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사무실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올림픽대로의 한강공원 출입로 부근마다 진입차량으로 막혔다. 줄줄이 서 있는 차들을 보며 꽃구경 시즌임을 알 수 있었다. 아침 저녁으론 서늘하고, 낮에는 초여름 더위지만 봄은 봄이다.
최근 개통한 월드컵대교를 넘어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할 때쯤 택시 기사님이 물으신다. “오늘 뭐 하나요?” K리그 경기가 있다고 답했다. 돌아온 이야기는 “아, 슈퍼매치! 사람 많이 오겠네” 택시에서 내려 경기장으로 향하는 걸음이 괜히 평소보다 가벼운 느낌이다.
아무리 예전 같지 않다고 하지만 슈퍼매치는 슈퍼매치다. FC서울과 수원삼성의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해도, 양 팀의 라이벌 관계까지 희석되진 않는다. 오히려 상대를 밟고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야 하는 필요성이 더 커진 상황이다.
킥오프 휘슬이 울렸다. 양 팀 선수들은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였다. 시작하자마자 서울의 이적생 한승규가 강한 오른발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고, 수원은 오랜만에 선발 출전한 정승원이 역시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경기 템포도 라이벌전 답게 두 팀의 최근 경기들보다 빨랐다. N석을 가득 메운 서울 서포터들과 반대편을 파랗게 물들인 수원의 원정 서포터들의 대립도 오랜만에 보는 듯했다. 여전히 제한적 응원만 가능하지만, 양 팀 팬들의 열정까진 멈추게 하진 못했다.
전반을 득점없이 마친 양 팀의 경기는 후반 들어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체력과 정신력에서 작은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팔로세비치는 후반 34분 조영욱의 패스를 받아 자신이 좋아하는 왼발 각도를 만든 후 군더더기 없는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조영욱은 정규시간이 다 됐을 때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나상호가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서울이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종료 휘슬과 함께 서울 선수들과 팬들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고, 수원 선수들과 팬들은 아쉬움에 고개를 떨궜다. 세 시즌째 순위표 중간 아래쪽에서 만난 양 팀의 경기였지만 적어도 이날만큼은 양쪽 선수들과 팬들, 구단 직원 모두에게 절실함이 느껴졌다. 그 절심함은 치열함으로 이어졌고 결국 ‘슬퍼매치’가 아닌 ‘슈퍼매치’라는 스토리를 만들었다.
승패는 갈렸지만 이날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코로나 시대이후 K리그 한 경기 최다를 찍은 14,625명의 직관 팬들이 원하는 모습이었다. 약 3주 뒤 재개되는 리그에서 두 팀이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 경기가 약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슈퍼매치는 슈퍼매치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