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Getty

엇갈린 정몽규·클린스만…선임 과정 ‘의혹’ 계속

[골닷컴] 강동훈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궁지에 몰렸다. 최근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하게 된 배경을 세세하게 공개하면서다. 정 회장은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전 감독 선임 때와 똑같은 절차로 진행했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클린스만 전 감독은 정 회장에게 농담조로 건넸던 말이 진지한 대화로 이어지면서 지휘봉을 잡게 됐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지난 16일 클린스만 전 감독의 경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사퇴할 의사는 없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벤투 전 감독 선임 때와 같이 똑같은 선임 프로세스를 거쳤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벤투 전 감독의 경우에도 2순위 후보가 답을 미루거나 답을 안 하고 3순위로 결정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할 때도 61명에서 23명으로 좁혀지고 최종으로 마이클 뮐러(독일)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5명으로 정했다. 이후 인터뷰를 했고 우선순위 1, 2위를 2차 면접했고 클린스만 전 감독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클린스만 전 감독이 지난달 독일 슈피겔과 한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열렸을 당시 정 회장과 만남을 가진 후 몇 차례 대화를 나눈 끝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당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던 벤투 전 감독이 계약 만료로 떠나는 게 확정된 상황 속에서 정 회장에게 다가가 “새로운 감독을 찾고 있냐”며 농담조로 말했는데, 정 회장이 “진심이냐”고 되물으면서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이후 정 회장과 클린스만 전 감독은 다음 날 카타르 도하의 한 호텔에서 커피를 마시며 구체적으로 논의를 나눴다.

정작 클린스만 전 감독은 이 자리에서 “스트레스는 받지 말고,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니깐 해본 말이다. 정말 관심이 있으면 연락 달라”고 말했는데, 정 회장은 몇 주 뒤 직접 연락을 건넸고 결과적으로 클린스만 전 감독은 지난해 3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뒷이야기를 전하면서 “농담에서 모든 일이 시작됐던 것”이라고 다시 한번 더 강조했다.

만약 클린스만 전 감독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 회장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선임 프로세스를 무시하고, 오롯이 클린스만 전 감독과의 개인적인 인연 하나만으로 선임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정 회장은 공식 면접이 아닌 사적으로 클린스만 전 감독을 만나서 논의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임 프로세스를 벗어난 독단적인 행위에 가깝다.

더구나 이미 전력강화위원들이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을 30분 전에 통보를 받았고, 후보군을 듣지도 못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여러 가지 정황을 놓고 봤을 때 정 회장이 “벤투 전 감독 선임 때와 같이 똑같은 선임 프로세스를 거쳤다”고 해명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을 떠나 거짓에 가깝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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