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이정빈 기자 = 박지성(43·은퇴)과 PSV 에인트호번에서 경쟁 관계였던 자카리아 바칼리(28·무소속)가 모로코로 향한다. 유럽에서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한 그는 아프리카 최고 리그인 모로코 보톨라에서 새 도전에 나선다.
벨기에 축구 소식에 정통한 사샤 타볼리에리 기자는 11일(한국 시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바칼리는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했고, IR 탕헤르와 2027년 6월까지 계약을 맺었다. 그는 모로코 1부 리그인 보톨라에 합류했다”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여름 네덜란드 구단인 발베이크와 계약이 만료된 바칼리가 반년 만에 팀을 구했다. 바칼리가 향하는 IR 탕헤르는 2017-18시즌 보톨라 우승을 차지했던 구단으로 이번 시즌에는 13위에 있다. IR 탕헤르는 유럽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바칼리가 팀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바칼리가 젊은 나이에 유럽 생활을 뒤로 한 채 모로코 리그로 향한 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바칼리는 2013년 PSV 에인트호번 1군 팀에 승격했는데, 당시 그의 나이는 17세에 불과했다. 단순히 훈련에 참여하거나 벤치에서만 경기를 지켜본 것이 아니라 멤피스 데파이(30·코리치안스), 뤼시아노 나르싱(34·네아 살라미스 파마구스타), 박지성 등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했다.
바칼리는 만 18세가 되기도 전에 네덜란드 에레디비시에서 해트트릭을 작렬하는 등 빼어난 재능을 알렸다. 이러한 활약 덕분에 벨기에 성인 국가대표팀의 부름도 받았다. 맨체스터 시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리버풀 등 유럽 빅클럽들은 그의 동선을 살폈다. 다만 불성실한 태도로 인해 필립 코쿠(54·네덜란드) 감독과 여러 차례 갈등을 빚었고, 2015년 발렌시아로 이적했다.
발렌시아에서도 바칼리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고, 머지않아 주전 경쟁에서 밀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데포르티보 임대를 마치고 2018년 벨기에 주필러 리그 강호인 RSC 안데를레흐트로 적을 옮겼다. 성장세가 꺾인 바칼리는 RSC 안데를레흐트에서도 반전에 실패했다. 4년 동안 24경기(4골·2도움) 출전하며 기대를 저버렸다.
2022년 발베이크 유니폼을 입고 네덜란드로 돌아온 바칼리는 잠시 번뜩였지만, 금방 사그라들었다. 불과 2시즌 만에 팀과 동행을 마무리했다. 한때 유럽 전역이 지켜보던 ‘초신성’은 그 재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한 채 유럽 축구계를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