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강동훈 기자 =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서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 탈락을 두고 “선수단 내에 불화로 인해 경기력에 영향이 있었다”고 변명한 데에 이어, 그를 바로 옆에서 보좌한 안드레아스 헤어초크(오스트리아) 전 수석코치 역시도 패인을 ‘선수 탓’으로 돌렸다.
헤어초크 전 수석코치는 18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크로넨 자이퉁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중요한 경기인 요르단전 전날 저녁, 내부에서 세대 갈등이 벌어졌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매우 감정적인 둘의 충돌로 인해 분위기에 악영향을 끼쳤고, 몇 달 동안 공들여 쌓아온 모든 것이 단 몇 분 만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앞서 클린스만호는 지난 7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3 AFC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후반 8분과 21분 각각 야잔 알나이마트(알아흘리)와 무사 알타마리(몽펠리에)에게 연속 실점을 헌납하면서 0-2로 완패했다. 패배한 클린스만호는 결승으로 가는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64년 만의 아시아 최정상을 향한 계획이 무산됐다.
그야말로 ‘충격적인’ 결과에 대한민국 축구 팬들은 분개했고, 일부 팬들은 말을 잃었다. 이런 와중에 손흥민과 이강인이 요르단전 전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언쟁을 벌이더니, 급기야 주먹다짐이 오가는 등 물리적 충돌을 했다는 일명 ‘핑퐁 게이트’까지 보도되면서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특히 해당 보도가 나온 후 대한축구협회(KFA) 관계자가 “선수들이 다툼을 벌였다는 보고를 받은 건 사실”이라며 “일부 어린 선수들이 탁구 치러 가려는 과정에서 손흥민과 마찰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 탈구 부상을 당했다”면서 선수단 내부 갈등을 인정하자 여론은 더 들끓었다.
결국 KFA는 급하게 전력강화위원회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선수단 관리를 제대로 못 한 클린스만 전 감독에게 책임을 묻고 경질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어 이튿날 정몽규 KFA 회장은 클린스만 전 감독 해임을 발표했다. 다만 클린스만 전 감독은 “선수단 내에 불화가 있었고 그로 인해 경기력에 영향이 있었다”고 변명하는 등 끝까지 추한 모습만 남긴 채 떠났다.
추한 건 클린스만 전 감독만이 아니었다. 그와 오랜 시간 동행을 해온 헤어초크 전 수석코치도 마찬가지였다. 헤어초크 전 수석코치 역시 요르단에 완패한 원인을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로 돌렸다. 감독을 바로 옆에서 보좌하면서 훈련을 전체적으로 지휘하고 전술을 구상해야 하는 수석코치가 제 역할은 다하지도 못한 채 그저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로 인해 패했다고 밝히면서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더불어 헤어초크 전 수석코치는 “정몽규 회장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컸다. 그는 우리를 항상 지지했지만 결국 포기해야 했다”고 강조하면서 “지난 몇 달 동안 언론이 무조건 부정적인 모습을 드러내려 했다. 그러면 결국 찾아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대한민국을 비꼬기까지 했다.
헤어초크 전 수석코치는 클린스만 전 감독이 지난 2011년부터 5년 동안 미국 축구대표팀을 맡았을 당시 최측근에서 보좌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미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과 이스라엘 축구대표팀 감독, FC 아드미라 바커 뫼들링 감독, 오스트리아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 등을 지냈고 지난해 클린스만 전 감독의 부름을 받고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수석코치로 합류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