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강동훈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성남FC의 베테랑 골키퍼 김영광(39)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팀을 구하기 위해 마음가짐을 단단히 했다. 그는 "지면 골대에 머리를 박아겠다는 심정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밝혔다.
성남은 지난 28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23라운드 순연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페이살 뮬리치(27)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선취골을 넣었고, 이어 마누엘 팔라시오스(29)가 역전골을 터뜨렸다.
승리를 거둔 성남은 3연패의 굴레에서 벗어나면서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순위는 12위(5승6무17패·승점 21)에 그대로 머물렀지만, 11위 김천상무(승점 27)와 격차를 6점으로 좁히면서 추격에 나섰다.
사실 킥오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성남이 승리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은 적었다. 그도 그럴 것이 3연패 늪에 빠져 있었고, 구단 매각설 등 외풍에 시달리고 있었던 탓에 분위기가 좋지 못했기 때문. 더구나 경기를 나흘 앞두고 김남일(45) 감독이 자진 사퇴하면서 선수들이 심적으로 부담감도 상당했다.
하지만 성남은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하나로 뭉쳤다. 정경호(42) 감독 대행부터 코칭스태프, 선수단, 팬들까지 진정한 'ONE TEAM'의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성남 팬들은 '너희는 경기에만 집중해 팀은 우리가 지킬게' 'OUR TEAM, OUR HOME, OUR CITY' '연고 이전 반대' '성남FC 해체 반대' 등 걸개를 활용해 응원을 보냈다. 하나로 뭉친 성남은 강했고, 그 결과 귀중한 승리를 만들어냈다.
감격스러운 승리를 거둔 가운데, 그중에서도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김영광은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경기 후 취재진들과의 만남에서 "팬들의 걸개를 봤다. 저희를 걱정해주시는 걸 많이 느끼고 있어서 정말 뭉클했다. 경기 후에도 어린 꼬마 여자아이가 제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들고 힘내라고 하는데, 울컥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 분들께 정말 고맙고 죄송하다. 이렇게 응원해주시는데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끝까지 결과가 어떻게 되든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싶다. 경기에 졌을 때 울고 계신 분들을 보면 고개를 들기 어렵다"면서 "다행히 승리해서 많은분들이 웃으셨다. 앞으로 이런 일이 많으면 좋겠고, 기적을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했다.
사퇴한 김남일 감독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김영광은 "최고참이라서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선수들에게 아빠처럼 잘 대해주셨다. 이 자리를 빌려 고생하셨고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김영광은 안정적인 선방을 통해 승리에 기여했다. 특히 그는 경기 후반 중반 무릴로 엔히키(27)의 기습적인 슈팅을 막아내는 등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이에 대해 "'오늘 실점하면 죽어야겠다. 지면 골대에 머리를 박아겠다'는 심정으로 경기에 임했다"면서 "(이)승우에게 골을 헌납했을 때 미치는 줄 알았다. 팔라시오스의 골로 역전한 뒤에는 온 마음을 다해서 집중했다. 무릴로의 슛을 막을 땐 공이 보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영광은 "어떻게 해야 상대에게 부담을 주고 승리할 수 있는지 선수들이 깨달은 것 같다. 오늘 승리가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면서 "최하위고 도전하는 입장이다. 상대들이 오히려 더 부담을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다음 경기에도 모든 노력을 쏟아서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