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규 오스마르골닷컴

[김형중_비욘더게임] 서로를 향한 진심 어린 존중, 30대 후반 두 베테랑의 우정

[골닷컴, 태국 방콕] 서울 이랜드 FC는 수 년째 태국 방콕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올해도 같은 훈련장, 같은 호텔이다. 선수단 변화도 크지 않아 작년 방문 때와 다른 점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작년에는 수원삼성과 같은 공간을 사용했지만 올해는 혼자라는 게 다른 점이었다.

김도균 감독도 어디 가지 않았다. 익숙한 장소에서 승격을 위한 세 번째 도전을 이어간다. 2024시즌 승강플레이오프, 2025시즌 K리그2 플레이오프까지 나갔으니 세 번째 시즌엔 목표 달성의 마지막 방점을 찍겠다는 각오다.

주장 완장도 작년에 이어 김오규의 팔에 채워진다. 부주장 박창환, 김현과 함께 특유의 리더십을 보일 예정이다. 주장단은 아니지만 K리그의 전설적인 외인 오스마르도 팀의 정신적 지주와 다름없다. 한국 나이로 서른 아홉인 오스마르와 서른 여덟인 김오규는 김도균 감독 체제의 서울 이랜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들이다. 그래서 두 선수를 만나봤다.

먼저 전지훈련 성과에 대해 물어봤다. 1차 전지훈련이 3주차에 접어든 시점이었다.

오스마르

“순조롭게 진행 중인데 아직 뭐라고 말하긴 좀 이르다. 프리시즌은 팀을 맞춰가는 과정이고, 지금 하는 게 시즌 중에 우리가 반드시 하게 되는 건 아니다. 맞춰가고 있고 시간이 좀 필요하다. 어쨌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김오규

“비슷한 생각이다. 지금은 결과물을 내기보단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긍정적인 부분은 부상자가 없다는 것이고 지난 시즌에 있던 선수들이 대부분 같이 간다는 점이다”

두 선수는 이번 겨울 구단과 동반 재계약을 체결했다. 자신들의 가치를 믿어주고 재계약 제안을 준 구단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는 입장이다. 구단은 둘의 재계약을 발표할 때 K리그 784경기 출전 기록을 강조했다 (김오규 434경기(서울E 73경기), 오스마르 350경기(서울E 68경기)). 김오규의 출전 수는 K리그 44년 역사에서도 19번째 많은 기록이고, 오스마르는 역대 두 번째 많은 외국인 선수 출전 수다. 웬만한 노장 선수들도 이들의 꾸준함 앞에선 명함 내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독보적인 두 선수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팀을 이끌고 있었다.

오스마르

“일상이나 삶에서 공통점이 많아서 가까워졌다. 경기장 안팎에서도 서로 돕고 여러 가지 부분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게 팀에도 도움 되는 것 같다”

김오규

“훈련장에서 오스마르를 보고 씩 웃으면 ‘아 그거? 알았어’라고 답해주는 느낌이다. 우리가 후배들을 위해 희생하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더 존중해 주는 것 같다”

하지만 김오규는 더 할 말이 있어 보였다. 그리고 자신이 오스마르와 비슷하게 평가받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김오규

“내가 오스마르와 동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우리나라 리그인 K리그에만 있었는데, 이 친구는 타지에서 이렇게까지 하는 거다. 반대로 내가 외국에 나가서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못 했을 거다. 오스마르가 훨씬 대단한 선수이고 고마운 친구다”

김오규 오스마르 골닷컴

지금은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지만, 2024년 서울 이랜드에서 만나기 전까진 상대 팀 선수 중 한 명으로만 생각했지 서로 대화를 해본 적도 없는 사이였다. 한 팀에서 만났을 때 서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했다.

오스마르

“솔직히 오규가 이 팀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 많은 경기에서 상대해봤는데 이 친구의 플레이 스타일이 좀 거칠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우리 팀 스트라이커가 힘들어 해서 상대로 만나기 싫은 선수였다. 근데 여기 왔다고 해서 ‘같은 팀으로 뛸 때 어떻게 하나 보자’라는 마음이었다. 근데 정말 크고 긍정적인 놀라움을 줬고 내게도 도움이 됐다. 각자 다른 플레이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반면 인성적인 면은 잘 몰랐다. 근데 그 부분은 더 놀라웠다. 경기장 안에서 스타일은 알았지만 밖에서 얼마나 좋은 리더이고 선수들과 관계가 얼마나 좋은지 몰랐다. 결국 그런 것들이 이 친구를 더 좋아하게 만들었다 하하”

김오규

“너무 좋게 표현해준 거 아닌가? 오스마르는 FC서울이라는 빅클럽에 있었고 나는 강원FC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이 친구를 알았지만 이 친구는 나를 몰랐을 거다. 당시 오스마르와 경기를 하며 든 생각은 “와... 도사 하나 나왔다”였다. 패스의 선택, 퀄리티, 플레이의 여유 등을 보며 같은 선수로서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다만 어떻게 저렇게 한국에 오래 있지?’라는 의문은 있었다. 그런데 같은 팀에 와서 보니깐 이해가 됐다. 어린 선수들에게 하나하나 피드백 해주는 것이나 때로는 강하고 날카롭게 얘기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아 역시 축구가 다가 아니라 저런 면 때문에 한국이라는 타지에서 오래 할 수 있구나’란 생각을 했다”

K리그 팬들이라면 두 선수의 스타일이 정반대라는 걸 알 수 있다. 오스마르는 차분하고 냉철한 반면, 김오규는 강인하고 뜨겁다. 이미 노장 소리를 듣는 나이에 한 팀에서 만났지만, 둘은 서로의 장점을 통해 자신이 가지지 못했던 부분을 채워가고 있었다.

김오규

“오스마르는 냉정함이 다르다. 자제하지 못해서 실패했던 적도 많은 내 입장에서 봤을 때 긴 호흡으로 90분 내내 감정을 잔잔하게 유지하며 경기하는 냉철함이 내가 갖지 못한 것이고 배우고 싶은 부분이다”

“또 볼을 다루는 퀄리티, 스킬적인 부분이 있는데, 국내 선수들은 볼을 받으면 빨리 보내려는 마음에 조급함도 나오고 패스가 발에 잘 안 맞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 친구는 다르다. 한 자세에서 패스가 나오고 한 자세에서 킥이 나오는데 그런 게 퀄리티다”

오스마르

“오규는 파이터 본능을 일깨워준다. 난 사실 경기장에서 싸우는 걸 좋아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경합 상황을 피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런 상황을 피하면서 축구를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왔다. 근데 솔직히 오규의 이런 자질이 필요할 때가 있다. 경기가 잘 안 풀리는 날에 나를 더 잘하게 해준다. 준비한 전술이 안 통하거나 내 기술이 충분치 않을 땐 파이팅과 적극적인 경합, 강력한 공중볼 다툼 등이 필요하다. 이런 에너지는 동료들의 용기를 북돋아준다”

“실제로 작년에 우리는 특히 경기 막판에 이런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경기 끝까지 우린 피곤함을 못 느꼈고 지지 않고 이길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 정신력을 오규가 팀에 가져왔다. 난 전반적인 플레이나 패스 같은 것에 리더였지만 이 친구의 그런 자질이 팀이 강해지는 데에 더 중요한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예전에는 갖지도 못했던 그런 파워를 느낄 수 있었다. 아, 근데 물론 오규도 패스 잘한다. 싸움만 잘한다고 말하는 건 절대 아니다”

#비욘더게임(Beyond the Game)은 경기 이상의 스토리를 전합니다.

글 = 김형중

사진 = 골닷컴,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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