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강동훈 기자 = 완장을 차고 있는 크리스티안 로메로(27·토트넘)가 주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로메로로 인해서 ‘캡틴’ 손흥민(33·로스앤젤레스 FC)의 리더십과 의사소통 능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24일(한국시간) 영국 매체 풋볼 팬캐스트에 따르면 토트넘이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6승4무7패, 승점 22로 14위까지 떨어지면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주장단의 리더십 부재가 지적되고 있다. 특히 올 시즌 새롭게 주장으로 선임된 로메로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매체는 “최근 리버풀전 패배는 로메로가 완장을 차기에 적합한 선수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알렉스 크룩 기자는 심지어 로메로를 두고 ‘토트넘의 모든 문제점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까지 칭하며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냈다”며 “물론 다소 가혹한 평가였고 ‘완전한 골칫거리’라고까지 표현한 것은 더욱 그랬다. 하지만 로메로가 침착함을 잃고 동료들을 안정시키는 데 부족한 점이 있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로메로는 지난 21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버풀과 EPL 17라운드 홈경기에서 퇴장을 당했다. 후반 21분 위고 에키티케가 헤더슛으로 득점할 당시 뒤에서 자신을 밀었다는 이유로 심판에게 강하게 항의하다가 경고를 받은 그는 후반 추가시간 2분 이브라히마 코나테와 공중볼 경합 도중 넘어지며 엉켰는데, 이때 스스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더니 코나테를 발로 차면서 경고를 받아 경고 누적 퇴장당했다.
토트넘 팬들은 결국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나온 불필요한 동작으로 경고를 또 받으면서 경고 누적 퇴장당한 로메로에게 큰 실망감을 드러내면서 비판을 쏟아냈다. 한 팬은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는 로메로는 주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팬 역시 “로메로의 행동들을 보면 주장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손흥민이 주장이었을 때가 그립다”고 말했다.
풋볼 팬캐스트도 “손흥민은 지난 시즌 토트넘을 이끌고 오랜 무관을 깨면서 우승 가뭄을 끝냈다. 어쩌면 로메로는 손흥민의 후임으로 완장을 찬 적임자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며 “손흥민은 지난여름 떠났고, 로메로는 주장으로서 손흥민만큼의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최근 그의 퇴장은 이를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로메로가 주장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건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 로메로는 지난달 27일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끝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5차전 파리 생제르맹(PSG)과 원정경기에서 3대 5로 패한 직후 먼 길을 응원하러 온 토트넘 팬들에게 인사하지 않고 라커룸으로 향해 질타를 받았다.
리더십만 부족한 게 아니라 로메로는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 선수단과 의사소통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는 것이 드러났다. 이른바 ITK(In The Know)로 불리며 토트넘 내부 소식에 정통한 폴 오 키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로메로는 영어가 서투르다”며 “토트넘에는 현재 제대로 된 리더가 없다. 요즘 시대에 뒤떨어진다고들 하지만 성공하기 위해선 항상 좋은 리더가 있기 마련”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손흥민의 리더십이 새삼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다시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주장으로 선임됐을 당시 모든 선수를 한데로 똘똘 뭉치게 만들면서 기강을 바로잡고, 불화가 없는 라커룸을 만들었다. 특히 영어를 원어민처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그는 선수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또 독일어도 능통해 티모 베르너가 처음 토트넘에 입단했을 때 독일어로 먼저 말을 걸어주면서 소통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손흥민이 있을 때는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지 않고 곧장 라커룸으로 향하는 일은 절대 없었다. 손흥민은 항상 직접 선수단을 이끌고 팬들 앞으로 다가가 인사했다. 일부 선수들이 팬들의 야유에 분노하면서 인사하지 않으려고 할 때도 직접 팬들 앞으로 데려가서 인사시켰다.
손흥민의 뛰어난 리더십은 이미 동료들로부터 극찬을 받아 증명된 사실이다. 브레넌 존슨은 “라커룸이나 일상에서는 대화가 잘 통하는 훌륭한 리더”라고 높게 평가했고, 파페 사르는 “적응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 최고의 주장”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손흥민에게 주장을 맡겼던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진정한 리더십의 자질을 갖춘 최고의 선수”라고 칭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