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용인] 강동훈 기자 = 지난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팔레스타인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 홈경기였다. 당시 붉은악마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축구협회의 행정 난맥상과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일은 것에 대한 싸늘한 팬심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결국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주요 선수들이 나섰다. 태극전사들이 안방에서 열렬한 응원을 받고 뛰길 바라기에 야유보단 응원을 해달라고 팬들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손흥민은 “속상하다”고 심정을 고백한 후 “주장으로서 팬분들에게 많은 응원과 성원을 부탁드리는 게 지금 제가 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강인 역시 “솔직히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안타깝고 아쉽다. 감독님이 부임한 후 첫 경기였는데 응원보다 야유가 많아서 너무 안타깝다”고 감정을 솔직하게 전한 후 “팬분들께서 분명 화가 나시는 부분이 있겠지만, 앞으로는 (야유보단) 더 많은 응원과 관심을 보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다만 팬들이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는데도 불구하고 정 회장이 고개를 숙이지 않은 데다, 4선 도전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 축구협회를 향한 팬들의 비판·비난은 계속 폭주했다. 자연스레 이날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라크와 아시아 3차 예선 B조 4차전 홈경기에서도 팬들이 정 회장과 홍 감독을 향해 야유를 쏟아낼 거로 전망됐다.
하지만 예상 외로 이날 용인미르스타디움은 조용했다. 손흥민과 이강인 등 태극전사들의 간곡한 부탁을 팬들이 귀 기울이며 들은 것이다. 실제 킥오프를 30분여 앞두고 선수단 소개 영상이 나왔는데, 이 과정에서 장내 아나운서가 홍 감독의 이름을 호명하자 축구 팬들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또 응원석에서 별도의 비판 걸개가 걸리지도 않았다.
홍 감독에 이어 정 회장을 향한 야유도 크게 없었다. 팔레스타인전 당시만 하더라도 붉은악마는 ‘현대쩌리’ ‘한국 축구의 암흑시대’ ‘축협 느그들 참 가지가지 한다’ ‘정말 해도해도 너무 한다’ 등 정 회장을 향한 수위 높은 비난의 메시지가 담긴 걸개를 걸었고, 이어 일제히 “정몽규 나가”라고 외치며 원성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날은 걸개도 걸지 않았고 조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