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강동훈 기자 = 프로축구 K리그2(2부) 수원삼성 염기훈(41) 감독이 결국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다. 염 감독은 최근 5연패 늪에 빠지는 등 반등에 실패하자 팬들 앞에 서서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떠나겠다고 구단에 말씀을 드렸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 수원에 있으면서 정말 행복했다”고 자진 사임의 뜻을 밝혔다.
염 감독은 지난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이랜드FC와 하나은행 K리그2 2024 15라운드 홈경기에서 1-3으로 역전패한 후 자진 사임했다. 염 감독은 경기가 끝난 지 약 1시간이 지난 후 구단 버스가 출입하는 곳을 막고 있는 수원 팬들 앞에 서서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휘봉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염 감독은 “먼저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 경기가 끝나고 단장님께 바로 찾아가서 ‘제가 떠나는 게 맞다’고 말씀드렸다”고 자진 사임의 뜻을 밝힌 후 “2010년에 (수원에) 와서 팬분들한테 많은 사랑도 받고 많은 질타도 받았지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지금 저에 대한 (팬분들의) 그런 마음을 충분히 알고 있어서 더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오랫동안 수원에 있었던 것 같다. 정말 울기도 많이 울었고 웃기도 많이 웃었는데 마지막에 팬분들한테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서 정말 죄송스럽다. 뒤에서 팬분들을 응원하고 수원을 응원하고 선수들을 응원하겠다. 팬분들께서 이제는 저보다 선수들한테 더 큰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염 감독은 “이렇게 인사를 드려서 정말 죄송하다. 웃으면서 떠날 수 있게끔 했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부분들은 정말 죄송스럽다”며 “팬분들이 선수들에게 더 큰 목소리로 응원해주셨으면 한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 또 죄송하다. 수원에 있으면서 정말 행복했다”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염 감독은 수원의 레전드 중 한 명이다. 지난 2010년 수원 유니폼을 입은 후 군 복무를 위해 안산 경찰청(2012~2013년)에서 뛰던 시절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13년 동안 활약했다. 수원에서만 통산 416경기에 출전해 71골 121도움을 기록하며 최다 출전과 최다 득점, 최다 도움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주장 역시 최다인 7시즌을 역임했다.
이런 염 감독은 지난해 플레잉코치로 뛰다가 김병수 전 감독이 경질되자 수원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팀의 강등을 막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염 감독은 올해 정식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수원 팬들의 비판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염 감독은 팬들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다이렉트 승격’을 약속하고 자필 편지까지 썼다.
염 감독은 우려와 달리 올 시즌 개막 후 코리아컵 포함 11경기에서 8승1무2패를 거뒀다. 특히 지난달 K리그2에서만 4연승 포함 5경기 무패를 기록하며 이달의 감독상까지 수상했다. 하지만 수원은 최근 5연패에 빠지면서 순위표 7위(승점 19)까지 떨어졌고, 결국 반등에 실패한 염 감독은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로써 지난해 팀 사상 첫 2부로 강등된 전통명가 수원은 최근 1년 동안 감독 3명이 떠났다. 지난해 4월 이병근 전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된 데 이어 그다음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 4개월여 만에 경질됐다. 그리고 염 감독이 정식 사령탑으로 부임한 지 4개월 만에 수원을 떠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