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자면 제가 잘해서 우승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포항 스틸러스 공격수 정재희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HD와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3-1로 승리하면서 우승을 확정 지은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서다.
이날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정재희는 팀이 0-1로 끌려가던 후반 24분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동점골을 뽑아냈다. 오른쪽 측면에서 안쪽으로 좁혀들어오더니 페널티 아크서클 정면에서 공간이 열리자 왼발 슈팅을 때렸다. 그의 발을 떠난 공은 이청용의 몸에 맞고 굴절돼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포항은 이후 팽팽한 균형을 이어가다가 승부가 연장전으로 향한 가운데, 연장 후반 7분 김인성의 헤더골로 승부를 뒤집더니 후반 추가시간 4분엔 강현제의 쐐기골까지 터지면서 승리와 함께 정상에 올라섰다. 통산 6번째 별(1996, 2008, 2012, 2013, 2023, 2024년)을 단 포항은 대회 최다 우승팀으로 등극했다. 지난 2012∼2013년에 이어 두 번째 2연패도 성공했다.
정재희는 “제가 잘했다기 보단, 우리 팀이 다 잘했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 운이 많이 따랐고, 운이 오늘 우리 팀에게 와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승리 소감을 전한 후 “‘코리아컵 사나이’라는 별명은 과분하다”고 겸손함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선수 중에 우승을 안 하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만약 우리가 졌으면 포항까지 가는 길이 너무나 우울할 텐데, 그래서 선수들끼리 모여서 오늘 하루만큼은 반칙도 많이 하고 거칠게 해서 승리를 가져오자고 했던 것 같다”고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을 밝혔다.
동점골 당시 상황을 묻자 “안쪽으로 밀고 들어갔는데 공간이 열려서 ‘슛을 때려야 하나’라고 생각해서 때렸다. 그런데 공이 힘 있게 날아가진 않았다”는 정재희는 “앞에 사람이 많아서 안 보였는데, 갑자기 환호하면서 저한테 뛰어오길래 뒤늦게 골인 걸 알고 좋아했다”고 돌아봤다.
정재희는 지난 시즌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올 시즌은 큰 부상 없이 좋은 활약을 펼쳤다. “올 시즌 처음 목표가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는 거였는데, 지금 이렇게 돌아보면 축구 인생 통틀어서 잘 된 시즌인 것 같다”는 그는 “작년에 (코리아컵) 결승전을 뛰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오늘 뛰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