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대한축구협회

벤투의 황인범 시프트, 포지션 논란 무의미함 증명했다

[골닷컴] 한만성 기자 = 지난 9월 최종예선이 시작된 시점까지 벤투호를 둘러싼 수많은 화두 중 하나는 미드필더 황인범(25)의 포지션이었다.

한국 대표팀 사령탑 파울루 벤투 감독은 정우영(31, 알 사드)이 전력에서 이탈한 지난 9월 이라크, 레바논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2차전 경기에서 황인범을 3선에 배치했다. 황인범은 이라크전에서 손준호가 교체아웃된 후반전부터, 레바논전에서는 아예 경기 시작부터 4-1-4-1 포메이션의 첫번째 '1'에 해당하는 홀딩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다. 이에 대한 여론의 시선은 분분했지만, 황인범의 경기력은 이때 역시 수준급이었다. 그는 중원에서 상대와 적극적으로 경합을 펼치면서도 날카로운 전진 패스로 공격진을 지원했다.

단, 혹자는 황인범의 포지션을 가리키며 벤투 감독이 그가 낯설어 하는 '원 볼란테' 자리에 배치하며 100% 기량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황인범의 포지션이 공수를 자유롭게 오가는 중앙 미드필더, 혹은 2선에 배치된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고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러나 사실 황인범은 소속팀 루빈 카잔에서도 매 경기 중 상황에 따라 포지션이 수정되는 선수다. 실제로 황인범은 소속팀 루빈 카잔의 올 시즌 대부분 경기에 4-2-3-1 포메이션의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면서도 상대의 전력과 경기 상황에 따라 공격과 수비에 두는 비중의 비율이 매 경기 달랐으며 최근에는 팀 사정상 4-1-4-1 포메이션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벤투호는 지난달 시리아, 이란을 상대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착실히 승점을 챙긴 데 이어 UAE, 이라크와 격돌한 이달 2연전에서는 압도적인 경기 내용을 선보이며 연승을 달린 데다 경기력마저 정상궤도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벤투 감독 또한 매 경기 황인범의 포지션을 조금씩 수정하며 그에게 다양한 역할을 주문했다. 최종예선 여섯 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한 황인범은 홀딩 미드필더, 박스-투-박스 미드필더, 측면과 2선 중앙 지역을 오가는 역할을 두루 소화하며 팀 전술의 키를 쥔 핵심 자원이 됐다. 이와 같은 벤투 감독의 결정은 단 두 달 전까지 선수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지난달 시리아, 이란과의 3~4차전 경기를 기점으로 팀 전술의 완성도가 오르며 '황인범 시프트'도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위 그림은 벤투호가 9월부터 이달까지 치른 최종예선 여섯 경기에서 황인범의 활동 영역을 보여주는 히트맵이다. 황인범은 한국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월등한 우위를 점하며 경기를 수월하게 압도할 수 있는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를 상대로는 후방 미드필드 지역을 커버하면서도 주로 2선 중앙 지역으로 전진해 파이널 서드로 패스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와 같은 경기에서는 위, 아래로 움직이는 활동 범위보다는 공격 진영에서 좌우로 폭 넓게 움직이며 팀 공격을 지원한 황인범이다.

황인범은 표면적으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9월 이라크, 레바논전에서도 실질적으로는 주로 공격 진영에서 위험 지역으로 볼을 운반하거나 파이널 서드로 과감한 전진패스를 찔러넣어주며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만한 공격력을 보유한 이란, 벤투 감독이 경기 전부터 수비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UAE를 상대로는 중앙 지역을 지키면서도 상황에 따라 측면으로 넓게 벌려서는 움직임도 곧잘 선보였다. 황인범은 아시아 최종예선에 진출한 12팀의 모든 선수를 통틀어 각 팀이 여섯 경기씩 치른 현재 파이널 서드로 투입한 패스를 월등하게 가장 많이 기록한 선수다.

# 아시아 최종예선 파이널 서드 패스 횟수

(6차전 종료 후 기준)

152회 - 황인범(한국)

92회 - 아이딘 흐루스티치(호주)

91회 - 모하메드 카노(사우디아라비아)

89회 - 살만 알-파라즈(사우디아라비아)

86회 - 바히드 아미리(이란)

황인범은 중원에서 팀의 공격 작업에 창의성을 불어넣는 역할 외에도 적극적인 움직임,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상대와의 경합을 유도하는 모습으로 벤투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 주로 벤투호의 중원진을 구성하는 핵심 자원은 황인범, 이재성, 정우영이다. 이 중 정우영이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장 가까운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 역시 강력한 태클 능력을 앞세워 상대를 힘과 강도로 누르는 선수와는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벤투호는 전방에서부터 강력한 압박으로 상대 공격을 제어하며 중원에서는 모든 미드필더가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적극적인 수비를 펼치고 있다.

실제로 황인범은 황희찬과 함께 벤투호가 최종예선 일정을 시작한 후 그라운드 경합(공중볼 경합을 제외한 상대와의 경합 상황) 중 볼을 쟁취한 횟수가 가장 많은 한국 선수다. 황인범과 함께 중원진을 구축한 이재성과 정우영은 그라운드 경합 중 볼을 쟁취한 횟수가 각각 16회, 14회였다. 그러나 황인범은 지난 최종예선 여섯 경기에서 발생한 그라운드 경합 상황에서 무려 30회나 볼을 쟁취하며 벤투호가 '허리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앞장 섰다.

# 벤투호 최종예선 그라운드 경합 승리

(6차전 종료 후, 경합 시도 20회 이상 기록한 선수 중)

30회 - 황인범

30회 - 황희찬

23회 - 손흥민

16회 - 이재성

15회 - 김민재

황인범은 단순히 경합 상황에서 볼을 따낸 횟수뿐만이 아니라 경합 승률 또한 벤투호에서 상위권에 속한다. 현재 벤투호에서 경합 상황 시 가장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로 상대를 제압하는 선수는 중앙 수비수 김민재다. 그는 무려 75%에 달하는 그라운드 경합 승률로 후방에서 상대 공격수를 힘으로 찍어누르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재성과 황인범은 90분 내내 중원에서 넓은 활동 반경 외에도 팀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유려한 패스 연결, 공을 발밑에 두고 상대 수비 블록을 뚫고 나가는 전진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경합 상황에서 김민재에 이어 가장 높은 그라운드 경합 승률을 기록했다. 최종예선 여섯 경기를 마친 현시점에서 그라운드 경합 승률이 55%를 넘기는 벤투호의 선수는 김민재, 이재성, 황인범 단 셋뿐이다.

# 벤투호 최종예선 그라운드 경합 승률

(6차전 종료 후, 경합 시도 20회 이상 기록한 선수 중)

75.0% - 김민재

57.1% - 이재성

55.5% - 황인범

54.5% - 이용

52.6% - 황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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