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강동훈 기자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가 잉여 자원 처분에 애를 먹고 있다. 전력 외로 분류된 안토니(25·브라질)를 매각하기 위해 레알 베티스(스페인)와 협상을 이어오던 찰나 끝내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렬됐다. 레알 베티스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안토니 이적제안을 전격 철회했다.
30일(한국시간) 유럽 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 기자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한 바에 따르면 레알 베티스는 공식 성명을 내고 “안토니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우리는 이적제안을 철회했다”면서 “안토니의 이적료와 맨유가 선수에게 지불해야만 하는 금액을 감당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겨울 안토니를 임대 영입해 쏠쏠하게 활용했던 레알 베티스는 안토니와 동행을 계속 이어가고자 올여름 맨유와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맨유에서 거듭 부진하면서 거센 비판을 받았던 안토니는 레알 베티스 유니폼을 입고 모든 대회에서 26경기 동안 9골·5도움을 올리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레알 베티스는 다만 협상이 순탄치 않았다. 거액의 이적료를 지출할 여건이 안 되는 상황에서 맨유가 안토니의 몸값으로 5770만 유로(약 937억 원)를 책정한 탓이었다. 안토니를 영입할 당시 9500만 유로(약 1543억 원)를 투자했던 맨유는 절반 이상은 회수하고자 이를 고수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레알 베티스에 유리하게 흘러갔다. 안토니에게 관심을 보이는 구단은 있었지만 정작 영입하려는 구단은 나타나지 않았고, 여름 이적시장 마감일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초조해진 맨유는 어쩔 수 없이 안토니의 몸값을 낮춰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결국 레알 베티스는 이적료 2500만 유로(약 406억 원)에 보너스 옵션 300만 유로(약 48억 원)를 더하는 형태로 원칙적인 합의를 맺었다. 또 50%의 셀온 조항(추후 선수가 이적할 때 벌어들인 이적료 수익 일부를 원소속팀에 주는 계약 조건)도 포함됐다. 단 셀온 조항은 레알 베티스가 안토니를 2500만 유로 이상에 매각했을 때 발동되는 조건으로 알려졌다.
구단 간 합의가 마무리되면서 안토니는 금주 안으로 메디컬 테스트 등 이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보상금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레알 베티스는 600만 유로(약 97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잔여 연봉 지급을 두고 맨유가 지불하거나 안토니가 이를 포기해야만 최종적으로 계약을 맺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더니 이적제안을 철회했다.
레알 베티스는 이적제안을 철회하긴 했으나 아직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다. 다만 맨유가 안토니와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영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여름 이적시장 기간이 며칠 남지 않은 가운데 안토니가 레알 베티스 유니폼을 다시 입을지, 아니면 맨유에 잔류할지 결국 모든 건 맨유의 결정에 달렸다.
안토니는 2018년 상파울루(브라질)에서 프로에 데뷔한 후 아약스(네덜란드)를 거쳐 2022년 맨유에 입단했다. 당시 맨유 지휘봉을 잡고 있던 ‘은사’ 에릭 텐 하흐 감독의 부름에 응하면서 새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몸싸움이 거칠고 템포가 빠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긴 부진에 빠졌고 결국 지난겨울 레알 베티스로 임대를 떠났다.
임대는 ‘신의 한 수’였다. 커리어 처음으로 스페인 라리가 무대에 입성한 안토니는 적응 기간 따로 없이 맹활약을 펼치며 단숨에 핵심으로 도약했다. 당초 맨유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만 줄곧 보여줘 ‘먹튀 오명’까지 쓰며 위기에 놓였던 터라 큰 기대감이 없었지만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며 부활의 날개짓을 펼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