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이 홈 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홈 경기 신바람 3연승 중이던 서울은 오랜만에 안방에서 쓴맛을 봤다.
서울은 2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14라운드에서 최하위 성남FC에 일격을 당했다. 전반 중반 상대 센터백 권완규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했음에도 불구하고 승점 획득에 실패했다. 경기 시작 22분 만에 선제골을 내준 후 성남의 극단적인 수비 축구를 극복하지 못했다.
지난 3월에 있었던 6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전 1-2 패배 이후 홈 경기 첫 패배였다. 당시에는 코로나 집단 감염 여파로 스쿼드 구성에 애를 먹었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 위주로 오히려 잘 버텼다는 평가였다. 이후 4번의 홈 경기에서 1무 후 쾌조의 3연승을 달리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하지만 이날은 1만 명에 가까운 홈 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점유율을 높이고 후방에서부터 차근차근 빌드업을 시도하며 상대를 공략했다. 권완규 퇴장 이후 성남이 극단적으로 라인을 내렸지만, 서울은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축구를 끊임없이 지향했다. 그러나 마지막 한 방이 아쉬웠다. 후반 중반 수비수 이태석 대신 공격수 김신진까지 투입하며 공격에 무게를 두었지만 페널티 박스 안으로 투입되는 패스의 질이 아쉬웠다. 슈팅 가능 지역에 볼이 투입되더라도 상대의 강한 압박 속에 슈팅 임팩트가 온전치 못했다.
밀집 수비를 끝내 극복하지 못한 채 결과는 0-1 한 골 차 석패였다. 벤치에 가용할 수 있는 정통 스트라이커가 있었다면 경기 막판 공중볼 싸움이라도 시도해 볼 수 있었겠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스쿼드 구성 상 전술적 유연성이 약간 아쉬운 대목이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안익수 감독의 얼굴엔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홈 팬들 앞에서 과정과 결과를 보여드리지 못해서 정말 속상하다. 많은 반성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90분이었다”라고 첫 마디를 뗐다. 좋은 경기와 결과를 통해 팬들에게 감동의 메시지를 주는 것이 프로 구단의 존재 이유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안익수 감독에겐 이날 패배가 매우 씁쓸할 수밖에 없다.
성남의 밀집 수비를 공략하지 못한 것에 대해선 “우리가 해결해 나가야 한다. 결정력도 우리가 개선해야 하는 사항이다”라고 했다. 이어 상대의 ‘10백’을 비난하기보단, 내부에서 원인과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그는 "우리가 공격적인 축구를 하기 때문에, 상대가 라인을 내려서 방어책을 가져가는 면이 있다.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 또한 과정이라고 본다. 더욱 많은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은 25일 제주와의 FA컵 4라운드와 28일 김천상무와의 리그 15라운드를 통해 또 한 번 홈 팬들 앞에 선다. 빡빡한 경기 일정으로 인해 2연패의 충격을 추스를 시간은 부족하지만, 얼마나 빨리 분위기 전환을 하는지에 따라 6월 휴식기 이전의 순위표 위치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안익수 감독은 “더 많은 노력을 통해 끊임없는 경기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서울을 만들겠다”라고 다짐하며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경기에서 리드하고 있어도, 또는 추격하는 상황에서도, 기본적으로 팀이 추구하는 축구의 방향을 명확히 따라가는 서울이 제주와 김천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분명한 것은, 축구에서 한 팀이 고유의 색깔을 완벽히 지니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글 = 김형중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