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이정빈 기자 = 다니엘 레비(63·잉글랜드) 회장이 토트넘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토트넘은 5일(한국 시각)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레비 회장이 25년간 맡아온 회장직을 내려둔다. 구단은 승계를 위해 지난 몇 달 동안 여러 고위 임원을 임명했다. 비나이 벤카테샴이 최고경영자(CEO)가 됐고, 남녀팀 감독도 선임했다”라며 “피터 차링턴이 이사회에 합류해 새로 신설된 비상임 회장직을 맡을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회장 자리에서 물러선 레비 회장은 “경영진, 모든 직원과 함께 만든 업적이 자랑스럽다. 우리는 토트넘을 최고 수준에서 경쟁하는 세계적인 구단으로 만들었다. 더 나아가, 공동체를 만들었다”라며 “지난 몇 년간 응원해 주신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항상 순탄했던 건 아니지만,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라고 말했다.
레비 회장은 그야말로 토트넘 역사의 산증인이다. ENIC 그룹 상무이사였던 그는 2001년 ENIC 그룹이 토트넘을 인수하면서 회장으로 임명됐다. 세계적인 명문 대학인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신인 레비 회장은 철저한 비즈니스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토트넘을 키워나갔다.
중위권에 그쳤던 토트넘은 레비 회장 아래서 빠르게 성장했다. 2005-06시즌 마틴 욜(69·네덜란드) 감독 체제에서 5위까지 오르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빅클럽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2007-08시즌에는 잉글리시풋볼리그(EFL) 컵 우승을 차지하며 첫 트로피를 가져오기도 했다. 2009-10시즌에는 해리 레드넵(78·잉글랜드) 감독이 구단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로 이끌며 빅4 체계를 무너트렸다.
레비 회장이 영입한 루카 모드리치(39·AC 밀란), 개러스 베일(36), 저메인 데포(42·이상 은퇴) 등이 주축을 이뤄 토트넘이 승승장구했다. 특유의 끈질긴 협상으로 좋은 선수들을 저렴한 이적료로 데려오거나, 기존 선수들을 값비싸게 매각하는 등 이름을 널리 알렸다. .
가장 큰 업적은 2019년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 개장이다. 토트넘은 전 홈구장인 화이트 하트 레인이 낡은 데다, 좌석 수도 부족해 상업적으로 큰 이익을 얻지 못했다. 이에 레비 회장은 새 홈구장을 짓기로 했고, 2019년 오랜 염원이 이뤄졌다. 6만 석이 넘는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은 토트넘 구단 이익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세계적인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올해 1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토트넘은 2024년에 9번째로 많은 돈을 벌어들인 축구단이다. 총 6억 1,500만 유로()를 손에 넣었다. ‘딜로이트’는 토트넘에 관해 “최근 몇 년간 브랜드 활성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상업 수익을 창출한 덕분에 토트넘이 상위 10위 자리를 지켰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동시에 어두운 부분도 있었다. 잦은 감독 경질로 팀의 성장을 방해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토트넘은 지난 25년 동안 16명이나 되는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욜, 레드넵, 안드레 빌라스보아스(47·포르투갈), 마우리시오 포체티노(53·아르헨티나), 주제 무리뉴(62·포르투갈), 안토니오 콘테(56·이탈리아), 엔지 포스테코글루(60·호주) 감독 등이 팀을 맡았다. 이 중에서 포체티노 감독을 제외하면 5년을 넘긴 지도자가 없다.
또한 2010년대 후반부터는 이적시장마다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과거에는 끈질긴 협상이 이적료를 깎는 데 도움을 줬지만, 이제는 통하지 않았다. 잭 그릴리쉬(29·에버튼), 브루누 페르난데스(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베레치 에제(27·아스널) 등을 영입 직전에 잃으면서 팬들은 레비 회장이 떠나길 바랐다. 더군다나 탕기 은돔벨레(28·니스), 지오바니 로 셀소(29·레알 베티스) 등 거액을 주고 영입한 선수들이 실패하면서 비판 강도가 거세졌다.
팬들은 이런 레비 회장을 두고 사임을 요구했다. 경기 시작 전에 레비 회장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경기장에서는 레비 회장을 향해 항의성 플래카드와 야유를 거듭 반복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레비아웃’이라는 표현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결국 레비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토트넘 팬들의 소망이 이뤄졌다.
한편, 레비 회장이 토트넘을 완전히 떠나는 건 아니다. 레비 회장은 토트넘 구단 지분을 보유한 주주 중 한 명이다.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여전히 구단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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