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상암)에서 패한 기억이 없다 보니 자신감이 있었다.”
송범근(전북 현대)은 FC서울 상대로 눈부신 선방쇼를 선보이며 ‘무실점’ 승리를 이끌 수 있었던 이유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은행 K리그1 2025 11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서울에 1-0으로 승리한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서다.
K리그 공식 부가 데이터 제공업체 비프로일레븐에 따르면 이날 송범근은 유효슈팅 8회를 모두 선방하면서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캐칭과 펀칭 각각 4회, 공중볼 처리 3회, 인터셉트 2회, 클리어링 1회를 기록했다. 평점 8.6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고점이었다. 이에 송범근은 한국프로축구연맹 선정 11라운드 MVP(최우수선수)와 베스트11에 선정됐다.
송범근은 “수비수들과 같이 열심히 막아내면서 무실점으로 승리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서울이 선제 실점을 허용했을 때 강하게 공격한다는 사실을 미팅을 통해 알았고 그 부분을 철저히 대비했다. 또 슈팅이 좋은 선수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그 부분도 잘 대비했다. 그래서 좋은 선방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빅 매치이기도 했고, 상암에서 경기하면 항상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런 부분에서 승리하기 위해 잘 준비했다. 승리를 가져올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쁘다”며 “사실 전북에 다시 돌아와서 제가 이렇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이겼던 경기가 많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오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전북은 지난 2017년 7월 23일부터 이날까지 치른 원정 13경기(11승2무·코리아컵 포함) 동안 서울에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으며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스스로 패하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다”는 송범근은 “또 선수들끼리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컸다”고 강조했다.
거스 포옛 전북 감독은 송범근의 눈부신 선방쇼를 두고 “자신의 클래스를 보여주며 좋은 활약을 했다”고 극찬하면서 “축구 종목 특성상 득점을 많이 하는 공격수들이 주목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제 생각엔 높은 수준의 공격수와 골키퍼 두 명만 데리고 있어도 스쿼드를 꾸리는 데 있어서 절반 이상은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감독님께서 칭찬을 잘 안 하시는데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멋쩍게 웃은 송범근은 “감독님이 특히 무실점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또 좋아하신다. 실점하지 않았을 때 라커룸에 들어와서 굉장히 좋아하신다.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기뻐했다.
지난 2018년 전북에서 프로에 데뷔한 송범근은 지난 2022년 12월 새로운 도전을 위해 J리그 쇼난 벨마레로 떠났다가 올해 다시 돌아왔다. 그가 잠시 떠났던 사이 전북은 우승권과 멀어지더니 급기야 강등 위기에 직면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올해 포옛 감독이 부임한 후 다시 우승권으로 진입하며 옛 명성을 되찾고 있다.
“지금 보면 과거 진짜 잘 나갔을 때 분위기랑 비슷해지는 것 같다. 계속 이기고 있고 선수들이 어떻게 해야 이기는지 방법도 잘 알고 있다. 서로 신뢰도 쌓이고 있는 것 같다”는 송범근은 “시즌 초에는 아무래도 감독님이 새로 오시고 또 선수들 간의 호흡을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흔들리긴 했었는데 이젠 모든 게 정상궤도에 진입했다”고 했다.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았던 송범근이지만, A매치 출전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가 한창 태극마크를 달던 시기에 붙박이 수문장 김승규가 있었고, 서브 골키퍼로는 조현우가 버티고 있는 탓이었다. 실제 송범근은 A매치 1경기 출전이 전부다.
송범근 역시도 “사실 초반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이제는 기대를 내려놓았다”며 “그래도 팀이 잘 되면 우리 팀에서 제가 아니라 누군가 대표팀에 갈 수 있고 그렇게 되다 보면 길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최대한 보여주면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