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장충동] 강동훈, 김형중 기자 = 2021년 청두 룽청(중국) 지휘봉을 잡은 서정원 감독은 지난해를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하더라도 현지에서는 서정원 감독이 재계약을 맺으면서 청두를 계속 이끌 거로 전망했지만 관측과 달리 동행을 마쳤다. 당시 청두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서정원 감독과 우호적인 협의 끝에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서정원 감독은 앞으로 구단의 소중한 일원으로 기억될 것이며, 그의 헌신적인 노고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발표했다.
“정말 오랜만에 휴식기다. 백수가 됐는데, 백수가 오히려 더 바쁜 것 같다.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고, 또 지인들도 만나면서 지내고 있다”고 웃으면서 근황을 전한 서정원 감독은 “오는 3월에는 유럽에 갈 계획이다. 해마다 유럽에 가서 경기도 보고, 훈련도 보면서 공부해 왔다. 이번엔 연이 있는 올리버 글라스너 감독이 이끄는 크리스털 팰리스(잉글랜드)를 방문할 예정이고, 또 운 좋게 아들 덕분에 바이에른 뮌헨(독일)에 갈 기회도 생겨서 가볼 생각”이라고 했다.
서정원 감독은 이어 청두를 떠나게 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사실 저도 팀을 계속 이끌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판에 구단과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대화를 나눈 후 떠나는 쪽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저와 구단이 서로 생각하는 방향이 달랐다”고 설명한 후 “5년 동안 팀을 이끌어오면서 정말 이 팀에 대한 애착이 컸다. 마지막까지도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고, 떠나기로 할 때 아쉬움이 컸다”고 심정을 전했다.
지난해 7월 현지 보도에 따르면 서정원 감독은 톈진 진먼후와 중국 슈퍼리그(CSL·1부) 17라운드 원정경기 직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6개월 동안 참았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힘주어 말하면서 “구단은 코치진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의료진과 통역을 해고했고, 코치 계약도 뒤늦게 체결했다. 또 후반기에 상당히 중요한 경기가 많은데 선수 이적과 관련해서도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모든 건 구단이 결정할 뿐 저에겐 권한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휘봉을 계속 잡을 순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물론 갈등은 다행히 봉합됐다. 서정원 감독은 지난해 9월 강원FC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동아시아권역 리그 스테이지 2차전 홈경기 직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구단과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됐다. 앞으로 더 좋은 비전·목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 이후로 재계약 협상이 지연되는 등 서정원 감독과 구단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끝내 재계약 과정에서 서로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면서 이별했다.
서정원 감독은 “시즌을 치르는 과정에서 잘못된 판단이 내려지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강조하면서 “(당시에는) 정말 이대로 가다가는 팀이 추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장에서 팀을 이끌고 있는 리더로서 그런 상황들을 무시할 수 없었고, 또 제 성격상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었기에 마음을 먹고 그렇게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었는지 묻자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저는 선수단을 책임져야 할 감독이고, 어떻게 한 시즌을 잘 이끌면서 좋은 성적을 내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구단과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아 마찰을 빚었다”고 답한 서정원 감독은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는 와중에 선수 영입과 방출, 또 팀의 중요한 코치진과 의료진 재계약 등이 저의 동의 없이 이뤄졌다. 그런 일들이 몇 번 일어났다. 물론 제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됐지만 팀의 리더로서, 팀이 좌초되는 걸 마냥 보고 있을 수가 없었기에 밝히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특히 저의 동의 없이 선수를 이적시키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전반기에 한창 CSL에서 우승 경쟁을 하고 있었고, FA컵에선 4강에 진출한 상태였다. 또 ACLE도 시작됐다. 이런 팀은 알다시피 선수층이 두꺼워야 한다. 그래서 전반기가 끝나고 (여름 이적시장 때) 선수를 보강해야 하는데, 오히려 구단에서는 선수를 내보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며 “또 재계약 문제로 의료진이 나가고, 그 이후로 부상자들이 계속 나오니깐 경기를 뛸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그래서 후반기를 보면 유스에서 어린 선수들을 끌어올려 기용했다. 구단이 조금만 현명하게 대처했더라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고 했다.
계속해서 “제가 5년 동안 청두에 있으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구단주도 바뀌고, 회장도 바뀌고, 구단 직원들이 통째로 바뀌기도 했다. 그런 일들이 2~3번 일어났다”고 일화를 이야기하면서 “구단이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 현장에서 선수단을 이끄는 저와 자주 소통하면서 만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없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서정원 감독은 구단과 서로 생각하는 방향이 다른 데다, 소통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에 지치기도 했지만 본인 스스로도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떠나게 된 점도 추가로 밝혔다. 그는 “제가 에너지가 다 떨어진 상태에서 팀을 계속 이끌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생각이 들었다”고 밝히면서 “물론 계속 이끌면 어떻게든 이끌겠지만 사람은 때론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휴식을 취하면서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에너지가 다시 쌓였을 때 다시 맡은 팀에 쏟아낼 수 있는 열정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보다 더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 와서 팀을 이끄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②편에서 계속됩니다.
사진 = 골닷컴, 중국 슈퍼리그, 한국프로축구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