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형중 기자 = 정해성 신임 위원장의 주재로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회의가 21일 오전 11시 열린다. 이 자리에서 위원장 외 10명의 위원들이 대표팀 운영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졸전 끝에 준결승에서 탈락한 여파로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이 쫓겨났다. 협회는 지난주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확정한 뒤 20일 새 전력강화위원회를 구성했다.
대표팀은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했다. 지난해 2월 말 부임한 클린스만 감독은 첫 5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9월 A매치 기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친선 경기에서 첫 승리를 거두며 반등했다. 이후 10월 친선경기와 11월에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지역예선 등 4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아시안컵 본선 첫 경기부터 불안함을 노출했다. 대회 첫 경기 바레인전에서 3-1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뚜렷한 전략과 전술이 보이지 않았고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후 요르단과의 2차전과 말레이시아와의 3차전에서 예상 밖 부진 속에 충격의 연속 무승부를 거두며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1위를 바레인에 내주며 16강에서 일본을 피하기 위해 고의로 무승부를 거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토너먼트는 더욱 험난했다. 16강에서 사우디를 만난 한국은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경기 막판 조규성의 동점골에 힘입어 연장전에 돌입했고 결국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다. 호주와의 8강전도 연장 혈투였다. 또 한 번 선제골을 내주며 어려운 경기를 펼친 한국은 경기 막판 황희찬의 동점골과 연장전 손흥민의 역전 프리킥 득점으로 천신만고 끝에 준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조별예선에서 맞붙었던 요르단과의 4강전은 최악이었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7위였던 요르단을 상대로 유효 슈팅을 단 1개도 시도하지 못하며 0-2로 패하는 굴욕을 맛봤다. 경기 내내 요르단의 전방 압박과 개인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두 골 모두 손 한 번 써보지 못하며 내주고 말았다.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은 물거품이 되었고 대회 내내 무전술로 일관한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선수단 귀국 후 대형 사건이 터졌다. 영국 매체 ‘더 선’이 준결승 요르단전 전날 한국 선수단 내에서 불거진 몸싸움 사건을 보도했다. 주장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았고 이강인은 주먹질로 응수했다는 내용이었다. 이강인을 어린 선수들이 비롯한 젊은 선수들이 저녁 식사 시간에 탁구를 치는 것을 제지한 손흥민과의 갈등이 발단이었다. 이른바 ‘핑퐁 게이트’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전술 부재로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능력은 뛰어나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한 순간에 잘 하는 것 하나 없는 감독으로 낙인 찍혔고 선수단 매니지먼트에도 큰 허점이 있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귀국 후 이틀 만에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떠나 버려 진상조사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귀국 당시 “대회를 분석하고 북중미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겠다”라고 말하며 보인 의지는 온데간데 없었다.
민심이 들끓었다. 일부 팬들은 협회 앞에서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정몽규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협회는 전력강화위원회를 열어 아시안컵과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리뷰를 진행했고, 결국 정몽규 회장은 전력강화위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16일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발표했다. 하지만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답변을 회피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됐지만 사태는 가라앉지 않았다. 클린스만 전 감독이 독일 매체 ‘슈피겔’과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 공개되며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었다. ‘슈피겔’에 따르면, 정몽규 회장과 클린스만 감독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몇 차례 대화를 가진 후 감독 선임이 결정되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대회 도중 정 회장에게 다가가 “새로운 감독을 찾고 있냐”며 농담조로 말했는데, 정 회장이 “진심이냐”고 되물으면서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이후 정 회장과 클린스만 전 감독은 다음 날 카타르 도하의 한 호텔에서 커피를 마시며 구체적으로 논의를 나눴다. 인터뷰에서 클린스만 전 감독은 “농담에서 모든 일이 시작됐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16일 정몽규 회장이 언론 앞에서 했던 이야기와 확연히 달랐다. 그는 당시 사퇴할 의사는 없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벤투 전 감독 선임 때와 같이 똑같은 선임 프로세스를 거쳤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벤투 전 감독의 경우에도 2순위 후보가 답을 미루거나 답을 안 하고 3순위로 결정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할 때도 61명에서 23명으로 좁혀지고 최종으로 마이클 뮐러(독일)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5명으로 정했다. 이후 인터뷰를 했고 우선순위 1, 2위를 2차 면접했고 클린스만 전 감독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덧붙인 바 있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감독 선임 프로세스를 무시하고 개인적인 인연으로 클린스만 전 감독을 선임했다는 의혹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뒤로 하고 협회는 20일 정해성 대회운영위원장을 새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또 고정운(김포FC 감독), 박성배(숭실대 감독), 박주호(해설위원), 송명원(전 광주FC 수석코치), 윤덕여(세종스포츠토토 감독), 윤정환(강원FC 감독), 이미연(문경상무 감독), 이상기(QMIT 대표, 전 축구선수), 이영진(전 베트남 대표팀 코치), 전경준(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 등 10명의 전력강화위원을 새롭게 구성했다.
그리고 21일 오전 11시 1차 전력강화위원회의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위원회는 새 사령탑 선임을 포함한 대표팀 운영 계획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또 협회는 회의가 끝난 뒤 오후 3시 이후 정해성 위원장의 브리핑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취임 소감 및 회의 내용에 대해 발표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