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인천] 이정빈 기자 = 인천유나이티드 수비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김동민이 의미 깊은 득점을 기록했다. 그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골 맛을 보며 평생 잊을 수 없는 경기를 펼쳤다. 김동민은 여자친구와 가족들 앞에서 골망을 출렁여 더욱 행복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팀의 첫 우승을 이끌어 역사에 남고 싶다는 소망을 비췄다.
김동민은 14일 오후 4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7라운드 맞대결에서 시즌 첫 골 겸 2018시즌 이후 6시즌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다. 김동민의 선제골 이후 인천은 대구와 1-1로 비기며 상대와 승점 1점을 사이좋게 나눴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김동민은 “팬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결과를 못 가져와 죄송하다. 저희 또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가오는 수요일 코리아컵 경기와 일요일 강원FC전 꼭 승리해야 한다”라고 경기 소감을 남겼다.
이날 김동민은 2018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상대 골문을 열었다. 더 나아가 프로통산 124경기 만에 안방에서 첫 득점을 기록했다. 이에 김동민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수비수인데 세트피스에서 득점이 없었다”라며 “인천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으나 홈에서 득점을 기록하지 못해 득점하고 싶었다. 올해 목표를 1단계에서 10단계까지 설정했을 때, 1단계가 세트피스에서 득점이었다”라고 그동안 간절함을 설명했다.
이어 “키가 작다 보니 스크린플레이를 많이 맡았는데, 다른 선수들이 스크린플레이 그만하고 들어가서 골 좀 넣으라고 질책했다. 앞서 진행한 세트피스 훈련에서 제가 마침 골을 넣었는데, 감독님이 경기에서도 넣어야 하지 않겠냐고 하셨다”라며 “아침에 일어나니 기운이 좋았다. 운이 좋게 무고사의 헤더 슈팅 이후 나온 공을 밀어 넣었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김동민의 득점 후 비디오판독(VAR)이 가동됐는데, 당시 중계화면으로 김동민이 간절하게 두 손을 모으며 득점이 인정되길 바라는 장면이 포착됐다. 당시 상황에 관해 묻자 “그 모습이 저의 마음을 대변했다. 홈에서 득점을 기록하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세트피스에서도 넣고 싶었다. 기독교는 아닌데 기도를 드렸다. 다행히 득점이 인정돼 너무나도 행복했다”라고 돌아봤다.
득점을 기록한 김동민은 골 맛을 본 후 무고사에게 달려가 함께 득점을 만끽했다. 김동민은 “무고사가 저에게 조언을 많이 해줬다. 먼저 다가와서 축하해줬고, 같이 셀레브레이션도 했다”라며 “오늘 경기에 여자친구. 여자친구 부모님, 저희 부모님이 모두 오셨는데 꿈을 이뤘다. 제가 홈에서 득점하는 걸 보고 싶어 하셨을 텐데 득점을 기록해 행복하다”라고 재차 웃었다.
지난 2시즌 동안 인천 3백 핵심으로 활약했던 김동민은 이번 시즌 경쟁에 돌입했다. 돌아온 요니치를 비롯해 오반석, 권한진, 델브리지, 김연수 등 출중한 센터백들이 조성환 감독의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맞붙었다. 김동민은 “항상 경쟁해야 한다. 감독님도 건강한 경쟁을 펼쳐야 선수와 팀이 발전한다고 생각하신다”라며 “최근 경기에 나서지 못한 부분이 배움의 시간이 됐다. 2년 동안 꾸준히 경기에 나서다가 들쑥날쑥 나서고 있지만, 이 또한 배움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경쟁을 통해 배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곧바로 “경기를 못 뛰어서 화를 내는 건 좋지 않은 행동이다. 감독님이 저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인천이라는 팀은 올바른 경쟁을 하고 있다. 경각심을 갖고 준비를 더 잘해야 할 것 같다”라고 조성환 감독의 결단을 존중하는 동시에 주전 경쟁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성환 감독이 특별히 조언을 건넨 점이 있는지 질문하자 “따로 말씀해 주시는 부분은 없다. 감독님이 무심한 듯 잘 챙겨주시는 스타일이다. 제가 부족해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번 경기 준비하면서 세트피스에서 득점을 보여주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거에 보답할 수 있었다”라고 반응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선수들과 이제 막 프로 무대를 밟은 어린 선수들이 공존하는 인천은 김동민과 같은 중간 위치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동민은 “무엇이든지 중간 역할이 힘들다. 형들 눈치도 봐야 하고, 어린 선수들 눈치도 봐야 한다”라며 “저희 94년생 선수들이 중간에서 역할을 잘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서 형들과 편안하게 경기하도록 저희가 잘해야 한다”라고 경기장 밖에서도 팀을 위해 움직일 것을 다짐했다.
창단 후 우승 트로피가 없는 인천은 이번 시즌 구단 첫 트로피를 조준했다. 조성환 감독의 우승 욕심이 상당한 가운데, 김동민 역시 이에 동감했다. 김동민은 “당연히 욕심이 있다. 감독님도 올해 코리아컵에 욕심이 있으시고, 리그에서는 파이널 A로 진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시다”라고 말했다.
연이어 “선수들도 같은 마음이다. 그래서 꼭 ACL에 다시 진출해 행복한 기억을 만들고 싶다. 코리아컵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면 구단 역사에 저와 선수단이 이름을 남기기에 도전할 생각이다”라고 새 역사를 작성하길 바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