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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_비욘더게임] ‘배수의 진’... 3년차 서울 감독 김기동

[골닷컴] 2024년 1월 포항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까지만 해도 김기동 감독은 K리그 최고의 전술가, 최고의 매니저라는 칭호를 얻었다. 기업구단이라고는 하지만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은 포항을 이끌고 FA컵(현 코리아컵) 우승을 차지하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결승까지 오르며 감독으로서 전성기에 접어들었다.

최고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서울은 앞선 4년 동안 파이널A 무대에도 오르지 못한 ‘종이호랑이’ 신세에 허덕였다. 김기동 감독은 포항에서 하던 틀을 가지고 조금씩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 개막전부터 꼬이며 전반기엔 삐걱거렸지만, 후반기에 접어들며 자신의 색채를 보여줬고 결국 4위라는 5년 간 최고의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부임 첫 시즌에는 기대가 그리 크지 않았던 탓에 파이널A 진출과 ACL 복귀에 팬들은 환호했다.

그렇게 더 큰 기대를 안고 시작한 2025시즌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다시 한번 개막전에서 패하며 전 시즌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지만 빠르게 정비하며 최소실점 1~2위 기록과 함께 파이널A 순위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여름을 맞이하며 감독 인생 최대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베테랑 기성용의 이적 과정에서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고 선수단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내려 앉았다. 엎친데 덮친격 핵심 수비수 김주성이 이탈하며 6실점 대패 경기까지 나오고 말았다. 홈 팬들은 감독에게 나가라는 구호를 연신 외쳤고 선수들은 이를 의식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다. 지난달 전지훈련지인 중국 하이난에서 마주한 김기동 감독은 이렇게 회상했다.

“그땐 축구를 하지 않았어요, 후반기에는 그냥 버텼습니다. 어떻게든 버티고 내년에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을 갖자고 와신상담하며 시즌을 마무리했어요. 시즌 중간에 코치들한테 그랬어요. 만약 7위로 떨어지면 우린 강등 당한다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버텼습니다”

결국 파이널A에 합류하며 6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그만큼 김기동 감독은 올해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더 높은 성적, 그리고 민심(?) 회복을 위해서라도.

“저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즌이 될 것이고 서울한테도 그렇습니다. 서울에서 마지막 시즌이잖아요. 뭔가를 보여줘야 팬들도 저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이고 저도 뭔가 보여줘야 재계약 해서 한 10년을 FC서울과 함께 해야 되지 않을까요?”

물론 감독 혼자 다 바꾸고 다 할 순 없다.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이 잘 따라와줘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 시즌 주장단은 김기동 감독에게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지금은 선수들이 투덜대는 일이 없어요. 예전에는 운동 한 번 빼 달라고 얘기하는 선수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주장) 진수가 ‘감독님이 다 생각이 있으시니 믿고 따라가자’라고 선수들을 이끌어가는 것 같아요. 또 (부주장) 한도는 밝아요. 경기를 나가든 안 나가든 팀에 파이팅을 불어넣는 선수입니다. (부주장) 준이는 작년에도 부주장을 시키려고 했는데 못 했고 올해 하게 됐습니다. 올해는 골 그만 먹자고 수비수들로 주장, 부주장을 정했어요(웃음)”

일각에선 김기동 정도면 오자마자 팀을 바꿀 수 있었어야 된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김기동 감독도 그렇게 되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지난 2년이 모두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우승하고 싶은데, 계속적으로 변수들이 일어나잖아요. 감독이 감수하고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고 그것 때문에 핑계 대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서 올해 좋은 모습 보여주고 그 다음을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해요. 서울이 굉장히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고 봐요. 제가 지금 변화를 주면서 가는 건데 하루아침에 좋아질 거란 생각은 안 하거든요. 그런 어려움들을 이겨내야 팀이 단단해질 수 있어요. 팀이 좋은 쪽으로 갈 수 있게끔 제가 중심을 잘 잡아주고 가야 된다고 봅니다”

포항에서 5년, 서울에서 2년, 그가 감독으로서 보낸 시간이다. 이제 팀의 수장으로서 8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하지만 같은 감독이지만 그는 감독으로서 마주했던 두 팀의 환경이 참 다르다고 말한다.

“포항에서 구단과 관계, 선수를 다루는 방식, 팬들과 교감, 행정 등을 잘 해 나가면서 그게 다인 줄 알았어요. 서울에 와서 그런 형태로 접근하다 보니깐 참 다르구나를 느낍니다. 영일만 방파제 옆 조그만 파도에서 놀다가 태평양에 나온 느낌. 조그마한 파도 만났을 땐 수영하며 놀지만, 큰 파도 만났을 땐 힘 빼고 기다리면 되는데 사람이 좀 당황하니깐, 그런 게 좀 다른 거 같아요. 근데 그러면서 성장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많은 것들이 바뀌고 어려움이 있지만 한 단계 성숙한 김기동이 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3년차 ‘김기동호’는 10일 빗셀 고베와 ACLE 7차전 원정 경기를 시작으로 2026년 일정을 연다. 최전방에 후이즈, 중원에 바베츠, 골문에 구성윤을 데려다 놓으며 부실했던 척추라인을 착실히 보강했다. 물론 측면에 FA 최대어 송민규도 가세했다. 또 지난 시즌 많은 경기에서 20개 안팎의 슈팅을 퍼부었지만 득점을 올리지 못했던 어두운 기억은 클리말라의 복귀로 밝은 빛이 생긴 모습이다.

“연습경기에서 클리말라가 30분 동안 보이지 않았어요. 근데 빠박 하더니 두 골을 때려넣는 거예요. 그래서 ‘야 골게터는 저래야 되는 거야, 보이지 않다가도 골 넣을 때만 보이는 게 골게터야’라고 농담을 했어요. 후이즈의 움직임이 좋고 클리말라의 파괴력이 있어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비욘더게임(Beyond the Game)은 경기 너머의 스토리를 전합니다.

글 = 김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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