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환한국프로축구연맹

[김형중_비욘더게임] ‘10경기 중 8승 & 19골-5실점 & 5연승’ 무대가 좁은 생태계 교란종

[골닷컴] 구단이 하부 리그로 강등되면 대개 혼란기에 빠진다. 역사가 깊은 해외 명문 구단도 한 번 강등의 아픔을 겪으면 반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K리그1에서 K리그2로 강등된 전통의 팀들이 좀처럼 승격하지 못하고 수년째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예외도 있는 법. 아직 1라운드 로빈을 돌지 않은 K리그2이지만 올 시즌 눈에 띄게 치고 나가는 팀이 있다. 지난 시즌 다이렉트 강등의 쓴맛을 본 인천유나이티드다. 4일 김포FC를 홈으로 불러들여 3-0으로 대파하며 파죽의 5연승 행진을 달렸다. 3경기 연속 3득점은 덤.

10경기 8승 1무 1패 승점 25점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19골을 넣고 5골을 내줬다. 경기당 거의 2골을 터트리고 실점은 2경기에 한 번 내준다. 리그 최다 득점, 최소 실점의 완벽한 공수 밸런스다.

사실 인천의 강세는 개막 전부터 예상됐다. 창단 후 첫 강등이란 시련 속에서도 대부분의 주축 선수들이 팀을 지켰다. 막강 외국인 공격 듀오 제르소는 물론이고 이명주와 신진호, 김도혁, 문지환, 김건희 등 간판 선수들이 잔류하며 인천 재건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여기에 K리그1 우승을 경험한 외국인 바로우까지 가세했다. 지휘봉은 K리그1 올해의 감독상을 받은 윤정환 감독이 잡았다. K리그2 생태계 교란종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굳이 약점을 찾자면, 전반전 골이 적다는 점이었다. 상대팀이 초반부터 내려서서 경기를 하다 보니 인천 입장에선 이른 시간 득점을 터트리는 게 쉽지 않았다. 5라운드까지 7골을 뽑아냈지만 모두 후반전에 나왔다. 그러나 이 문제도 곧 해결됐다. 6라운드 화성FC 원정 경기에서 첫 전반전 골이 나오더니 8~10라운드 모두 전반전에 골 사냥에 성공하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득점 루트도 다양해졌다. K리그1 득점왕 출신으로 올 시즌 10경기에서 9골을 폭발한 무고사는 K리그2 득점왕을 목표로 순항 중이다. 하지만 이제는 무고사 의존도도 낮아졌다. 이동률이 부상 전 2골을 넣었고 박승호도 최근 2골을 터트리며 득점에 가담했다. 김포전에서는 수비수 박경섭까지 골망을 흔들며 상대 수비를 곤란하게 했다.

김포전은 선수 교체도 적중했다. 1-0으로 앞선 후반 20분 윤정환 감독은 바로우와 박승호를 빼고 김민석과 신진호를 투입하며 에너지를 보충했다. 노장 신진호는 중원에 배치돼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김민석은 찬스가 나면 과감히 때리라는 감독의 요구에 부응했다. 후반 39분 왼쪽을 돌파한 김민석은 오른발로 접은 뒤 예리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인천의 선발 라인업에는 특이점이 있었다. 10명의 필드 플레이어 중 5명은 30대 초중반, 나머지 5명은 20대 초중반이었다. 무고사, 제르소, 바로우 등 핵심 외국인 선수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2000년대생이었다. 강원FC 시절에도 양민혁 등 어린 선수들을 중용하며 재미를 봤던 윤정환 감독의 특징이 인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센터백 조합 23세 김건희와 21세 박경섭은 감독의 깊은 신뢰를 받고 있다. 두 선수는 이날도 무실점의 탄탄한 수비를 보여주며 안정감을 자랑했다. 경기 후 윤정환 감독은 “동계 훈련 때부터 김건희와 박경섭이 쉬지 않고 훈련했다. 부족함이 있긴 해도 어떻게 경기해야 하는지 제일 잘 이해하고 있다. 경기를 하면 할수록 강해지고 있다”라며 칭찬했다.

이렇게 잘 나가고 있는 인천이지만 윤정환 감독은 K리그2 무대가 여전히 생소한 모양이다. 그는 “K리그2는 아직도 모르겠다. 변수도 많고 순위 변동도 심하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인천의 강세는 결과로 나오고 있다. “인천에는 무시무시한 선수들이 있다”는 김포 고정운 감독의 말 대로 그런 선수들이 무시무시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음은 틀림없다.

#비욘더게임은 경기 이상의 스토리를 전합니다.

글 = 골닷컴 편집장 김형중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광고

ENJOYED THIS STORY?

Add GOAL.com as a preferred source on Google to see more of our reporting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