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강릉] 김형중 기자 = 강원FC가 9경기 만에 승리를 거뒀다. 승리의 중심엔 결승골의 주인공 황문기가 있었지만, 팀의 최후방을 든든히 지켜준 골키퍼 유상훈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강원은 19일 FC서울을 상대로 하나원큐 K리그1 2022 13라운드 홈 경기를 치렀다. 8경기째 승리가 없던 강원의 최용수 감독은 경기 전 “물러서지 않겠다”며 필승의 각오를 내비쳤다.
킥오프가 되자 최용수 감독의 말이 빈말은 아니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강원 선수들은 지난 라운드 전북현대라는 대어를 놓친 아쉬움이 클 법도 했지만, 강한 압박과 빠른 역습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리그 2연승을 달리며 상승세를 탄 서울이었지만 강원의 활발한 움직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결국 강원은 전반 29분 황문기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김동현이 후방에서 길게 뿌려준 볼을 황문기가 김진야와의 경합을 이겨낸 후 백종범의 마크를 피해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초반부터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준 황문기가 집중력으로 얻어낸 골이었다.
후반전의 히어로는 노장 유상훈이었다. 서울이 주전 선수들을 대거 투입하며 공격적으로 나오자 활약이 돋보였다. 후반 16분 황인범의 하프 발리 슈팅을 멋지게 막아낸 것이 시작이었다. 이어 1분 뒤에는 다시 한번 황인범의 헤더를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쳐냈다. 후반 막판에는 이한범의 헤더를 잡아내며 강원 골문을 사수했다. 공식 기록 상 선방 숫자는 3회였지만, 후반 36분 팔로세비치가 박스 안에서 결정적인 슈팅 찬스를 잡았을 때 각도를 좁히며 정확한 임팩트가 이루어지지 못하게 하고, 공중볼 경합에서도 안정감을 보여주는 등 갈수록 존재감을 뽐냈다.
친정팀을 상대로 한 엄청난 활약이었다. 2011년 서울에 입단 후 상무 기간을 제외하고 약 9년 간 활약한 유상훈은 익숙한 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그는 “친정팀과 만나면 잘하고 싶은 마음이 누구나 드는 것 같다. 그렇다고 서울과의 경기만 열심히 하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라고 말한 뒤, “그동안 팀 상황이 힘들었고 승리가 없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했다. 오늘 경기는 공격수들이 골을 넣으면 무조건 버텨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배수의 진을 쳤음을 밝혔다.
오랜 시간 몸 담았던 팀을 떠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린 후 경기에 뛸 수 있는 팀을 찾아야 했다. 유상훈은 전역 후 2019 시즌 리그 32경기에 나섰지만, 이듬해에는 11경기, 2021 시즌에는 양한빈과의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리며 2경기 출전에 그쳤다.
한국프로축구연맹강원 이적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이적도 처음이고 새로운 팀 적응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축구를 얼마나 더 할지는 모르겠지만, 축구 인생의 마지막 팀이라고 생각하고 왔다”라며 심경을 밝혔다. 이어 “경기를 많이 못 뛴 저에게 기회를 준 고마운 팀이다. 감독님, 코칭스태프, 직원분들 모든 분께 고맙다. 초반에 결과가 좋지 않아 미안한 마음이 많았는데, 앞으로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겠다”라며 어려웠던 시기에 손 내밀어준 구단에 고마움을 전했다.
사실 강원 이적에는 최용수 감독의 영향이 컸다. 최용수 감독이 지난 시즌 말 강원의 지휘봉을 잡았고, 올 시즌을 준비하며 유상훈을 영입했다. 2011년 최용수 감독이 서울 감독대행으로 데뷔전을 치를 때 유상훈은 김용대의 부상으로 교체 투입돼 최용수 감독의 데뷔전 승리를 함께 장식한 바 있다. 이후 오랜 시간 함께 한 만큼 두 사람의 신뢰는 커 보였다.
최용수 감독은 유상훈의 활약에 “유상훈은 팀을 옮겨왔고,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선수이다. 중요한 경기에서 놀라운 선방 능력을 보여줬다. 고참으로서의 역할을 운동장에서 120% 보여주었다”라며 칭찬을 건넸다. 하지만 유상훈은 10년이 넘게 지났어도 첫인상 그대로인 듯했다. 그는 최용수 감독에 대해 “예전보다는 유해지신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감독님이 어렵다. 감독님과 오래 했지만 아직도 어렵긴 하다”며 웃어 보였다.
9경기 만에 승리를 챙겼지만 강원의 갈 길은 여전히 멀다. 13경기에서 승점 14점을 기록하며 10위에 머물러있다. 공격진의 줄부상으로 수비에 중점을 두고 있는 상황인 만큼, 주전 골키퍼의 활약이 중요하다. 최근 선제골을 넣고도 무너지는 경기가 많았지만, 이날은 유상훈이 최후방을 든든히 지켜주며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유상훈 자신도 쉽지 않았던 지난 시즌을 뒤로 하고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축구 인생 처음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노장 골키퍼의 활약에 박수를 보낸다.
*비욘더게임(Beyond the Game)은 축구 경기를 넘어 그 이상을 소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