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강동훈 기자 = 사우디 축구대표팀을 이끌던 로베르토 만치니(59·이탈리아) 감독이 상호합의하에 계약 해지하면서 물러났다. 부임한 지 14개월 만이다. 다만 명목상 상호합의하에 계약 해지일뿐, 사실상 성적 부진에 따른 경질이나 다름없다.
사우디축구협회는 25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만치니 감독과 상호합의하에 계약 해지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12개월 만에 물러나게 된 만치니 감독은 A매치 20경기 동안 8승(7무5패)밖에 거두지 못하며 승률 40%의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떠나게 됐다.
앞서 만치니 감독은 지난해 8월 사우디 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연봉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 세계 축구 감독 통틀어 최고 수준인 2500만 유로(약 37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만치니 감독은 화려한 커리어, 세계적인 명성과 달리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 당시 16강에서 한국 대표팀을 만나 120분 연장 혈투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2-4로 패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특히 당시 승부차기를 끝까지 보지 않고 경기장을 떠나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도 부진한 성적은 계속 이어졌다. 안방에서 인도네시아와 1-1 무승부를 거두고, 바레인과도 0-0으로 비기면서 조별리그 C조 3위(1승2무1패·승점 5)에 머무르고 있다. 일본에는 0-2로 완패했다.
결국 만치니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사우디축구협회는 칼을 빼 들면서 만치니 감독과 동행을 마쳤다. 현재 후임 사령탑으로는 사비 에르난데스(44·스페인) 전 바르셀로나 감독과 치치(63·브라질) 전 플라멩구 감독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탈리아 태생의 만치니 감독은 지난 2001년 현역 은퇴를 선언한 후 피오렌티나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04년 인터밀란 지휘봉을 잡은 후부터였다. 당시 이탈리아 세리에A 3연패를 이끄는 등 트로피를 휩쓸었다.
이후 맨체스터 시티 사령탑으로 부임한 만치니 감독은 막대한 투자 속에 ‘영입 러시’가 이어졌는데, 선수들을 단기간에 융화시키면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정상에 올려놓으며 오일머니 왕조’ 건설에 앞장섰다. 이후로는 갈라타사라이와 인터밀란,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 이탈리아 대표팀을 맡다가 사우디 대표팀을 이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