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감독 대표팀대한축구협회

발전하는 벤투호…묻지마 크로스 줄이고, 템포 올렸다

[골닷컴] 한만성 기자 = 혹자는 파울루 벤투 한국 대표팀 감독이 변화를 거부하는 보수적인 팀 운영을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경기 내용과 기록을 잘 들여다보면 벤투호가 최종예선을 거치며 경기를 치를수록 빌드업의 퀄리티가 향상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벤투호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첫 경기였던 9월 이라크전을 홈에서 0-0 무승부로 마쳤을 때만 해도 팀이 여러모로 불안해 보였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후 한국은 홈에서 9월 레바논, 10월 시리아를 꺾은 후 최대 고비로 꼽힌 이란 원정에서 선제골을 뽑아내는 등 선전한 후 1-1 무승부로 승점 1점을 챙기는 데 성공했다. 이어 한국은 11일(한국시각) UAE를 상대한 A조 5차전 홈 경기에서 이번 최종예선이 시작된 후 가장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고, 결국 황인범이 얻어낸 페널티 킥을 황희찬이 득점으로 연결하며 1-0으로 승리했다.

한국 대표팀은 벤투 감독 부임 후 아시안컵, 월드컵 2차 예선에 이어 이라크전까지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면서도 밀집 수비를 펼치는 상대를 만나면 공격 활로를 뚫지 못하는 고질병을 안고 있었다. 벤투호는 최전방과 2선 공격진이 중앙 지역에 쏠린 형태로 양 측면 풀백이 문전으로 크로스만 올리는 단순한 공격 패턴을 반복한 경기가 많았다. 볼이 중앙 지역을 거쳐 적절한 타이밍에 오버래핑하는 측면 자원에게 연결돼 정확하며 빠르고, 문전으로 침투하는 공격수와의 타이밍이 맞아떨어지는 크로스는 효과적인 공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9월까지 벤투호가 선보인 크로스 공격은 상대 수비진의 덫에 갇힌 중앙에 포진한 선수들이 생략된 채 풀백이 혼자 볼을 몰고 올라가 크로스를 시도하는 빈도가 높았다.

# 벤투호 최종예선 경기별 크로스 시도

25회 - 이라크전(9월 홈)

36회 - 레바논전(9월 홈)

19회 - 시리아전(10월 홈)

16회 - 이란전(10월 원정)

17회 - UAE전(11월 홈)

그러나 지난 9월 경기력 난조로 위기의식을 느낀 벤투 감독은 팀의 전반적인 공격 패턴에 큰 변화를 줬다. 그는 문전에서 밀집된 상대 수비진에 갇힌 공격진을 향해 올리는 크로스를 줄이는 대신 정우영, 황인범 등 중원 자원에게 볼을 돌리며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면서도 측면에 공간이 생기는 타이밍을 노린 후 빠르게 중앙 지역에서 좌우로 벌려주는 롱볼 시도 빈도를 끌어 올리는 방식의 공격 전개를 주문했다.

# 벤투호 최종예선 경기별 롱볼 시도

44회 - 이라크전(9월 홈)

64회 - 레바논전(9월 홈)

54회 - 시리아전(10월 홈)

70회 - 이란전(10월 원정)

57회 - UAE전(11월 홈)

벤투호는 크로스의 양을 줄이는 대신 UAE를 상대로는 적지만 정확한 크로스 공격을 펼치며 효과적으로 측면으로 이어지는 빌드업을 구사했다. 특히 부상 중인 황의조를 대신해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조규성은 적극적으로 문전에서 상대 수비와 경합하며 공중볼을 공략했다. 보통 크로스 정확도는 최정상급 전력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팀들마저도 아무리 높아도 20~30% 정도에 머무른다. 벤투호의 크로스 성공률은 지난달 이란 원정에서 6%까지 추락했지만, UAE를 상대로는 무려 59%를 기록했다. 이 덕분에 벤투호는 좌우로 폭넓게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었다.

# 벤투호 최종예선 경기별 크로스 성공률

24% - 이라크전(9월 홈)

17% - 레바논전(9월 홈)

21% - 시리아전(10월 홈)

6% - 이란전(10월 원정)

59% - UAE전(11월 홈)

중앙 지역을 거치는 빌드업 패턴이 늘어나며 측면에 발생하는 공간을 향해 침투하는 좌우 측면 수비수 김진수(혹은 홍철)와 이용, 그리고 공격진의 손흥민과 황희찬을 향하는 롱볼도 예전보다 날카로워졌다. 중앙 미드필더 정우영, 황인범은 물론 최후방에 배치된 김민재와 권경원(혹은 김영권)이 단숨에 방향을 전환해주는 롱볼로 공격을 풀어주자 팀 공격의 템포가 올라가며 상대를 더 거세게 몰아세우는 결과를 낳게 됐다.

# 벤투호 최종예선 경기별 롱볼 성공률

57% - 이라크전(9월 홈)

70% - 레바논전(9월 홈)

61% - 시리아전(10월 홈)

53% - 이란전(10월 원정)

74% - UAE전(11월 홈)

이는 벤투호가 측면에서 올리는 크로스보다 중앙에서 방향을 바꿔가며 상대를 흔드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무엇보다 9월 명단에서 대표팀 합류를 위해 귀국하던 중 비행기 동승객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낙마한 정우영이 10월부터 복귀하며 벤투호의 빌드업이 더 매끄러워졌다. 지난 9월 정우영의 역할을 대신한 손준호는 이라크와 레바논을 상대로 롱볼 시도 횟수가 단 8회(경기당 4회)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우영은 지난달 시리아와 이란, 이날 UAE를 상대로 경기당 평균 롱볼 시도 11회, 롱볼 성공률 75.7%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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