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상암] 강동훈 기자 = 주민규(울산HD)가 마침내 그토록 바라던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나섰다. 비록 그는 공격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지만, 전방에서 태국 수비수들과 적극적으로 싸우고, 또 동료들에게 슈팅 기회를 만들어주며 제 역할을 다했다. A매치 데뷔전이었음에도 주민규는 충분히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그는 본인의 활약상을 두고 “50점 정도 주고 싶다”며 “다음 경기에서도 머리 박고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주민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거둔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제 활약상은) 오늘 비겼기 때문에 사실 그렇게 큰 점수를 못 줄 것 같다”며 “최선을 다하면서 간절하게 뛰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음 경기도 그렇게 임할 생각”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이날 주민규는 지난 2013년 프로에 데뷔한 이래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A매치에 나섰다. 앞서 역대 축구대표팀 최고령 발탁(33세 333일) 기록을 세운 그는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33세 343일) 기록까지 작성했다. 특히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 기록은 무려 70년 만에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지난 1954년 당시 32세 168일의 나이로 처음 A매치에 출전했던 한창화였다.
A매치 데뷔전인 데다, 프로 데뷔 11년 만에 찾아온 기회인 만큼 무언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긴장할 법도 했지만, 주민규는 베테랑 공격수답게 교체로 물러나기 전까지 62분을 소화하는 동안 제 역할을 다하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그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재성(마인츠),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과 함께 공격을 이끌었다. 비록 공격포인트와 인연을 맺진 못했지만, 최전방에서 적극적으로 태국 수비수들과 싸우면서 활약했다.
주민규는 특히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포스트 플레이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그는 공격 지역에서 패스를 받으면 태국 수비수들과의 치열한 경합 싸움에서 버텨낸 후 리턴 패스를 내주면서 동료의 슈팅 기회를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장면은 전반 37분 나왔다. 주민규는 당시 페널티 아크서클 정면에서 볼 경합 싸움에서 이겨낸 후 손흥민에게 재치 있게 백힐 패스를 내줬다. 이후 손흥민이 이재성과 원투패스를 주고받은 후 문전 앞으로 파고들어 슈팅을 때렸다.
후반전에도 그라운드를 밟은 주민규는 최대한 전방에서 계속 태국 수비수들과 싸웠다. 다만 황선홍호가 이날 태국의 조직적인 수비에 가로막혀 공격을 전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탓에 주민규는 많은 볼 터치를 가져가진 못했고, 슈팅도 시도하지 못했다. 이후 태국에 동점을 허용하자 황선홍 축구대표팀 감독은 후반 17분 변화를 꾀하면서 주민규를 불러들였다. 주민규는 그렇게 첫 A매치 데뷔전을 마쳤다.
주민규는 “A매치 데뷔전을 치르기 위해서 정말 수없이 노력하고 꿈도 꾸고 생각도 많이 했는데, 꿈이 현실이 된 것에 대해서 굉장히 기쁘다. 다만 승리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이 큰 것 같다”며 “최선을 다해서 도움이 되려고 노력했다. 만족스러운 경기는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겼다면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데 비겼기 때문에 사실 그렇게 큰 점수를 못 줄 것 같다. 50점 정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무려 70년 만에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 기록을 갈아치운 것에 대해 주민규는 “기사를 통해서 확인했다. 최고령이라고 하니깐, 사실 33살밖에 안 먹었는데 40살 먹은 것처럼 최고령이 붙으니까 느낌이 좀 그렇더라”고 멋쩍게 웃음을 짓더니 “그래도 최고령이라는 타이틀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1등이니까 기분 좋게 생각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감독에게 어떤 주문을 받았냐는 질문에 주민규는 “위에서 라인을 블록하는 역할을 주문받았고, 그 부분을 준비했다. 다만 감독님께서 이제 중간에 내려와서 (손)흥민이나 (정)우영이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고, 또 (이)재성이랑 미드필더 지역에서 플레이해달라고 하셨다. 제가 좋아하는 플레이여서 잘 맞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같이 공격을 이끈 손흥민과 호흡에 대해선 “정말 좋은 선수고, 제가 (옆에서) 잘 맞춰준다고 하면 많은 득점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제가 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주민규는 전반 19분 문전 앞에서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이 페널티 아크서클 왼쪽 부근에서 때린 왼발 슈팅을 골키퍼 파티왓 캄마이(방콕 유나이티드)가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세컨드볼이 흘렀는데, 이때 주민규가 재빠르게 달려들었으나 슈팅을 때리진 못했다. “저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라운드 상태가 안 좋았기 때문에 불규칙하게 공이 튀었다”는 주민규는 “사실 그 장면이 두고두고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끝으로 주민규는 “처음보다는 두 번째가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까 긴장을 안 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조금 힘이 들어가지 않았나 생각한다. 두 번째 경기는 아무래도 더 여유 있게 제가 좋아하는 플레이를 좀 많이 보여드리겠다”며 “아무래도 공격수다 보니까 다음 목표는 데뷔골이다. 제가 앞서 이야기했듯이 다음 경기도 머리 박고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최선을 다하면서 간절하게 뛰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렇게 경기에 임할 생각”이라고 힘줘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