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이정빈 기자 = 천황배 일본축구협회(JFA) 전일본축구선수권대회(천황배) 32강에서 이변이 속출했다. J1 구단인 알비렉스 니가타가 토요대학에 패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준우승 팀인 가와사키 프론탈레는 J3 사가미하라에 덜미를 잡혔다.
알비렉스 니가타는 16일(한국 시각) 일본 기이가타시에 있는 덴카 빅 스완 스타디움에서 열린 천황배 32강 토요대학과 홈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먼저 토요대학에 실점한 뒤 후반 초반 동점골을 넣었지만, 다시 점수를 내주면서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강등권이라지만, 엄연히 1부 리그 구단이 프로가 아닌 대학 선수들에게 패하는 굴욕을 맛봤다.
알비렉스 니가타를 꺾은 토요대학은 천황배 2경기 연속 프로 구단을 격파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토요대학은 앞서 64강에서는 가시와 레이솔을 눌렀다. 가시와 레이솔은 이번 시즌 J1 리그 선두에 있는 강팀이다. 그런데 토요대학이 이들을 상대로 2-0 승리를 거뒀다. 토요대학은 이 기세를 이어가 알비렉스 니가타에도 좌절을 안겼다.
같은 날 펼쳐진 가와사키와 사가미하라의 맞대결에서도 이변이 나왔다. 동아시아 최고 구단인 가와사키가 3부 리그 팀인 사가미하라를 뚫지 못하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패했다. 이날 가와사키는 루이스 야마구치, 소타 미우라, 유키 야마모토, 마르시뉴 등 주축 멤버들을 내세우고도 체면을 구겼다.
가와사키는 점유율 67%로 주도권을 잡았지만, 공격에서 세밀함이 떨어졌다. 오히려 사가미하라가 더 많은 슈팅(18회)을 기록하며 가와사키를 압박했다. 축구 통계 매체 ‘푸티 스탯’에 따르면, 이날 가와사키가 기록한 기대 득점 값은 1.86골이었다. 사가미하라는 1.95골로 가와사키보다 더 높은 수치를 남겼다.
연장까지 120분 혈투에도 우위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승부차기로 향했다. 승부차기에서 승부는 빠르게 결정됐다. 가와사키는 1번째 키커인 카와하라 소우를 시작으로 유키 야마모토, 칸다 소마 모두 실축했다. 기세가 완전히 사가미하라 쪽으로 쏠린 승부차기는 결국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끝났다.
이변을 일으킨 토요대학과 사가미하라는 16강에서 각각 비셀 고베와 블라우블리츠 아키타를 만난다. 비셀 고베는 가시와 레이솔에 이어 J1 리그 2위에 오른 팀이다. 앞서 가시와 레이솔을 누른 토요대학이 비셀 고베마저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가미하라의 상대인 블라우블리츠 아키타는 J2 리그 15위 구단이다. 가와사키와 맞대결에서 승리한 사가미하라가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는 상대다. 놀라운 결과를 선보인 토요대학과 사가미하라가 더 높은 곳으로 향할 수 있을까.
한편, 천황배는 1921년부터 시작된 역사 깊은 컵 대회다. 일본 프로 축구 대회 중에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프로팀뿐 아니라 아마추어팀들도 참가할 수 있다. 이 대회에서 승리한 구단은 다음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2 진출권을 얻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