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이정빈 기자 = 도르트문트, 리버풀 등에서 세계적인 명장으로 불린 위르겐 클롭(57·독일)이 레드불 그룹의 축구 책임자로 임명되자, 도르트문트 팬들이 격노했다. 도르트문트 팬들은 영광의 시기를 이끌었지만, 이제는 적이 된 클롭을 향해 날이 선 반응을 보였다.
레드불은 9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클롭이 2025년 1월 1일부터 글로벌 축구 책임자 역할을 맡게 된다. 그는 새로운 직책에서 레드불 축구 구단들의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관리할 것이다”라며 “구단의 평이한 업무에는 관여하지 않을 예정이다. 다만 전략적 비전을 제공하면서 구단별 레드불 철학을 발전시켜 스포츠 디렉터를 도울 계획이다. 또한 글로벌 스카우팅 운영 및 코치 훈련 개발에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클롭은 끊임없는 압박과 속도감 있는 전술로 유럽 축구를 대표하는 지도자로 잘 알려졌다. 마인츠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그는 도르트문트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 2회, 독일축구협회(DFB)포칼 우승 1회 등을 기록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리버풀에서는 프리미어리그 우승 1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우승 1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1회 등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리버풀 감독직을 내려둔 클롭이 5개월 만에 축구계로 돌아왔다. 리버풀에서 9년을 보낸 클롭은 2023-24시즌 도중 ‘번 아웃’을 호소하며 계약 기간보다 일찍 지휘봉을 내려두겠다고 전했다. 클롭과 마지막 시즌을 보내게 된 리버풀은 잉글리시 풋볼리그(EFL) 카라바오컵 우승을 차지하며 클롭 시대를 화려하게 마쳤다.
리버풀을 떠난 클롭은 미국, 독일 등 국가대표팀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한 채 휴식기를 가졌다. 잠잠하게 생활하며 축구계를 벗어났던 그가 이번에는 행정가로 변신했다. RB 라이프치히, RB 잘츠부르크, 뉴욕 레드불스, 레드불 브라간치누 등 세계적으로 많은 구단을 소유한 레드불이 클롭 감독에게 제안을 보냈는데, 클롭이 이를 받아들였다.
레드불 축구 책임자가 된 클롭은 여러 구단에 조언을 건네고, 운영에 관여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그런데 클롭이 레드불로 향하자, 도르트문트 팬들이 분노했다. 도르트문트 팬들은 레드불이 거대 자본을 앞세워 독일 축구계를 흔드는 ‘악당’이라고 생각한다. 독일 프로축구 규정에는 ‘50+1’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이를 통해 개인이나 기업이 지분을 독식해 일방적인 자본 투자를 막고 있다.
독일축구는 해당 제도를 토대로 구단을 상업적으로 운영하는 걸 방지하고 있으나, 레드불은 ‘꼼수’를 써서 50+1 규정을 절묘하게 빠져나갔다. 레드불 기업 자체에서 구단 지분 49%를 사들인 후 나머지 지분을 레드불 고위층에게 팔아넘겼다. 이렇게 되면서 의결권이 모두 레드불 쪽에 있어 기업 의사대로 공격적인 운영이 가능해졌다.
도르트문트 팬들은 독일 축구 근간을 흔든 레드불과 한솥밥을 먹게 된 클롭에게 크게 실망했다. 독일 매체 ‘슈포르트 빌트’에서 활동 중인 크리스티안 폴크 기자는 9일 영국 공영방송 ‘BBC’ 라디오에 출연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금 독일에서 그가 ‘영혼을 팔았나?’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미 많은 도르트문트 팬이 클롭을 ‘위선자’로 취급했다.
‘BBC’는 클롭의 레드불행을 조명하면서 도르트문트 팬들의 반응을 전했다. 한 팬은 “어떻게 사람이 1초 만에 많은 평판을 낭비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또 다른 팬은 “긍정적인 게 하나 있다. 도르트문트에서 클롭 시대를 감정적으로 마칠 수 있게 됐다”라며 “현재 팀을 방해하는 클롭 감독의 향수는 더 이상 없다”라고 정을 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