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용인] 강동훈 기자 = “이번 대회는 수비수들의 전반적인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며 다양한 실험을 예고한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첫 경기부터 백 스리 전술을 실험했다. 홍 감독의 백 스리 전술 실험은 결과적으로는 성공이었다.
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7일 오후 8시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이동경(김천)과 주민규(대전), 김주성(서울)의 연속골을 앞세워 중국을 3-0으로 대파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역대 중국과 상대 전적이 24승13무2패가 되면서 격차를 더 벌렸다. 특히 최근 6연승 포함 7경기 무패를 이어갔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약 1년 앞둔 시점에서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을 K리그와 J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았다. 지난해 7월 부임한 이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유럽파들을 중용했던 터라 K리그와 J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에겐 비교적 많은 기회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이재성(마인츠), 황인범(페예노르트),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유럽파가 가세했을 때 공격진과 중원 라인은 어느 정도 구색이 갖춰졌지만,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와 설영우(즈베즈다)를 제외하곤 수비라인은 아직 갖춰지지 않아 홍 감독은 수비수들의 기량을 점검하는 데 중점을 뒀다.
“수비진은 내년 월드컵 본선에 같이 갈 가능성이 있는 젊은 선수들로 구성했다”는 홍 감독은 “이번 대회는 물론이고, 이번 대회를 마치고 나서도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그는 이날 박진섭(전북)을 중심으로 좌우에 각각 김주성과 박승욱이 위치한 백 스리 대형을 꺼내 들었다. 좌우 윙백엔 각각 이태석(이상 포항)과 김문환(대전)이 나섰다.
백 스리 중앙에 위치한 박진섭이 전체적인 수비라인을 조율한 가운데 김주성과 박승욱은 박진섭과 수시로 소통하면서 중국의 공격을 틀어막았다. 중국이 좌우로 넓게 벌려 공격을 펼치면 김주성과 박승욱 역시 간격을 벌려 따라갔고, 중국이 좁게 공격을 전개하면 김주성과 박승욱은 간격을 좁혀 촘촘하게 대형을 유지했다.
좌우 윙백으로 나선 이태석과 김문환은 폭넓게 움직임을 가져갔다. 공격할 땐 높은 위치까지 과감하게 오버래핑을 시도하면서 공격 숫자를 늘리는 데 집중하고, 또 크로스나 마무리 패스로 공격을 도왔다. 수비 시엔 재빠르게 내려와서 각각 김주성과 박승욱의 옆에 위치해 백 파이브 대형을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홍 감독의 백 스리 전술은 적중했다. 물론 상대가 약체인 중국이라는 점을 감안해야지만 이날 클린시트(무실점)를 기록하며 승리했다. 특히 중국은 슈팅을 제대로 때리지 못할 정도로 한국의 수비라인을 뚫는 데 고전했다. 백 스리로 후방이 안정화되자 전방에 위치한 공격수들도 마음 편히 자유롭게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