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강동훈 기자 = ‘세계적인 명장’ 카를로 안첼로티(65·이탈리아) 감독이 ‘삼바 군단’ 브라질 새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오는 26일부로 레알 마드리드와 4년 동행에 마침표를 찍고 브라질을 이끌 예정이다. 계약기간은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다. 안첼로티 감독은 지도자 커리어로는 처음으로 클럽팀이 아닌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브라질축구협회는 13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안첼로티 감독이 브라질의 새 사령탑이 됐다”면서 “축구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표팀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감독이 이끌게 됐다. 오는 26일 본격적으로 합류할 예정인 안첼로티 감독은 북중미 월드컵까지 브라질과 함께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영광스러운 유니폼에 별 5개가 새겨진 브라질은 이제 비교할 수 없는 전통과 역대 최고의 감독을 하나로 합쳤다. 안첼로티 감독의 영향력은 단순한 결과를 넘어선다. 그는 팀을 전설로 만드는 전략가다. 독특한 전통을 가진 브라질과 혁명적인 비전을 가진 안첼로티 감독은 역사에 길이 남을 파트너십을 형성할 것”이라며 “안첼로티 감독의 합류로 브라질은 여섯 번째 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에드날도 호드리게스 브라질축구협회 회장도 “안첼로티 감독을 선임한 것은 단순한 전략적인 움직임 그 이상이다. 이는 우리가 다시 세계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결의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라며 “안첼로티 감독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이며 세계 최고의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우리는 함께 브라질 축구의 새로운 영광스러운 장을 써 내려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발표에 따르면 안첼로티 감독은 금주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당장 내달 에콰도르(6일·에스타디오 모누멘탈)와 파라과이(11일·네우 키미카 아레나)로 이어지는 북중미 월드컵 남미 예선 15·16차전이 있어 기술이사들과 함께 소집 명단을 구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논의를 할 예정이다. 현지에선 안첼로티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에서 함께 했던 카제미루를 가장 먼저 소집 명단에 포함할 거로 전망하고 있다.
사실 안첼로티 감독이 브라질 사령탑으로 부임할 거란 전망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직후부터 나왔다. 당시 8강에 탈락한 브라질은 치치 감독을 경질한 후 안첼로티 감독 선임을 추진했다. 당시 브라질축구협회는 안첼로티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그가 레알 마드리드와 계약을 마치는 2024년 6월에 맞춰 선임하기 위해 페르난두 디니스 감독대행을 선임했다.
하지만 로드리게스 회장이 법원 판결로 회장직에서 제명됐다가 다시 복귀하는 등 브라질축구협회 내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고, 안첼로티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와 계약을 연장했다. 결국 계획이 무산된 브라질축구협회는 이후 도리바우 주니오르 감독을 선임했지만 지난해 6월 2024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 2024)에서 8강 탈락하고, 또 북중미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라이벌’ 아르헨티나에 대패하는 등 위기에 놓이자 지난 3월 경질했다.
새 사령탑을 찾아 나선 브라질축구협회는 안첼로티 감독에 대한 관심을 재점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안첼로티 감독이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 ‘무관’ 위기에 놓이면서 입지가 흔들리자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했다. 이런 가운데 안첼로티 감독이 경질되는 분위기로 흘러가자, 브라질축구협회는 발 빠르게 움직이더니 원칙적인 합의를 맺었고 레알 마드리드 샤비 알론소 선임을 하는 게 확정되면서 마침내 안첼로티 감독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선임을 완료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명실상부 ‘세계적인 명장’ 중 한 명이다. 현역 시절 파르마와 AS로마, AC밀란에서 활약했던 그는 지난 1992년 선수 생활을 은퇴한 후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대표팀 수석코치를 시작으로 레지아나, 파르마, 유벤투스, AC밀란, 첼시, 파리 생제르맹(PSG),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나폴리, 에버턴 등 수많은 빅 클럽들을 이끌면서 명성을 떨쳤다.
실제 이 기간 안첼로티 감독은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독일 분데스리가와 스페인 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프랑스 리그1에서 모두 우승을 경험해 본 그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최다우승(5회) 감독에 올라 있다. 개인 수상도 화려하다.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감독상과 UEFA 올해의 감독상 등 각종 감독상이란 감독상은 웬만해선 다 수상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풍부한 경험과 뛰어난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수단을 이끄는 데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선수들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는 그는 지도자 생활을 하는 동안 불화설이 거의 없었고, 선수들은 항상 그에게 충성심을 보여줬다. 또 주어진 선수, 환경에서 확실한 플랜A를 바탕으로 성적을 내는 데도 능하다. 다만 선수 기용 폭이 좁고, 또 세부 전술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편, 지금까지 자국 감독만을 고집해 왔던 브라질은 이번에 안첼로티 감독을 선임하게 되면, 역사상 두 번째로 외국인 감독을 앉히게 된다. 그만큼 브라질은 현재 변화가 시급하다. 현지 전문가들도 브라질의 최근 위기를 두고 위에서부터 모든 것을 하나하나씩 뜯어가면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브라질 역사상 두 번째 외국인 감독이 될 예정인 안첼로티 감독이 어떻게 브라질을 바꿀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