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이현민 기자 = 울산 HD의 수장 김현석 감독이 현역 시절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던 故 유상철 감독 이야기를 꺼냈다.
울산은 지난달 28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펼쳐진 강원FC와 하나은행 K리그1 2026 1라운드 홈 개막전에서 야고(2골)와 이희균의 연속골을 앞세워 3-1 승리를 거뒀다.
레전드인 김현석이 울산 팬들 앞에서 첫선(K리그1)을 보이는 자리였다. 선수단은 지난 시즌과 달라진 파괴력 넘치는 모습으로 골 잔치를 벌이며 김현석 감독에게 데뷔전 승리를 선물했다.
울산은 오는 7일 FC서울과 2라운드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16강 일정으로 연기(미정)됐다. 이로 인해 강원전 이후 15일 부천FC 원정까지 약 2주 동안 휴식 및 재정비 시간을 갖게 됐다.
울산은 2026시즌부터 매주 ‘미디어 인포메이션 리소스’를 발간해 직전 라운드 경기 리뷰(세부 기록·심층 분석)로 차별화된 자료를 배포하고 있다. 더불어 한 주간 선수단 운영 일정과 부상 현황도 제공된다.
3월 첫째 주 울산은 ▲ ‘전설이 전설에게’ 김현석의 울산, 개막전 승리로 故 유상철을 기리다를 공개했다.
울산 사령탑 데뷔전에서 승리한 김현석 감독이 하늘에서 환하게 웃고 있을 유상철 감독에게 보낸 특별한 메시지가 담겼다.
‘94경기 중 단 한 번의 기적... 김현석 감독이 첫 승 후 비로소 꺼낸 ‘유상철’이라는 이름.‘
울산 김현석 감독이 강원전 승리 직후, 그동안 가슴 한편에 소중히 갈무리해 두었던 고백을 꺼냈다. 지난해 12월 사령탑 부임 당시 진행했던 인터뷰 중 차마 다 공개하지 못하고 아껴두었던 대목, 바로 영원한 동료이자 그리운 벗인 故 유상철 감독에 대한 이야기였다. 김 감독은 감독으로서 거둔 값진 첫 승리의 기쁨을 안고서야 비로소 그와 나누었던 푸른 추억을 팬들 앞에 조심스럽게 펼쳐 보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30여 년 전, 울산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처음 만났던 그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 울산에서 전설의 서막을 알린 김현석 감독과 1994년 운명처럼 합류한 유상철 감독은 도합 ‘6시즌 동안 94경기’를 함께 누비며 울산의 황금기를 일궜다.
수많은 승리의 순간을 공유했던 두 사람이지만, 공식 기록지에 서로의 이름이 나란히 새겨진 순간은 놀랍게도 단 한 번뿐이었다. 1995년 4월 5일 LG 치타스와의 아디다스컵 경기, 후반 29분이었다. 김현석이 페널티박스 외곽 측면에서 정교하게 올려준 크로스를 유상철이 페널티킥 지점 좌측에서 포착해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 장면은 두 전설이 94경기를 함께 뛰며 만들어낸 처음이자 마지막 합작 골이었다. 울산 축구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가 시작되는 그 찰나의 순간, 두 사람은 이미 서로의 운명을 예견한 듯 완벽한 호흡을 선보였다.
이후 울산은 두 사람의 헌신적인 활약에 힘입어 1996년 역사적인 첫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또한 1997년 김현석, 1998년에는 유상철이 차례로 K리그 득점왕에 등극하며 울산은 명실상부한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90분 내내 서로를 믿고 의지했던 그들의 시간은 여전히 울산 축구 역사의 가장 빛나는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이제는 홀로 벤치를 지키며 팀을 이끄는 사령탑이 된 김 감독은 첫 승의 환호가 잦아든 순간, 가슴 속 깊이 간직해온 그리움을 나직이 전했다.
김현석 감독은 “함께 뛰었던 그 시절의 기억이 너무나 선명하다. (유)상철이는 늘 제 머릿속에, 그리고 가슴속에 살아있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상철이와 늘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이 팀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문수축구경기장의 밤하늘 아래, 김 감독은 여전히 푸른 유니폼을 입고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던 그 시절의 유상철 감독과 소리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94경기 중 단 한 번뿐이었던 그 기적 같은 합작 골의 기억이, 이제는 울산의 새로운 시작을 가장 단단하게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
유상철 감독은 췌장암 투명 끝에 2021년 6월 7일 유명을 달리했다. 아홉 시즌 동안 울산 유니폼을 입고 142경기를 뛰며 K리그(1996, 2005), 슈퍼컵(2006), A3 챔피언스컵(2006) 정상을 이끌었다. 2005년 울산에서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찍은 레전드다.
울산은 고인을 기리기 위해 문수축구경기장 내 S8 기둥 뒤편에 ‘헌신과 기억의 벽’ 공간을 마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