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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전훈 인터뷰] 권오갑 총재까지 등장한 정경호 감독의 삭발 이유, “이 얘기는 처음 하는 건데…”

[골닷컴, 강원도 정선] 김형중 기자 = K리그1이 반환점을 돌았다. 여름 휴식기를 맞이해 몇몇 팀은 미니 전지훈련에 돌입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선수와 기존 선수들과 조화, 전반기 부족했던 점 보완 등 제마다 다양한 이유로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8위를 달리고 있는 강원FC도 마찬가지다. 구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강원도 정선의 하이원리조트에서 2박 3일간 미니 전지훈련을 진행 중이다.

올 시즌 리그 21경기에서 8승 4무 9패, 승점 28점을 얻었다. 시즌 초반 극심한 득점력 부진으로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여름 이적시장에서 김건희와 모재현이 가세했고, 김천상무에서 전역한 김대원과 서민우가 합류하며 부진에서 어느정도 벗어난 모습이다.

지금의 성적은 정경호 감독의 계획과 정확히 일치한다.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정경호 감독은 “한 라운드 로빈에서 4승을 하는 게 현실적 목표였다. 정규 라운드에서 12승을 하고 5무 정도 하면 승점 40점 이상으로 파이널A에 도전할 수 있는 승점이 된다”라고 말했다.

초보감독으로서 시즌을 치르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선수단 운영은 물론이고, 경기 중 잘 풀리지 않을 때 빠르게 대응하는 부분도 시행착오가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코치 생활만 10년 이상 한 정경호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중이다.

그는 전반기를 돌아보며 “3연패를 당한 게 좀 컸는데 8라운드에서 전방압박을 하며 광주를 잡으며 반등했다. 사실 3연패째 경기였던 FC안양전을 준비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패하긴 했지만 삭발을 하면서 준비했다. 사실 그때는 모든 축구인들이 ‘정경호 삭발 왜 했어? 그럴 정도는 아닌데 쟤 왜 저래?’라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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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삭발 이야기로 이어졌다. 밝은 표정으로 진행되던 인터뷰가 사뭇 진지해졌다. “사실 이 얘긴 처음 하는 건데”라고 운을 뗀 정경호 감독은 삭발까지 했던 이유를 밝혔다.

그는 “성남 감독대행 맡았을 때다. 사실 성남 감독대행을 안 하려고 했고 김남일 감독님 떠나실 때 같이 나가려고 했다. 근데 감독님과 구단에서 사정상 제가 해야 된다고 했다. 그래서 잘해보려고 했는데 결국 실패했다”고 말했다. 당시 성남은 정경호 감독 대행이 8월부터 지휘봉을 잡았지만 강등의 쓴맛을 보고 말았다.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때 성남시 정자동에 숙소가 있었고 그 옆에 HD현대 건물이 막바지 공사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제가 숙소에 있었는데 현대 작업복 있으신 분이 똑똑 노크를 하면서 들어오셨다. ‘누구세요?’ 했더니 권오갑 총재님께서 보자 하신다고 하더라. 총재님은 제가 울산에서 뛸 때 단장님이셨고 저를 좋게 생각해 주셨다. 그날 현대HD 건물 공사 살피러 오셨다가 그 옆에 성남 숙소가 있어 한번 볼 수 있나 해서 찾아오신 것이었다”라고 했다.

정경호 감독은 “총재님과 운동장을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대뜸 ‘경호야 삭발해라. 여기서 잘해야 감독도 한번 해볼 수 있는 건데 그만큼 간절함과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도 될까 말까 한 자리인데 멋 부리고 할 때가 아니다. 삭발까지 하는 정신력으로 덤벼야 된다’고 하셨다. 신경 써주시는 게 감사하긴 했지만 ‘에이 뭐 삭발까지는… 그런다고 될 게 안 되고, 안 될 게 되는 것도 아닌데’라고 생각해서 안 했다. 근데 나중에 감독 대행 끝나고 되돌아 보니깐 후회가 됐다. 내가 정말 마음을 더 다잡고 더 몰입했어야 했는데 그땐 그 정도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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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올해 강원 감독을 하는데 5~6라운드 당시 막 강등권까지 떨어진 건 아니지만, 조금 불안함이 느껴졌다. 마침 권오갑 총재님 말씀이 생각나서 삭발을 했다. 다른 건 다 내려놓고 정말 더 몰입하고 제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남에게 보여주려고 한 게 아니고 그냥 스스로 다잡고자 했던 것”이라며 머리까지 밀었던 이유를 밝혔다.

한편, 강원은 2박 3일 동안 훈련 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했다. 특히 폐광지역 시와 군 유소년 대상으로 오픈 트레이닝과 축구 클리닉도 진행하며 참가자의 큰 호응을 얻었다.

휴식기 직전 리그 2연승, 코리아컵 포함 3연승을 달린 강원은 19일 대전하나시티즌과 22라운드 홈 경기를 시작으로 후반기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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