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강동훈 기자 = 한국 축구를 이끌 새 수장으로 선임된 홍명보 감독이 축구대표팀 핵심 선수들과의 면담 일정을 마친 후 오는 24일 귀국할 예정이다.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에 이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재성(마인츠)과 만남을 가진 홍 감독은 황인범과 설영우(이상 츠르베나 즈베즈다)까지 만난 후 귀국하는 일정이다.
22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홍 감독은 영국에서 손흥민을 만난 후 독일로 건너가 김민재와 이재성을 만났다. 그리고 세르비아로 이동해 황인범과 설영우를 만난 후 돌아온다.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홍 감독은 새롭게 부임한 만큼 앞으로 축구대표팀을 어떻게 운영할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을 거로 예상되고 있다.
홍 감독은 지난 13일 공식적으로 한국 축구 새 수장으로 선임됐다. 당초 지난 2월부터 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 후보로 거론됐을 때마다 확고하게 거절 의사를 내비쳤지만, 끝내 마음을 바꿔 10년 만에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홍 감독은 지난 2013년 6월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H조 4위(1무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자 경질됐다.
홍 감독이 선임되자 여론은 들끓었다.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축구협회가 돌고 돌아 결국 국내 감독을 선임한 데다, 선임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의혹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홍 감독 역시 절대로 떠나지 않겠다고 못 박으면서 울산HD 팬들을 안심시키고도 단 몇 시간의 면담 이후 마음을 바꿔 비판을 받았다.
날이 갈수록 여론의 불만이 커진 데다, 정치권에서 축구협회의 졸속 행정을 비판하고 문화체육부가 조사하겠다고 나섰지만, 홍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15일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으로 갈 계획”이라며 “유럽파 선수들을 만날 기회가 생기면 일정이 늦어질 수도 있다”며 외국인 코치 선임 업무차 지난 15일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이후 홍 감독은 외국인 코치 선임 업무를 진행하면서 손흥민을 만났고, 이어 김민재, 이재성, 황인범, 설영우와 만남을 가졌다. 유럽 출장에 통역을 담당한 수행 직원과 동행했지만, 선수들과 만날 땐 단둘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에 따르면 홍 감독은 오는 24일 귀국한 후 본격적으로 축구대표팀 코칭스태프를 꾸릴 예정이다.
한편 축구협회는 홍 감독 선임을 둘러싼 의혹과 비판이 쏟아지자, 결국 직접 진화에 나섰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Q&A’ 방식으로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 선임 과정을 시간 순서에 따라 설명하며 사령탑 선임의 절차에 문제점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해명에 가까운 말들만 늘어놨다.
현재 제시 마시(미국) 감독과 협상이 결렬된 이유에 대해선 “국내 거주 요건과 세금이 문제였다”며 “화상과 대면 면담을 통해 1순위로 협상이 진행됐다. 초반에는 연봉 규모나 국내 거주 요건에 대해 호의적이었지만 소득세율 등 세금 문제로 협상이 지연됐다. 최종적으로 국내 거주 문제와 세금 문제로 감독직 제안을 포기한다는 회신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홍 감독이 제대로 된 평가 과정 없이 선임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외국인 후보들은 면담 일정이 순조롭게 잡혔고, 두 명의 외국인 후보의 우선순위도 결정하고 계약 조건에 대해 조율도 했다”며 “다만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후보자들이 설명하는 게임 모델 검증이나 전술적 선택들이 축구협회의 기술철학가 접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확신이 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홍 감독을 만났는데, 면담이 진행되지 않으면 외국인 지도자 중 우선순위 감독과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며 “이 기술총괄이사는 홍 감독과 면담을 통해 축구대표팀 운영 방안, 기술철학 각급 축구대표팀 연계에 대해 대화하고, 그에 대한 협력과 실행 의지 등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홍 감독에게 감독직을 제의했다”고 덧붙였다.
축구협회는 또 이 기술총괄이사가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모든 권한을 주었기에 이번 결정은 저 스스로 했다”는 발언에 대해선 “정 회장은 이 기술총괄이사가 최종 후보 세 명을 유럽에서 만나 면담·검증을 이어나가겠다고 하자 ‘TD의 판단을 믿을 것이며 선택에 동의하겠다’고 했다. 최우선 후보자 결정에 자기 의견을 제시하거나, 지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밝힌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후 이 기술총괄이사가 유럽에서 면담 후에 정 회장에게 결과 보고를 하겠다고 했을 때에도 정 회장은 ‘최종적으로 누구로 정했는지, 나에게 직접 보고할 필요 없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에 이 기술총괄이사는 최종후보 3명 중 홍 감독을 선임하기로 한 후 김정배 축구협회 상근부회장에게 뜻을 전달하면서 계약 진행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