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가 만 17세 신예 미드필더 가비의 1골 1도움 활약에 힘입어 엘체 상대로 3-2 신승을 거두었다. 가비는 이 경기 골로 이번 시즌 유럽 5대 리그 선수들 중 최연소 득점자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바르사가 캄프 누 홈에서 열린 엘체와의 2021/22 시즌 프리메라 리가(이하 라리가) 18라운드에서 고전 끝에 3-2로 승리했다. 그 중심엔 바로 바르사가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만 17세 미드필더 가비가 있었다.
이 경기에서 바르사는 다이아몬드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최전방 공격수로 유스 출신 페란 유트글라가 위치했고, 압데사마드 에잘줄리와 우스망 뎀벨레가 좌우에 서면서 공격 스리톱을 형성했다. 가비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진했고, 수비형 미드필더 세르히오 부스케츠를 중심으로 조르디 알바와 프렝키 데 용이 역삼각형 형태로 중원을 구축했다. 에릭 가르시아를 중심으로 클레망 랑글레와 로날드 아라우호가 스리백을 형성했고, 골문은 마르크-안드레 테어 슈테겐 골키퍼가 지켰다.
buildlineup.com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빠지면서 에잘줄리와 유트글라 같은 유스 선수들이 대거 선발 출전할 수 밖에 없었던 바르사였다. 사실 가비도 이번 시즌 3라운드부터 줄곧 1군에서 뛰고 있긴 하지만 원 소속은 바르사 B팀(2군)이다. 교체 출전한 니코와 발데 역시 B팀 소속인 건 매한가지다.
게다가 바르사는 최근 공식 대회 3경기에서 1무 2패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부진에 빠져있었다.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에선 2승 1무 3패 E조 3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고, 라리가 순위도 어느덧 8위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이래저래 구단 역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위기에 직면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번 엘체전은 달랐다. 가비를 중심으로 유스 선수들이 힘을 발휘하면서 바르사가 시종일관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이는 기록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바르사가 점유율에서 73대27로 크게 우위를 점했고, 슈팅 숫자에선 19대5로 엘체보다 4배 가까이 많았다. 심지어 바르사는 5회의 코너킥을 얻는 동안 상대에게 단 하나의 코너킥도 허용하지 않았다.
바르사는 15분경, 뎀벨레의 코너킥을 유트글라가 헤딩골로 연결하면서 이른 시간에 기선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서 18분경에 랑글레의 전진 패스를 받은 가비가 돌아서는 동작으로 상대 선수 한 명을 따돌리고선 드리블로 치고 가다가 수비 한 명까지 제치고선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 골을 성공시켰다. 유트글라와 가비, 두 선수 모두에게 있어 기분 좋은 데뷔골이었다.
이후에도 바르사는 가비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공격을 감행하면서 추가 골 사냥에 나섰다. 하지만 21분경 가비의 센스 있는 로빙 슈팅은 골대를 살짝 넘어갔고, 27분경엔 뎀벨레의 전진 패스를 받은 유트글라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대로 전반전은 바르사가 2-0 리드를 잡은 채 마무리됐다.
엘체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중앙 미드필더 이반 마르코네와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호산을 빼고 중앙 미드필더 헤라르드 굼바우와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테테 모렌테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변화를 가져왔다. 이어서 후반 15분경엔 왼쪽 측면 미드필더 피델과 중앙 미드필더 오마르 마스카렐 대신 중앙 미드필더 라울 구티와 공격수 페레 미야를 투입하면서 공격 강화에 나섰다.
이는 주효했다. 후반에도 바르사의 공세가 이어졌으나 후반 5분경 가비의 슈팅이 골대를 살짝 빗나갔고, 후반 12분경 가비의 패스에 이은 유트글라의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위기를 벗어난 엘체는 후반 16분경에 최전방 공격수 루카스 보예가 사이드 라인에 걸친 볼을 살려내면서 땅볼 크로스를 연결한 걸 모렌테가 받아선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추격하는 골을 넣었다. 이어서 곧바로 2분 뒤에 굼바우가 측면으로 기렉 넘겨준 걸 모렌테가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먼포스트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미야가 헤딩 슈팅으로 골을 추가하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다급해진 바르사는 후반 27분경에 유트글라와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데 용을 빼고 니코와 리키 푸츠를 교체 출전시켰다. 이 역시 주효했다. 니코는 투입된 지 단 2분 만에 연달아 위협적인 슈팅을 연결했으나 첫 슈팅은 상대 수비수가 골 라인 바로 앞에서 걷어냈고, 이어진 리바운드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비록 첫 득점 찬스를 놓쳤으나 그는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 가비의 컷백(대각선 뒤로 내주는 패스)을 니코가 받아선 수비보다 반박자 빠르게 슬라이딩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키며 3-2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가비는 이 경기에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4회의 슈팅을 가져가면서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득점 사냥에 나섰다. 패스 성공률은 97%로 선발 출전한 필드 플레이어들 중 가장 높았고, 찬스메이킹도 2회를 동료들에게 제공해주었다. 드리블 돌파도 2회를 성공시키면서 공격 전반에 걸쳐 높은 영향력을 행사한 가비이다.
Squawka Football무엇보다도 그는 만 17세 135일의 나이에 골을 넣으면서 이번 시즌 유럽 5대 리그(UEFA 리그 랭킹 1위부터 5위까지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1부 리그가 이에 해당한다) 최연소 득점 기록을 수립했다.
지난 10월에 있었던 UEFA 네이션스 리그 결선을 통해 스페인 역대 최연소 A매치 출전 기록을 세우면서 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그는 이탈리아와의 준결승전에서 월드 클래스급 미드필더 마르코 베라티를 꽁꽁 묶으면서 바르사를 넘어 스페인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이를 기점으로 스페인이 치른 A매치 4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하면서 만 17세의 어린 나이에도 루이스 엔리케 대표팀 감독의 신뢰를 한 몸에 얻고 있는 가비이다.
비록 현재 바르사는 암흑기라는 평가를 듣고 있으나 부상 중인 안수 파티와 페드리를 비롯해 가비, 니코, 아라우호 같은 어린 선수들이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기에 이들을 주축으로 재건에 나서야 한다. 이번 엘체전에 골을 넣은 세 선수는 모두 B팀 소속이라는 점은 바르사 입장에서 그나마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시즌 급성장한 가비의 존재는 암울한 바르사에게 있어 한 줄기 빛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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