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서 못 받은 MVP(최우수선수)를 받아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습니다.”
MVP를 수상한 박진섭(30·전북 현대)이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광주FC와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2대 1로 승리한 직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 자리에서다. 이날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 승리에 앞장선 그는 MVP로 선정됐다.
박진섭은 “‘더블(2관왕)’을 달성해서 너무 기분 좋은 하루다. 또 대회 최다 우승팀이 돼서 자랑스럽다”고 기뻐하면서 “경기 전에 선수들끼리 엄청난 동기가 생기게끔 감독님께서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다. 비디오 미팅 때 짧은 영상을 틀어주시면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심어주셨다. 감독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거스 포옛 감독이 틀어준 짧은 영상이 어떤 내용의 영상이었는지 묻자 “작년 승강 플레이오프(PO) 시절부터 올해 우승까지 아픔이 있었던 시기와 기쁨을 만끽한 순간까지 편집해서 5~6분가량의 영상이었다”고 답한 박진섭은 “선수들이 그 영상을 보고 나서 많이 뭉클했다고 했다. 그래서 동기부여가 더 생겼고, 또 우승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했다.
박진섭은 120분 동안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승리를 이끌었다. 수비 시엔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보여주고, 후방 빌드업 시엔 침착하게 경기를 조율했다. 또 주장으로서 선수단을 한데로 응집시키기까지 했다. 이에 MVP로 선정됐다. “사실 결승골을 넣은 (이)승우가 받을 줄 알았는데 제가 받아서 놀랐다”고 웃으며 말한 그는 “잊지 못할 하루가 될 것 같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이날 두 팀은 초반부터 격렬하게 부딪히면서 싸웠다. 이 과정에서 거친 몸싸움이 끊이질 않았고 벤치에서도 날 선 신경전이 벌어졌다. 결국 연장전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속 퇴장자가 3명이나 나왔다. 박진섭은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경합 싸움에서만큼은 절대 지지 말자고 했는데, 전반전에 그게 잘 나왔다. 하프타임 때 잘하고 있고 분위기를 이끌고 있으니깐 변수가 생기지 않게 냉정하게 하자고 했다. 냉정하게 플레이한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짚었다.
이동준의 선제골 이후 선수들은 일제히 마우리시오 타리코(등록명 타노스) 수석코치 앞으로 달려가 일자로 나란히 서서 90도로 숙여 감사 인사를 건넸다. 타노스 수석코치는 선수단의 감사 인사에 마찬가지로 90도로 숙여 고마움을 표시했다. 타노스 수석코치가 올해를 끝으로 떠나기로 하자 선수들이 준비한 세리머니였다.
퇴장 징계로 포옛 감독 대신 지휘봉을 잡은 타노스 수석코치는 최근 주심을 향해 두 눈에 양 검지를 대는 동작을 했다가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로부터 인종차별적 행동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중징계(출장정지 5경기·제재금 2000만원)를 받자, 인종차별 의도가 없는 행동이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결별을 선언했다.
박진섭은 “타노스 수석코치님께서는 축구에 대한 열정과 선수들을 존중하고 생각하는 마음, 또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정말 크셨다. 선수들이 사람으로서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셨다. 축구를 통해서 많은 걸 배웠다. 타노스 수석코치뿐 아니라 포옛 감독님을 비롯한 다른 코치님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하며 “골을 넣고 선수들끼리 얘기된 부분이었다. 감사와 존중을 표시하자고 했고. 운동장에서 보여줘서 너무 기뻤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