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호 감독 코리아컵대한축구협회

[김형중_비욘더게임] 선수들은 최고였고 감독은 부족했다

[골닷컴] 결승 문턱에서 좌절한 강원FC의 정경호 감독은 자신의 부족함을 탓했다. 일부에선 올 시즌 처음 맡은 팀으로 준결승에 갔으면 잘한 거라 하지만, 그는 내심 아쉬움을 삼켰다.

그만큼 경기력도 좋았다. 강원은 코리아컵 준결승에서 만난 리그 1위 전북현대를 상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적지에서 열린 1차전도 그랬지만 2차전은 오히려 압도했다. 특히 전반은 전북이 위협적인 장면을 거의 만들어내지 못할 정도로 강원의 페이스였다.

강원의 강력한 전방 압박이 돋보였다. 선수들은 높은 위치부터 강하게 달려들며 전북의 빌드업을 어렵게 했다. 상대 진영에서 볼을 탈취한 뒤 만들어낸 찬스가 초반부터 수차례 나왔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킬 때 모습도 연상됐다.

그러나 김대원의 선제골 리드를 경기 막판 지키지 못했다. 무려 11분이나 주어진 추가시간은 상대적 약팀 강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올 시즌 이미 몇 차례나 경기 막판 극적인 승리를 거둔 경험이 있는 전북에게 11분은 역전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됐다. 교체자원들의 활약이 컸다. 감보아는 박호영을 상대로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티아고가 깔끔하게 성공했다. 종료 직전에는 츄마시가 결승골을 터트리며 강원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올 시즌 처음 지휘봉을 잡은 정경호 감독은 연신 아쉽다는 말을 내뱉었다. "결과가 굉장히 아쉽다. 선수들은 최고의 수준을 보여줬고 충분히 강원FC가 좋은 팀이고, 선수들은 간절하고 절실하고 절박하게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말 그래도 질 경기는 아니었다. 준비한 것이 경기장에서 그대로 구현되었지만 큰 무대에서 경험의 차이, 경기 막판 운영에 대한 노하우 같은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작용했다. 정경호 감독도 "경기력 안 좋고 질 경기였으면 아쉽지도 않았을 것이다. 충분히 이길 만한 경기였고 이길 만한 팀이었다. 감독으로서 부족함 느낀다. 예민하게 들여다 보고 예민하게 대응하겠다"라고 했다.

그리고 자책도 했다.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지도가 필요했다. 선수들은 최고였고 감독은 부족했다. 감독으로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도록 노력하겠다"는 정경호 감독의 얼굴엔 여전히 진한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강원 정경호한국프로축구연맹

그는 올해 초 정식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부터 축구계의 기대를 받았다. 타이틀은 초보 감독이었지만 지난 10년 간 코치 생활을 하며 쌓은 내공이 상당했다. 감독대행도 했을 만큼 다양한 경험이 장점이었다.

시즌 초에는 다소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 내려서서 카운터를 노리는 축구를 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간절함을 끌어내고 더 잘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변화를 줬다. 앞선부터 압박하는 경기 운영을 펼치며 성적도 나오기 시작했다. 변화의 폭을 한 번에 크게 주는 게 부담일 수도 있었지만 다양한 상황을 겪은 내공이 발휘됐다.

정경호 감독의 색깔이 점차 묻어 나고 있는 강원의 남은 시즌과 아시아 무대에서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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