이 워낙 좋고, 또 잘해주고 있어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다. 지금처럼 계속 선수들과 소통을 잘해서 실점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한편 인천은 이날 ‘우승 경쟁자’ 서울 이랜드를 꺾으면서 웃었다. “우승하기 위해선 연패는 절대 해선 안 됐는데, 다행히 승리를 통해서 다시 분위기를 바꿔서 기쁘다. 선수들이 정신적인 부분을 특히 신경 써서 준비했는데, 그게 잘 나타나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기쁜 소감을 전한 이주용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서 우승과 함께 승격하고 싶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