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강동훈 기자 = 그야말로 ‘대충격’이다. 최근 아킬레스건염과 허리 통증, 인후통 등 온몸이 종합 병원이 될 정도로 혹사 논란이 일은 가운데도 고통과 아픔을 참고 버티면서 강행군을 이어왔는데, 정작 구단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선수로 보지 않으면서 매각 가능성을 열어뒀다. ‘철기둥’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 얘기다.
유럽 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플로리안 플레텐버그 기자는 15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김민재는 더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언터처블한 선수로 여겨지지 않는다”며 “바이에른은 김민재를 적극적으로 매각하려고 하진 않지만, 올여름에 적절한 이적 제안을 받는다면 그를 매각하는 데 열려 있다”고 전했다.
바이에른 뮌헨이 당장 김민재를 매각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매각을 고려한다는 것만으로도 그야말로 ‘대충격’이다. 특히 김민재가 올 시즌 뱅상 콩파니 바이에른 뮌헨 감독에게 전폭적인 신임을 얻으면서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는 데다, 최근 혹사 논란이 일을 정도로 몸 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된 상황에서도 수비라인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실제 올 시즌 김민재는 ‘괴물’ 그 자체다. 지난 시즌 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토마스 투헬 전 감독에게 외면받아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지난여름 새롭게 부임한 콩파니 감독에게 두터운 신임을 받으면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콩파니 감독은 라인을 높게 올리는 전술을 주로 활용하는데, 전술 특성상 김민재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김민재는 이번 시즌 바이에른 뮌헨이 모든 대회 통틀어 45경기를 치르는 동안 41경기(3골)에 출전해 활약했다. 출전 시간으로 놓고 보면 3483분이다. 이는 요주아 키미히(3837분) 다음으로 최대 출전 시간이다. 해리 케인(3222분)과 마이클 올리스(2958분), 자말 무시알라(2871분) 등보다도 더 많이 뛰었다. 그만큼 김민재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콩파니 감독은 이런 김민재를 두고 “정말 뛰어난 능력을 지닌 선수와 함께 하고 있다. 한 번도 그를 의심해 본 적이 없다”고 극찬했다. 김민재는 지난해 11월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소(CIES)가 발표한 센터백 순위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당시 그는 100점 만점 중 91.1점을 받아 후벵 디아스(89.7점)와 이브라히마 코나테(89.5점), 버질 판 데이크(89.4점), 에데르 밀리탕(89.0점) 등을 잇달아 제쳤다.
김민재의 활약상은 스탯으로도 잘 나타난다. 스포츠 통계 전문 매체 소파 스코어에 따르면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센터백 가운데 최다 패스 성공 1위(2300회), 최다 패스 성공률 4위(92.56%), 최다 공중볼 경합 승리 4위(82회), 최다 가로채기 9위(36회)에 올라 있다. 바이에른 뮌헨이 대부분 경기에서 수비보단 공격하는 상황이 더 많은 것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바이에른 뮌헨은 다만 김민재에 대해 적절한 제안이 들어올 때만 매각을 고려하고, 그렇지 않다면 남은 계약기간은 동행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플레텐버그 기자는 “만약 김민재가 떠난다면 바이에른 뮌헨은 (새로운 센터백을 영입하기 위해) 재투자를 진행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김민재, 다요 우파메카노, 이토 히로키, 에릭 다이어, 요시프 스타니시치를 센터백 옵션으로 두고 다음 시즌을 계획하고 있다. 김민재의 계약기간은 2028년까지”라고 덧붙였다.
김민재는 지난 2017년부터 전북 현대에서 뛰다가 2년간 활약한 후 베이징 궈안을 거쳐 2021년 페네르바체로 이적하면서 유럽 무대에 발을 디뎠다. 시간이 지날수록 빠른 성장을 거듭한 그는 이듬해 나폴리 유니폼을 입었다. 나폴리로 이적한 김민재는 곧바로 ‘핵심’으로 자리매김하더니 쟁쟁한 공격수들을 상대로 ‘괴물’ 같은 수비력을 뽐냈다.
빼어난 활약을 펼치면서 나폴리가 33년 만에 최정상에 올라서는 데 앞장선 김민재는 이탈리아 세리에A 최우수 수비수상과 베스트 일레븐에 동시에 선정되는 영예도 얻었다. 이는 아시아 국적 최초 수상자와 우승팀에서 나온 최초 수상자라는 ‘대기록’이었다. 아울러 생애 처음으로 세계 축구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발롱도르 후보에 오른 데에 이어, 30명 가운데 22위에 오르면서 뛰어난 활약상을 인정받았다.
김민재는 이후 빅 클럽들의 ‘러브콜’을 잇달아 받더니 지난 2023년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었다. 역대 21번째 ‘코리안 분데스리거’가 된 그는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제 기량을 마음껏 뽐내며 주축으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 입단 당시 “계속해서 발전하겠다”고 다짐했던 그는 약속을 이행하며 세계 최고의 센터백으로 발돋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