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90분 간 진행되는 축구 종목은 경기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흔히 강팀과 약팀의 차이는 개개인의 기량과 팀으로서의 조직력 등이 좌우하겠지만, 실제 경기 내내 얼마나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느냐가 결과의 차이를 불러오기도 한다.
지난 2일 오후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김천상무와 수원삼성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7라운드 경기에서 나온 상황도 이를 증명한다. 올 시즌 1승만 거둔 채 최근 3경기에서 모두 무승부에 그친 수원은 이날 전반 45분 간 시쳇말로 죽을 쒔다. 김천의 강한 전방 압박에 맥을 못 춘 채 중원 싸움에서 완전히 밀려버린 수원은 시간이 갈수록 박건하 감독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져 갔고 선수들의 표정도 답답함으로 가득 찼다. 무기력한 선수단을 다그치듯 빠른 템포의 원정 서포터들 북소리가 마치 선수들의 심장 박동소리를 대변하는 듯했다.
전반을 완전히 내준 박건하 감독은 후반 7분 만에 올 시즌 처음 선발 출전한 베테랑 염기훈 대신 강현묵을 넣으며 중원에 기동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그리고 15분에는 그로닝과 김상준을 빼고 오현규와 유제호를 투입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수원은 중원에서 활동성이 살아났고 전방의 오현규는 움직임의 범위를 넓히며 상대 수비를 끌고 다녔다.
한국프로축구연맹그리고 곧 결실을 맺었다. 수원은 후반 17분 이기제의 크로스를 사리치가 헤더로 돌려 넣으며 경기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동점골은 물론이고, 수원 팬들에겐 2년 반 만에 돌아온 사리치의 복귀 골이 반가울 따름이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장면이 있었다. 사리치의 득점 직전에 수원과 김천 선수들의 집중력에서 큰 차이가 나는 상황이 하나 나왔다. 이기제의 코너킥을 김천 유인수가 걷어내며 사이드라인을 크게 벗어났을 때 라인을 따라 내려오던 이기제는 경기의 빠른 속개를 위해 준비된 볼을 들고 재빨리 드로인을 이어갔다. 수원 선수들도 이기제의 플레이에 끝까지 집중하며 공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바로 진행된 드로인을 오현규가 다시 내줬고 이를 잡은 이기제가 날카로운 크로스를 시도하여 사리치가 마무리했다.
반면 김천 선수들은 이기제의 빠른 경기 진행을 인지하지 못한 채 순간적으로 수비 라인이 느슨해졌다. 사리치는 아크서클 부근부터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문전으로 침투해 이기제의 크로스를 황인재 골키퍼에 앞서 머리로 받아 넣으며 동점골을 완성했다.
올 시즌 변경된 볼보이 운영 방식에 대한 적응 차이로 볼 수도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올 시즌 개막 전, 볼보이가 선수에게 직접 볼을 전달하는 대신 사이드라인과 엔드라인 주변에 배치된 총 12개의 소형 콘 위에 볼을 올려놓으면 선수가 직접 가져가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발생한 볼보이 시간 지연 논란에 따른 조치였다. 이기제는 이 변경된 방식을 완벽히 활용하며 사리치의 동점골에 크게 기여했다.
박건하 감독의 적절한 선수 교체로 분위기 반전의 기회를 잡은 수원은 사리치의 동점골 이후 경기 주도권을 조금씩 찾아오며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비록 역전골까지 이어지진 못했지만, 전반에 완벽히 밀렸던 경기를 만회하며 장거리 원정 팬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고 다음 경기에 대한 기대감도 갖게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실제로 박건하 감독도 이날 후반에 살아난 경기력에 대해 어느정도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후반에 경기력이 좋아졌고, 동점골도 넣었기 때문에 전북전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틀 동안 회복을 잘하는 게 중요하고, 선제골을 내주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찬스가 날 것으로 본다”라고 내다봤다.
큰 결과를 불러온 작은 플레이 하나가 수원의 반등에 모멘텀이 될 수 있을지 5일 저녁 7시에 열릴 전북전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